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후피향나무
생각해 보면 주변에 있는 관엽식물들은 대부분 열대지방에서 날아온 타국의 나무들인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벤자민 고무나무를 비롯하여 고무나무, 산세베리아, 관음죽… .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자생식물 중에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나무들은 없을까?
난대림에 살아가는 여러 나무가 있지만 후피향나무도 관심을 가질 만한 나무이다. 후피향나무, 이름도 예쁘다. 두터운 수피에서 향이 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꽃도 아니고 수피에서 향이 난다니 왠지 마음이 더 쏠린다.
후피향나무는 차나무과에 속하는 중간키나무이다. 작지도, 크게 자라지도 않아 적절하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와 남부지방 해안가에서 더러 만날 수 있는데 제주도에선 한라산 700m까지도 올라가 살고 있다.
꽃은 한여름에 핀다. 아주 크고 풍성하진 않지만 같은 집안식물인 차나무 꽃이나 동백나무 꽃들이 아름답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꽃도 그 모습이 고울 것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잎겨드랑이에 달려 꽃자루가 밑으로 처지듯 다소 아래를 향해 핀다. 흰색의 꽃이 피어 노란색으로 변해가면서 서서히 진다. 그 색깔의 변화를 구경하며 개화의 진행속도를 짐작하는 것도 재미있다.
열매는 이 나무의 가장 큰 장점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크리스마스 트리에 붉은 방울을 매어 달듯 구슬 같은 열매가 달려 붉게 익는다. 이 붉은빛도 자주색이 도는 독특한 느낌의 색깔이다. 열매는 오래도록 매어 달리다 과육이 터져 벌어지고 두터운 과육 속에는 주홍빛 껍질을 한 종자가 드러나서 열매 역시 다시 한번 변신을 하는 셈이다.
쓰임새로 치면 향기가 있다는 수피는 염료로 쓰인다고 한다. 그윽한 다갈색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목재는 단단하여 작은 가구나 기구를 만드는 데 요긴하다고 하지만 목재로 쓰기에 너무 귀한 생각이 든다.
관상수로서는 이미 이름이 높다. '정원의 왕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중부지방에서는 실외에서 겨울을 나기 어렵고, 나무가 자라는 속도가 아주 더뎌 빨리 키울 수 없다는 점 등이 단점이다. 이러한 단점은 화분에 키워 실내에서 키우는 나무로 이용하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가지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두어도 천천히 아름다운 수형을 잡아가면서 커간다. 대기만성이라고 할까. 두고두고 새록새록 이 나무의 멋스러움에 빠져볼 만하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