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장딸기

장딸기 열매
혹한이 다시 찾아왔다. 매서운 날씨에 몸을 움츠리다 보니 어깨까지 뻐근해지기도 한다. 사람은 참 간사해서 춥고 덥고에 기분도 크게 좌우되고 일상도 크게 변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의 변화를 극복하는 의연한 식물도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남쪽에 살고 있는 후박나무나 가시나무 같은 상록활엽수들이 떠올랐지만 이 나무들은 연중 꽃 피고 열매 맺는 일 이외에는 계절감이 많지 않다.

장딸기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식물이 아닐까 싶었다. 장딸기는 장미과에 속하는 작은 관목이다. 관목이라는 자체가 작은키나무이지만 그보다 작다. 보통은 바닥에 풀처럼 보일 만큼 작다.

땅속의 줄기가 길게 뻗으면서 자라고 군데군데 순이 올라와 포기를 만든다. 그래서 장딸기가 자라는 곳에서는 여러 포기가 끊기듯 이어지듯 무리지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통은 한 뼘 높이쯤 크고 잘 퍼진 큰 포기는 무릎 높이까지도 올라온다.

장딸기는 이즈음에도 볼 수 있다. 상록성으로 겨울을 나는 경우가 많다. 새 잎이 나는 좋은 때처럼 초록의 잎이 아니더라도, 광합성을 덜 한다고 말하듯 자줏빛이 도는 진한 녹색의 잎을 다복하게 가진 채 그렇게 살고 있다. 아니 견디고 있다는 표현이 옳다.

장딸기꽃
다만 겨울이 춥지 않은 제주도 같은 남쪽에서 자란다는 점은 있다. 햇볕이 다소 드는 숲에서 장딸기는 그리 어렵지 않게 자란다. 주로 바닷가에 나지막한 야산, 그리 고도가 높지 않은 곳이 주 자생지이다.

때로는 숲과 이어진 길 가장자리에까지 나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땅에 습기도 있고 비옥한 곳을 좋아한다.

나무딸기 집안 식구 중에서 가장 키가 작고 가녀리지만, 가시가 무성하진 않고 기본적인 가시와 부드러운 털이 있다. 늦은 봄에 흰 꽃으로 핀다. 그러니 봄의 식물이기도 하다. 묵은 가지 끝에서 하나씩 올라온 꽃대에 고운 꽃이 핀다.

열매는 한여름에 익는다. 그러니 여름식물이라고도 할 수도 있다. 동그랗고 빨간 열매는 아주 멋있다고 하기는 그래도 먹기에 부족함은 없다. 때론 열매가 노랗게 익기도 한다.

겨울에도 볼 수 있는 잎은 보통 세 장에서 다섯 장의 작은 잎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은 잎 하나는 손가락 길이쯤 되는 긴 달걀 모양이다.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도 좋고 열매도 볼 수 있고 포기가 적절하여 관상용으로 키우기에 좋을 듯하다. 특히 조건만 좋으면 줄기가 왕성하게 옆으로 잘 퍼져나가므로 지피용 소재로 적절하다. 너무 잘 퍼져나가서 걱정하는 곳이 있을 정도이다.

중부지방에서는 겨울을 나지 않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적절한 바람맞이나 겨울철 보온처리를 해주면 견뎌내기도 한다. 땅속줄기를 잘라 심거나 포기를 나누면 아주 쉽게 번식할 수 있다.

약용으로도 쓰인다. 뿌리와 잎 혹은 꽃은 자파라는 생약명으로 쓰기도 하는데 열을 내리고 독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여름 더위에 생긴 여러 증상을 치료한다는 기록이 있다. 열매를 먹거나 잼과 같은 것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아무리 추운 한겨울에도 이렇게 만날 수 있는 식물인 있는 이 땅이 좋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