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속새

속새
특별함과 평범함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오랫동안 무엇인가 특별한 사람이 되고자 지내왔던 것 같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람이란 누구나 알게 모르게 무엇인가에 치우치고, 모습과 인성이 다 다르고, 그래서 삶이란 것이 만만하지 않게 느껴진다.

보편적이며 합리적인 사고를 갖고 행동하며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특별한 일인지를 절감한다. 겨울 숲에서 푸르게 살아가는 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초록이 무성한 여름 숲에서는 는 평범하다 하지만 긴 겨울의 막바지, 그래서 더욱 초록의 생명이 간절한 이즈음, 싱그럽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의 모습은 분명 경이로움이고 특별함이다.

그리고 이내 마음이 동하여 자세히 들여다 볼수록 그 비범함이 예사롭지 않다. 가지도 치지 않은 초록색 줄기, 흔한 꽃도 열매도 없이 포자로 살아가는 방식, 강인함을 돋보이게 하는 줄기의 마디. 도대체 이 특별한 식물은 어떻게 번식하며 어떻게 견디며 언제부터 우리의 숲에서 살았던 것일까?

는 늘푸른 여러해살이 풀이며 관속식물 중에서 가장 원시적이라고 하는 양치식물보다 더 원시적인 식물에 포함된다. 기록에 의하면 4억 년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했으며, 고생대 데본기엔 전 지구를 뒤덮었던 식물의 종류인데 이제 깊은 숲에서 간간이 그 명맥을 유지한다.

속새포자수
키는 무릎높이쯤 큰다. 우거지고 깊은 숲속, 물이 자작거리는 습한 땅에서 땅속에서 줄기를 옆으로 뻗어내며 자라므로 대부분 무리지어 자란다. 그냥 길고 가는 기둥 모양의 줄기는 가로로는 많은 마디와 세로로는 약간 패인 능선을 가진다.

잎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고 마디를 보면 퇴화되어 검은색의 잎집에 갈색의 톱니처럼 생긴 것이 돌려가며 달린다. 꽃을 대신하는 포자수는 줄기 끝에 둥근 원뿔 모양으로 달린다. 전체적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식물의 모습이다.

의 원줄기에는 규산염이 있어 딱딱해 예전에는 목재의 연마에 사용했다. 그래서 목적(木賊)이라고 부르고 주석 그릇을 닦는 데 쓰여 주석초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또 새로의 줄무늬는 원래 수많은 곁가지였던 것이 상자처럼 서로 겹쳐져 하나의 줄기를 이루고 있어 상자풀이라고도 한다.

옛 어른들은 가 습한 곳을 좋아하니 가 자라는 곳을 가늠하여 수맥을 찾아 우물을 파는 지표로 삼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약으로 많이 이용했는데 이뇨작용이 있어 신장 관련 증상에, 장출혈이나 탈항증, 악성종기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간암 등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눈에 백태가 낄 때 쓰기도 했는데, 인디언들도 땅속줄기의 즙으로 눈병을 치료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자연성 있는 정원이나 분에 담아 관상용으로 키우며 독특한 멋스러움을 보기도 한다.

나는 한눈에 화려하지만 이내 지는 꽃보다, 이렇게 새록새록 그 멋이 깊어지는 같은 식물이 더 좋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iee99@foa .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