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니체 등 48명의 철학자와 대표 저서 소개한 철학 입문서

철학이 필요한 시간
강신주 지음/ 사계절 펴냄/ 1만 7800원

2000년대 초반 대학교수들이 시국처럼 외쳤던 '인문학의 위기'는 이제 고비를 지나 다시 부흥기로 돌아선 듯하다. 여기저기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관련 강좌가 늘고,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책도 붐을 이루더니 이제 경영인들의 매너 교육 때 '인문도서 읽고 토론하기'도 시킨다는 말도 들린다.

최근 출판계 대세가 자기계발서에서 인문학 관련 저서로 넘어 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위로와 자기 최면이 아닌 당당하게 상처를 마주할 수 있는 힘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인문학이 다시 대세를 이루기 전에도, 우리에겐 '거리의 인문학자'들이 있었다. 전남대 김상봉 교수를 비롯해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의 이진경 대표, 철학자 강신주 씨 등이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모두 대학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이름을 알렸고, 역시 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철학책을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간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재야 철학자 강신주 씨가 쓴 철학입문서다. 장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철학, 삶을 만나다>, <동양의 고전을 읽는다>, <철학 vs 철학>등 대중적 철학서를 정력적으로 집필해 왔다.

'나는 이 책에서 참다운 인문정신, 그 솔직한 목소리를 모으려고 노력했다.'

프롤로그에 쓰인 말처럼, 저자는 개념어가 난무한 철학 이론을 이해하게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아리송한 철학 개념어를 일상의 경험에 빗대 설명하고, 외국어보다 어려운 철학자들의 문장은 담백한 언어로 다시 풀이해준다.

'비트겐슈타인의 주장은 사실 단순하기까지 하다. 동일한 언어라도 사용되는 맥락이 천차만별이라는 것, 그래서 한 가지 의미만을 고집한다면 우리 삶에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여가 시간은 자유로운 창조의 시간이나 여유로운 휴식의 시간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상품들로부터 유혹당하도록 고안된 시간인 셈이다. 그렇게 때문에 기 드보르는 여가 시간 동안 우리가 노동의 결과에 대해 굴복하고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이 책은 48명의 철학자와 이들의 대표 저서를 3장에 나눠 담았다. 저자의 일상을 심드렁하게 말하는 데서부터 사유가 시작되고, 이에 관련된 철학자와 이들의 책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관심사에 따라 3장 중 어느 부분을 먼저 읽어도 무방하게 구성했고, 각 주제마다 관련 도서 목록을 덧붙여 두었다.

사람들이 '문사철'을 강조하는 것은 생각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다. 밥 먹고 책만 읽는 학자들도 세상 모든 지식인의 책을 모두 읽기란 불가능하고, 다 읽을 필요도 없다. 이를 통해 필요한 것은 지혜를 갖는 것이니까. 방법은 단순하다. 첫째, 자기 상처를 마주보는 것. 둘째, 그 상처를 낯설게 바라보는 것.

니체, 스피노자, 원효, 데리다의 사유를 통해 저자는 연기가 아닌 진짜 삶을 살라고 말한다.

고요로의 초대
조정권 지음/ 민음사 펴냄/ 8000원

시인 조정권이 8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떠도는 몸들>이후 6년 만의 시집이다. "어떤 유파로부터도 자유로운 1인의 종교"(평론가 이광호)란 평처럼 그의 시는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시은'과 '독생'을 키워드로 쓴 그의 시는 시대의 비속성에 물들지 않는 기품과 위엄을 보여 주며, 칼날 같은 감각, 고도의 집중력이 배어 있다.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
마리오 사비누 지음/ 임두빈 옮김/ 문학수첩 펴냄/ 1만 2000원

브라질 작가 마리어 사비누의 장편 소설. 아버지를 살해한 주인공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기이하면서도 독특한 방식의 심리 스릴러다. 주인공은 아버지를 죽였던 날을 회상하며 '자신의 일생을 생지옥으로 만든 변태를 제거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아버지를 비난했다 취소하고 다시 비난을 반복하는 화자를 통해 저자는 인간의 본성과 선악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다.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민병일 지음/ 아우라 펴냄/ 1만 3500원

시인이자 출판사 편집인 출신의 글쟁이 민병일 씨의 에세이. 저자는 오랜 유학생활을 통해 모은 고서, 그림, 램프, LP음반, 타자기 등을 통해 예술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간다. 이 물건들에 얽힌 독일 유학담과 미술, 디자인, 문학, 음악 이야기를 29개 꼭지에 담았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