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 피플] 이부미 작가

한지에 그린 그림이 아니라 한지로 그린 그림. 처음 이부미 작가의 작품을 대하면 낯설다. 이 작가의 '한지그림'은 염색된 한지를 손으로 뜯어 붙이며 그리는 그림이다.

한지 위에 그리는 일반 회화나 또 다른 작품과는 작업 과정부터 다르다. 그래서 작품 자체 뿐 아니라 아우라 등이 기존 한지 작품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한지그림에서 먼저 다가오는 낯설음은 이내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으로 환치된다. 한지 특유의 은은함과 우리 생활에 깃든 친밀함 덕이다. 한지그림의 질감은 일반 회화의 마티에르와는 또 다른 물성울 보여준다. 여기에 한지 하나 하나에 들인 정성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와

관객의 눈과 마음을 오래도록 끈다.

무엇보다 한지그림의 미덕은 한지가 미술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주체로 서 있는 점이다. 붓을 드는 손이 한지에 정성을 들여 창작으로 나아가는 양태다.

이러한 이부미 작가의 한지그림이 15일부터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산'을 소재로 한 그림은 회화의 산보다 더 산 답다. 바위, 나무, 능선 등은 실경을 방불케 한다.

이 작가는 한지그림을 하면서 한지 마니아, 전도사가 됐다. 한지 관련 멀티플렉스 공간인 '한지와 사람들'을 통해 한지그림, 한지공예, 한지인형 등을 선보이며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내국인 뿐 아니라 국내 체류 외국유학생과 외국 관광객들이 높은 관심을 보여 자연스레 한국 홍보에도 기여한다. 지난해 6월에는 독일 본 여성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미술독일전에 참가해 한지그림의 독특한 매력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한지의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는 21일까지 계속된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