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뇌손상이 범죄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설득력 있는 연구결과 제시

범인은 바로 뇌다
한스 J. 마르코비치․베르너 지퍼 지음/ 김현정 옮김/ 알마 펴냄/ 1만 3000원

'와 서울 하늘에도 저렇게 별이 반짝일 때가 있네!'

'저건 별이 아니라, 인공위성이야. 지구 궤도권 안에 있어서 저렇게 선명하게 빛나는 거래.'

'그냥 별이라고 해주면 어디 덧나냐?'

이렇게 '멋대가리 없는' 말로 여자에게 대시 한번 못하고, 뻥 차인 친구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이성적, 과학적 사고가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과학적 언어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도 많으니까.

하지만 과학적 팩트가 때로 타인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뭘 해도 시큰둥한 애인의 반응에 '사랑의 호르몬 분비 기간은 3년'이라며,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듯이. 신간 <범인은 바로 뇌다>는 그 연장선에서 쓰인 책이다.

이 책은 특정 부위의 뇌손상이 범죄행동으로 이어진다는 뇌과학의 연구결과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일례로 이 책 5장에서 뇌손상으로 인한 범죄 케이스들을 소개한다.

간질성 발작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줄리아는 오른쪽 편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후 폭력적 행동을 완연하게 줄였다. 이탈리아 연쇄살인자 스테바닌은 섹스 중독자로 다섯 명의 여성을 유인해 감금하고 성폭행하다 살해했다.

그는 정신이상을 주장하며 감형을 호소했지만, 종신형을 선고받았는데 훗날 그의 뇌 MRI를 찍은 결과 전전두엽에 큰 종양이 발견됐다.

저자는 "이들은 자유의지에 의해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때문에 그들에게 필요한 건 처벌이 아니라 치료다.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에게 특수 치료를 받을 기회를 주는 것이 정의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하지만 보복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이상으로 삼는 사회라면 아픈 사람, 아픈 범죄자도 인도적으로 치료받아야 마땅하다.' (136페이지)

그렇다면 범죄가 의지가 아닌 정신병에 의해 발생했다면, 그 죄는 무조건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인가? 희생자와 그 가족의 문제는 어떻게 할 건가? 저자는 그러므로 사회 시스템을 바꾸라고 말한다.

예방프로그램 혹은 재판 시스템의 선진화 등이다. 다분히 피상적이고 실효성 없는 대안이지만, 기실 현실에서 이보다 더 명확한 방법을 내놓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시대의 살인마, 김길태가 사실은 '측두엽 간질과 망상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라면,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마라'는 말을 한 번쯤은 되새길 수 있을까. 그의 감형 소식에 여전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들지만 말이다.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인간의 이성과 감정이 균형감 있게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일 게다. 사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초현실주의 시와 문학의 혁명
오생근 지음/ 문학과지성 펴냄/ 1만 5000원

불문학자 오생근의 초현실주의 문학연구서. 프랑스 초현실주의 문학 전반을 다룬 국내 연구자의 첫 저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저자는 1부에서는 앙드레 브르통의 작품을 소개하며 초현실주의에서 혁명이 의미하는 바를, 2부에서는 브르통 이후 초현실주의 운동 진영 내부작가들의 경향을, 3부에서는 시대적 외연을 넓혀가는 과정을 통찰한다.

세계의 분쟁
구동회, 이정록, 노혜정, 임수진 지음/ 푸른길 펴냄/ 1만 8000원

지구촌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분쟁의 배경과 원인을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로 나눠 정리한 책. 꼼꼼한 설명과 더불어 각 부마다 첨부된 대륙별 개관 지도는 분쟁 지역의 위치를 표시한 개괄적 지도를 넣고, 다시 장마다 실린 국가별 분쟁 지역 지도를 넣어 이해를 높였다. 분쟁을 테마로 한 영화와 책을 소개한 배려도 돋보인다.

The song is you
아서 필립스 지음/ 김선형 옮김/ 현대문학 펴냄/ 1만 4000원

음악을 통해 중년 남성의 삶과 내면을 그려낸 장편소설. 미국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 아서 필립스의 작품으로, 아이팟 중독자인 고독한 중년 남성의 내면을 따라간다.

잘나가던 광고 감독 줄리언은 아들을 잃은 후 결국 부인과 별거하게 되고, 그에게 유일한 낙은 아이팟으로 듣는 음악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줄리언은 우연히 케이트라는 밴드 보컬의 노래를 듣게 되고 강하게 빠져든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