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치자나무
는 꼭두선이과에 속하는 상록선 작은키나무이다. 키도 그리 크지 않고 분에 키우다 보니 꽃으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분명 나무이다. 애석한 것은 가 자생하는 나무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이 원산지이면 우리나라로 건너온 것은 1500년 전이라는 기록이 있다.
이때 들어온 식물로 치면 냉이도 있지만 는 아직도 누가 심지 않으면 이 땅에서 절로 자라지 않으니 여전히 이국적인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쪽지방에 가면 밖에서도 잘 자란다. 다만 중부지방에서는 밖에서 겨울의 추위를 이기지 못하니 대개는 분에 심어 키우며 꽃을 즐긴다. 잎이 언제나 푸른색이니 관엽식물처럼 두고 키우기에 좋다.
잎 긴 타형원형으로 변이의 폭이 크지만 대체로 손가락 하나 길이 정도이다. 가장자리엔 톱니가 없는데도 다소 쭈글거려 반질한 느낌이 덜하지만 상록성 나무여서 두껍고 표면엔 윤기가 있다.
가을에 익는 열매도 특별하고 긴요하다. 주홍색의 껍질을 가진 열매는 꽃받침이 그대로 남은 채로 익어서 언제나 알아볼 수 있다.
요즈음엔 꽃을 보고 그 향기를 즐기기 위해 이 나무를 키우지만 우리나라 문화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쓰임새에는 열매가 훨씬 긴요했다. 열매는 우리나라 전통염료 중에서 대표적인 황색 염료가 된다.
이 염료로 물들인 옷감으로 지은 한복을 본 적이 있는데 노란색도 이렇게 깊이 있고 기품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더욱 좋은 것은 식용염료여서 요즈음에도 전통음식에서는 이 열매에서 뽑은 노란색으로 떡의 색을 낸다.
꽃을 식용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샐러드 등에 넣어 그냥 생채로 먹기도 하고, 데쳐서 먹거나 화전을 부치는 데 쓰기도 한다. 꽃의 향과, 멋과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재료인 것이다.
한방에서도 이용한다. 피를 맑게 하고 소변을 쉽게 나오게 하고, 몸에 열을 내리게 한다. 민간에서 쓰는 처방 중에 손쉽고 재미난 것은 잎을 타박상 난 곳에 붙이면 좋고, 편도선염이나 입안 등이 헐고 특히 목이 아플 때 말린 열매를 주전자에 넣고 다려 마시면 금세 통증이 가신다고 한다.
여드름이 성할 때 치자를 가루 내어 달걀 흰자와 섞어 여드름 부위에 바르면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는 모습은 아직도 이국적이어서 남의 나무 같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의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우리나무였던 것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