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두루미꽃

두루미꽃
벌써 새해다. 유난히 예측을 할 수 없었던 여러 일들이 생겨났고, 어렵고 질시하고 분열되었던 한 해를 뒤로 하고 희망 찬 한 해를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희망 찬 새해란 너무 흔히 듣는 말이어서 식상할 수 있지만, 생각해 보면 새로운 일년을 희망으로 맞이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이 즈음 연하장 등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 중 하나가 두루미이다. 흔히 학이라고 부르는 이 두루미는 행복과 행운의 상징이기 때문일 것이다. 흰 눈이 쌓인 겨울 들판에 두루미들이 우아한 자태로 서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마저 맑아져 스스로 고결한 느낌도 든다.

그런데 식물 중에도 이 있다. 땅 위로 올라와 심장을 닮은 예쁜 잎이 하나 펼쳐지고 그 위에 다시 또 하나의 잎이 반대 방향으로 달리며 거기서 꽃대가 올라와 희고 작은 꽃들을 줄줄이 달고 있는 모습이 마치 날개를 펴고 있는 두루미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 자태가 정말 두루미와 비슷하다고 생각이 든다.

재미난 것은 우선, 모든 새 중에서 두 번째로 큰 새에 속하는 두루미집안과는 달리 이 집안식물들은 키가 작다. 다 자라야 한 뼘쯤 올라올까. 꽃대에 달리는 꽃들도 하나하나 구분하기 힘들 만큼 아주 작다.

두루미꽃 전체
두루미는 겨울 들판에서 만나지만 은 초여름 깊은 숲에서 만난다. 새 두루미는 다정한 부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평생 함께 간다고 한다. 물론 여러 마리가 무리지어 살긴 한다.

하지만 식물 은 조금 다르다. 땅속에 줄기가 이어져 달리고 그 마디에서 줄기와 올라와 땅 위에서는 각각의 개체들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다 동일한 뿌리를 가지고 있다. 형제도 부부도 아닌 동일한 복제개체들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하지만 그 여름 숲에 무리를 이루어 하얗게 꽃대를 올려낸 무리들을 바라보면 진귀한 겨울철새 두루미를 만난 듯 아름답고 신선하다.

은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작은 꽃들이 모여 만들어낸 꽃차례의 길이는 손가락 두 마디쯤 된다. 그리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기 시작하면 흰 꽃이 달렸던 자리에는 구슬 같이 작고 붉은 구슬이 달려 보기 좋다.

아주 비슷한 식물로 울릉도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인 큰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식물체가 크다지만 이런 양적인 특징을 갖고 정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암술이 갈라진 숫자가 다르다는 결정적인 차이도 있지만 일반인들이 그 작은 암술 끝의 암술머리 다른 것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을 듯하다. 은 이 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하여 좀이라는 별칭도 가졌다.

쓰임새로 보면 널리 쓰이는 듯 싶진 않지만 주로 피와 관련된 증상에 효과가 있어 피를 맑게 해주기도 하고 피가 나거나 토하거나 과도하게 나올 때 처방한다고 한다.

생약이름이 이엽무학초(二葉舞鶴草)인데 잎(날개)을 두 개 가지고 춤추는 학처럼 생긴 풀이라니 참으로 멋진 이름이다. 그밖에 지피용으로 심기도 하고 어린 잎은 살짝 데쳐 양념에 무쳐 먹거나 된장국의 국거리 혹은 묵나물로도 쓴다.

올해에는 을 보며 행복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원해 본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