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르 이 저자] 루이스 캐럴대표작 환상문학의 효시

'앨리스가 장하준을 이기는 세상'

지난주 한 인터넷포털 사이트 뉴스 메인 화면에 이런 기사가 떴다. 기사의 줄거리는 한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집계 결과,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눌렀다는 것. 이유는 단 한 가지, <…앨리스>가 드라마 속 현빈의 서재에 꽂혔기 때문에.

'책도 드라마에 나와야 뜨나?'하는 생각에 씁쓸하지만, 한편으로 '이 바쁜 시대에 책 보는 사람이 하나라도 는다면 그게 어딘가' 싶은 생각도 든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처럼, 때로 지적 허영심이란 것도 긍정적으로 발휘될 때가 있다. <시크릿 가든> 속 주원(현빈 분)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앨리스를 집어 드는 것처럼 말이다.

루이스 캐럴. 1832년 1월에 태어나 1898년 1월에 사망한 영국의 작가. 우리에게 단순히 동화 작가로 알려졌지만, 수많은 환상문학 작가들이 '사유의 젖줄'을 대고 있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환상과 유머, 말놀이와 수학적 논리가 지적으로 버무려진 캐럴의 작품들은 초현실주의 문학의 한 선구로 평가되기도 한다.

1951년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에 진학해 수학, 신학, 문학을 공부했고, 훗날 모교의 수학교수를 지냈다. 내성적인 성격과 말더듬이 증상이 있었다.

성격은 괴팍했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으며 엄격한 규칙으로 자신이 정한 일상을 고집스레 반복했고 이를 일기에 꼼꼼히 기록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모든 일상을 기록해 편지로 주고받았는데 약 9만 9000통의 편지를 보관했다고 하니 편집증도 있는 듯하다. 그의 생업은 수학자였고, 글을 쓰면서 루이스 캐럴이란 가명을 사용했다.

그는 요상한 성격과 더불어 이상한 행동도 보였는데, 이를테면 소녀를 좋아했고, 성인 여성은 두려워했다. 사진에 집요한 관심을 가졌는데, 소녀들의 누드를 사진으로 찍고 스케치하길 즐겼다.

지금으로 치면 일종의 롤리타 콤플렉스가 있었던 셈이다. 그의 대표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런 이상 행동(?)의 결과물이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은 비단 경제학에만 써먹을 수 있는 말이 아닌 듯싶다.

루이스 캐럴은 그의 모교이자 직장인 크라이스트 칼리지 학장의 딸인 앨리스 리델에게 이야기 해주었던 것을 묶어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썼고, 6년 후 그 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썼다. 그러나 앨리스와는 부모의 반대로 더 이상 만나지 못했다. 부와 명예를 가졌지만 평생 독신으로 살다 죽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이라는 질환이 있다. 망원경을 거꾸로 보는 것 같은 시각적 환영 때문에 매일매일 동화 속을 보게 되는 신기하고도 슬픈 질환이다 (…) 내가 그 증후군에 걸린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아무것도 아닌 저 여자와 있는 모든 순간이 동화가 되는 걸까?"

드라마 속 주원의 대사는 다시 '앨리스 붐'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는 드라마 속에만 있는 게 아니다. 작가의 인격과 성격과 삶과는 별도로 이 작품은 환상문학의 효시로 꼽힌다. 2010년 3월 개봉된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비롯 수많은 영화의 모티프가 되기도 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