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유카와 실유카

유카 전체
아직 곳곳에 쌓인 눈이 녹을 줄 모른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따뜻해진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북극의 기온이 오르면서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는 것이 이렇게 지속적으로 날씨가 추운 이유라고 한다.

사람이 자연을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또 한번 절감하게 된다. 어찌되었든 지금 한반도는 녹지 않은 흰 눈으로 가득하다.

유카는 한여름에 눈처럼 흰꽃이 가득가득 달려 피는 식물이다. 추위에 약하여 남쪽에서만 겨울을 견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또한 온난화 탓인지 중부지방의 화단에서 보는 일이 어렵지 않다. 이 지나치게 추운 겨울날씨에도 무사히 견딜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유카는 용설란과에 속하는 상록성 관목이다. 물론 우리나라가 고향인 식물은 아니다. 원래의 고향은 북아메리카 대륙인데 워낙 독특한 모습의 잎과, 참으로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전 세계적 식물이 되었다.

봉숭화나 채송화 혹은 백일홍도 처음에는 유카처럼 바다 건너온 식물이었으나 어린 시절을 함께 지내온 많은 이들에겐 정서적으로 친숙한 우리꽃이 되었듯, 유카도 지금처럼 곳곳에 심어지고 이를 보고 자란 사람들은 넓은 의미의 우리 꽃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오래됐어도 꽃 한번 만나보기 어려운 용설란과는 사뭇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서가 다르다.

유카꽃
유카는 잘 키우면 키가 1m가 넘게 자라고, 중간에 수십 장씩 모여서 나는 길쭉하고 딱딱하고 날카로우며 뒤로 젖혀지는 듯한 청록색의 긴 잎은 길이만도 1m에 가깝다. 꽃대는 그 중간에서 쑥 올라와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손가락 길이쯤 되는 큼직한 유백색의 꽃들이 수십 개씩 달려 장관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종류 중에는 실유카라는 것도 있는데, 실유카는 나무줄기 없이 바닥에서 잎이 모여 달리고 그 사이에서 꽃대가 올라와 자라므로 정원에 키우기가 적합하여 더 흔하다. 처음엔 유카보다 잎이 가늘어 실유카일까 추측해 보았는데 틀렸다.

실유카는 잎 가장자리가 실이 풀려 나오듯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원산지에서는 이 실을 이용하여 직물을 짜기도 한다. 그래서 유카는 실유카에 반해 실없는유카라고도 부른다.

요즈음에는 그냥 정원에 심는 용도 외에도 나무줄기를 모양을 만들어 큰 화분에 심어 키우는 일도 많다. 더욱이 유사한 종류들로 여러 품종을 만들어 개화기도 다양하고, 잎의 모양이나 색깔도 다양하게 나와있다.

재미난 것은 관상적인 용도 이외에 이 식물의 추출물을 착색향료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뿌리에서 암갈색의 냄새가 독특한 추출물이 나오는데 이를 섞으면 물질들이 잘 보존된다고 하여 차, 의약품, 화장품, 향신료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예를 들어 청량음료에 넣으면 거품이 생겨 오랫동안 유지되고, 허브차에 섞어 효과를 높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청국장이 숙성할 때 넣으면 냄새도 줄어든다고 한다.

보이는 아름다움으로 즐거움을 주고, 안 보이는 성분으로 유익함을 주는 좋은 식물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