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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무웅, 한국문학사의 산증인

[이 장르 이 저자] 문학평론가 염무웅
15년 만에 네 번째 평론집 <문학과 시대현실> 출간
옛날 잡지나 신문을 보면 그 시절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 보인다. 출판계를 휩쓸었던 베스트셀러 혹은 유행어를 돌아보면 당시 시대상과 민중들의 욕망이 그려진다.

지식인들의 글은 이보다 큰 시야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글일 게다. 리영희, 송건호 등 기자 출신 지식인부터 김우창, 백낙청 같은 평론가에 이르기까지 지식인들이 출간한 책을 시대별로 구경하고 있노라면 과거 우리 삶의 지형이 그려진다.

염무웅 문학평론가는 한국문학사의 산증인 중 하나다. 1964년 '최인훈론'으로 등단한 그는 1968년 계간 <창작과비평>의 편집동인으로 활동하며 백낙청과 더불어 1970년대 민족문학논의에 참여했다. <한국문학의 반성>(1976)과 <민중시대의 문학>(1979), <혼돈의 시대에 구상하는 문학의 논리>(1995)등 일련의 평론집을 통해 우리 문단의 주요 담론을 기획했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70년대, 그는 식민지 시대 문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그 문학관을 극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민족문학 논의의 중심에 있던 그의 글은 문학이론적인 측면보다 우리 근대문학사의 전개과정에 대한 면밀한 고찰, 식민지시대 문학관의 극복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식민지시대 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광복 후 1970년대까지의 문학작품에 대한 비평 역시 민족문학론의 시각에서 이루어진다. 이 시절 그의 평론은 그런 배경에서 읽혀야 할 것이다.

'1930년대 문학론' (1973), '식민지시대 문학의 인식'(1974), '일제하 지식인의 고뇌'(1976), '근대문학과 항일의식'(1977)등 일련의 평론은 이런 고민이 첨예하게 묻어난 글들이다. 작가론에 있어서도 한용운, 윤동주, 염상섭, 채만식 등 민족의식을 강하게 표출한 식민지 시대 시인과 소설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의 글이 일반에 알려진 것은 아마도 두 번째 평론집 <민중시대의 문학>일 게다. 이 책은 1970년대 민족문학 논의에 참가하며 썼던 글들을 정리한 책이다. 5공화국 당시 '민중'이란 말 때문에 출판금지 당한 책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쓴 가장 대중적인 평론집이 됐다.

마치 2000년대 국방부 불온서들이 불온서란 이유로 판매에 가속도가 붙은 것처럼.

시간이 흘러, 2000년대 젊은 지식인들은 그의 글을 구시대 담론처럼 받아들인다. 신자유주의에 대처하는 오늘의 386세대가 박현채의 민족경제론을 아련하게 바라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의 비평은 이제 시대 사명을 다 한 것일까?

최근 그가 네 번째 평론집 <문학과 시대 현실>을 냈다. 1995년 <혼돈 시대에 구상하는 문학의 논리>이후 15년 만에 낸 평론집이다. 65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은 20세기와 21세기 첫 10년 한국문학의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 총 5부에 걸쳐 작품 비평과 북한문단 교류기록을 담고 있다.

1, 2부에는 김광섭, 임화, 김팔봉, 최하림, 고은 등 염무웅 평론가가 평생을 바쳐 연구한 작가, 혹은 그와 시대를 함께 겪은 작가들의 작품 비평이 실렸다 3,4부에는 후배 작가들의 작품평이, 5부에는 6․15민족문학인협의회 공동대표를 지내며 북한 문단과의 교류 기록을 담았다.

'실상 내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고 해보고 싶은 일은 문학작품에 이룩된 독특한 성취를 그것의 역사적, 현실적 근원과의 관계 속에서뿐만 아니라 그것 자체의 미학적 질서 속에서 해명하는 것이다.'

책의 서두에 실린 저자의 말은 식지 않은 열정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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