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창작의 원천 강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 모아

강은 오늘 불면이다
강은교 외 28인 지음/ 아카이브 펴냄/ 1만 원

이 책은 작가들이 강을 테마로 쓴 에세이 집이다. 이러저러한 작가들의 테마 에세이집이 쏟아지지만, 이번 주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책의 탄생 배경과 그 과정에 참여한 이들의 면면 때문이다.

강은교 외 28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 에세이는 한국작가회의 '저항의 글쓰기 실천위원회'가 기획하고 묶었다. 대중의 기억 속엔 가물가물하지만, 문단 내에서는 꽤 큰 이슈였던 지난해 위원회의 탄생 비화는 다음과 같다.

작가들의 광우병 촛불시위 참여와 관련해 문화부는 앞으로 불법시위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작성해야만 작가회의에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고, 작가회의는 이에 맞서 저항의 글쓰기 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진행한 몇 가지 사업 중 대표적인 것이 정부의 4대강 개발사업과 관련한 작가들의 글을 모으는 것이었다. 그렇게 모인 글이 묶여 지난주, 시집 <꿈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와 에세이집 <강은 오늘 불면이다>가 나란히 출간됐다.

정부의 많은 사업 중 왜 하필 4대강에 '안티'를 걸었을까? 작가들은 말한다.

'작가들에게 강은 무한한 창작의 원천이었습니다. 천 명의 작가에게 강은 천의 얼굴로 변주되는 심미적 대상입니다.' (5페이지, 기획의 말)

작가들은 저마다 강에 대한 생각을 풀어 놓는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부터 강에서 사라져갈 무수한 생명의 목소리, 강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 등. 이들에게 강은 시간이고, 역사이며, 도저한 은유의 세계다.

'사람들이 일하다가 목마르면 강에 엎드려 물을 마시고, 강변에 놀던 소들이 목마르면 강물로 걸어가 마시던 강물, 그 강변에 붉은 자운영 꽃이 피어나는 강물이 섬진강이다.

강 굽이 돌아갈 때마다 나타나는 강 언덕의 작은 마을들, 마을이 기댄 산자락에 작은 논과 밭들, 강은 그리하여 오래도록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자기 몸에 비추어 적셨다. 강은 또 그리하여 사람살이의 거울이다.' (61페이지, 김용택 '강이 거기 있었고, 사람들이 거기 있었다' 중에서)

'모든 물길은 사람들의 마을로 향해 있다. 좋은 문장들도 사람들 사이에 파고든다. 그날 물이 내게 해준 말이다.' (181페이지, 하성란 '사람과 사람 사이, 강물처럼 글이 흐른다' 중에서)

이 글을 통해 작가들은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참된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역(逆) 유토피아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요컨대 이 책은 강에 대한 이야기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결국 좋은 삶과 사회를 향한 염원을 담고 있다. 이혜경, 한창훈, 공선옥, 김용택 등 중견, 원로 작가들뿐 아니라 작가회의 소속이 아닌 강영숙, 한유주 같은 젊은 작가들까지 참여해 목소리를 보탰다.

예쁜 여자 만들기
이영아 지음/ 푸른역사 펴냄/ 1만 3900원

미인 권하는 사회. 이 책의 저자 이영아는 한국사회를 이렇게 바라본다. <육체의 탄생>을 통해 근대의 시작이 몸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맞물려 있다고 주장한 저자는 이 책에서 여성의 몸에 주목, '미인 강박의 문화사'를 고찰한다.

여성의 몸 가꾸기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 이것이 근대 이후 급속도로 팽창한 사회 현상이라는 점을 다양한 사례 분석으로 밝히며 미인 권하는 사회의 단면을 소개한다.

혼자 가는 미술관
프랭크 슐츠 외 2인 지음/ 김재웅 옮김/ 미술문화 펴냄/ 1만 5000원

이 책의 원출판사 클레트(Klett)출판사는 독일에서 교과서를 출판사는 곳이다. 이 책 역시 청소년을 위한 미술 교과서 시리즈 중 하나로 조형미술을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는 방향에서 기획, 저술됐다. 작품을 감상하는 법뿐 아니라 드로잉, 판화, 시각미술, 퍼포먼스 등 미술 작품의 제작 과정도 상세히 설명한다. 청소년뿐 아니라 미술작품을 공부하려는 초보자에게 유익한 책이다.

비평의 숲과 동무공동체
김영민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 8000원

철학자 김영민이 오랫동안 조형해온 '동무'론의 완결편. 저자는 앞서 <동무와 연인>, <동무론> 등 두 권의 책을 통해 동서양 사유의 대가들과 이들의 지적 교우 관계를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이 철학자들의 '동무 공동체' 정신과 메커니즘, 그 구체적 활동으로서의 '비평'을 새롭게 정의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