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과꽃

과꽃 무리
고생스러웠어도 고향을 다녀온 얼굴들엔 행복이 가득하다. 도시에서 하루 하루 건조해지던 일상이 충만하게 채워진 듯한 느낌이다. 나와 같은 서울토박이로서는 그 길고 긴 고행길이 부럽기 그지없다.

고향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나무나 풀은 무엇일까? 뒷산에 소나무와 진달래, 흐드러진 복사꽃, 들판에 냉이와 꽃다지 그리고 화단앞에 백일홍이며 다알리아, 금잔화 …

과꽃도 고향과 함께 떠오르는 꽃의 하나이다. 누나의 추억이 얽힌 노래가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과꽃은 채송화나 봉숭화 같은 화단의 다른 꽃들과 달리 우리 풀로 의미가 있다.

화단에서 보던 꽃들은 대부분 다른 나라를 원산으로 하여 개량한 원예종들로 단지 오래 전부터 우리 화단에 심어왔기에 정겨운 꽃이 된 경우인데, 과꽃은 그 고향이 우리나라의 북부지방이다. 백두대간을 이어 멀리 아시아의 동북지역으로 이어지는 그 너른 대륙의 벌판에 자라는 풀인 것이다.

그저 강인하고 친근한 꽃이려니 싶었던 그 풀이 고구려와 발해의 기개를 드높이던 그 시절의 우리 땅에 자라고 있는 식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문헌에는 북부지방에도 자란다고 하는데 갈 수 없어 볼 수 없고, 오대산에 자란다는 기록도 있는데 확인하지 못하여 말하기 어렵다. 물론 우리가 만나는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꽃이 다소 큰 것들은 개량된 것들도 많다.

과꽃은 국화과에 속한다. 독특한 것은 한해살이풀이라는 점이다. 국화과에 속하는 대부분의 풀들이 여러해살이 풀인데 비하여 독특한 특징인데, 그래서 원예화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자로는 벽남국이라는 아주 예쁜 이름이 있다. 광활한 대지에 푸른 국화, 생각만으로도 멋지다.

뿌리 근처의 잎도 있지만 꽃이 필 때 없어지고, 꽃이 필 즈음이면 줄기 중앙엔 달걀형 같기도 사각형 같기도 한, 가장자리엔 불규칙한 톱니가 있는 잎이 달린다. 야생의 국화에는 당연히 열매가 달리는데 가늘고 길쭉한 모양의 수과이다.

꽃이 피는 것은 한여름이며, 꽃이 오래 가 가을이 시작될 즈음까지 이어진다. 머리모양의 꽃차례도 듬직하고 이를 받침처럼 싸고 있는 총포편도 길고 많다. 우리가 보는 과꽃은 무릎높이 정도 자라는 것이 보통이지만 조건이 좋은 곳에서는 허벅지까지 크게 자란다.

과꽃을 꽃밭 가득 예쁘게 키우고 싶다면 물빠짐이 잘 되고 볕이 잘 들며 석회질이 많은 땅이 좋다. 일년초이니 씨앗으로 번식하는 것도 당연한다. 일단 싹이 올라오면 강건하게 잘 큰다. 꽃이 길게 크는 특성은 꽃꽂이 소재로도 부족함이 없다.

국화과는 가계의 변동이 많긴 하지만 현재 과꽃은 국화과1속 1종 즉 한 집안에 한 종만이 있는 외롭고 그만큼 독특한 식물가계를 가진다.

요즈음 사람들은 대의는 외면하고 눈앞의 작은 이익에 목숨을 건다. 푸른 빛을 띠는 이 아름다운 꽃이 대륙에 펼친 기상과, 그리고 그 안의 따뜻함이 절실해지는 새해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