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르 이 저자] 다자이 오사무대표작 등 군국주의 일본 청년이 남긴 고백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을 집약한 이 말은 일본 전후문학의 한 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자학과 자기혐오로 점철된 그의 소설은 당시 다른 일본 작가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대표작 <인간실격>이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렸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그의 작품은 일본문학, 나아가 일본문화의 일면을 드러낸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듯싶다. 그는 전후 혼란 속에서 기성의 윤리와 도덕, 문학관에 반발한 작가들을 일컫는 무뢰파 작가에 속한다.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1909년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약물중독과 자살미수로 점철된 비극적 생애를 살다간 소설가. 5번째 자살에 성공해 1948년 사망하기까지 <만원(滿願)> <쓰가루> <사양(斜陽)>등을 썼다. 허무와 퇴폐로 상징되는 세기말적인 작풍과 인간 내면을 꿰뚫는 천재성 넘치는 문장에 일본은 물론, 국내에도 상당한 팬을 가진 작가다.

청년기에 자신의 집이 고리대금업으로 부를 축적한 신흥 졸부란 사실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공산주의 운동에 뛰어들었지만, 그는 그런 '주의'가 요구하는 강인한 인간형이 아니었다. 귀족적 특권의식과 서민의식 사이의 분열이 가져온 극심한 자기혐오 속에서 자살을 시도했고, 이후 그는 자기파탄의 길로 간다.

10대 때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자살 소식을 듣고 다량의 칼모틴을 먹고 처음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스물한 살 때는 카페 여급과 자살을 기도하지만 혼자 살아났다. 스물여섯 살 때 다시 산속에서 자살기도를 했으나 실패했고, 정신병원에 강제로 끌려갔다.

섬세하고 나약한 성격에서 비롯된 인간에 대한 공포심, 성장 환경에서 비롯된 지배계급에 대한 반발심이 그의 삶에 극심한 불안과 죄의식, 불신을 낳았다. 스물여덟 살 때 애인인 게이샤 출신의 오야마 하쓰요와 결혼하지만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고 아내와 함께 온천에서 칼모틴에 의한 정사(情死)를 계획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39세 때 장편 <인간실격>을 발표하고 아내에게 유서를 남기고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했다. 이 삶의 굴곡은 문학작품에 그대로 투영된다.

흔히 그의 작품을 '자의식 과잉의 사소설적 자기고백의 문학'이라 일컫는다. 살면서 늘 죽음의 언저리를 배회했던 그가 꿈꾸던 삶은 어떤 현실적 이해관계나 세속적 욕망에 의해 오염되지 않은 인간 본래의 천진성이 보존되어 있는 삶이다.("나는 순수를 동경했다.

무보수의 행위. 전혀 이기심 없는 생활. 내가 가장 증오한 것은 위선이었다."). 그의 자기파탄적 데카당스(decadence, 19세기 영국과 프랑스에 유행한 퇴폐주의 문예사조)는 인간의 이기주의, 악습, 위선, 권력 등에 절망한 자의 자기위악적 삶에서 비롯됐다. 다자이의 작품들은 군국주의 일본의 청년이 남긴 자기혐오의 고백이다.

대표작 <인간실격>은 주인공 오바 요조가 스스로 화자가 되어 자신의 일생을 풀어놓는 수기 형식의 소설로, 작가 자신의 내면을 고백한 자전소설이다. 실용가치를 추구하는 세계에서 완전히 비실용적인 인간인 주인공을 통해 인간은 사회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 결국 타인의 가면을 쓰고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인간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삶이란 자신의 본심을 숨긴 채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삶에 지나지 않으며, 그 가면을 벗어버리는 것은 인간실격, 즉 인간의 사회적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작품의 요지다.

나약하고 자기혐오적인 성정, 뼈 속까지 자유주의자인 그의 이력은 같은 시기 활동한 극우 작가 미시마 유키오와 대척점을 이룬다. 둘의 생애와 작품을 비교해 읽는 것도 재미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