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복분자딸기

꽃샘추위가 조금 더 남았지만, 따사로운 햇살을 보니 봄이 눈앞에 다가온 듯 마음이 급해진다. 마음은 참 간사해서 모진 추위에 움츠리던 일은 어느새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가고 봄을 맞는 마음이 달뜬다.

지난주에 남도에 다녀왔는데 그곳은 이미 봄이었다. 완도 상황봉 자락에 피어난 복수초 구경을 했으니 말이다. 그 산의 주인인 상록활엽수 붉가시나무는 동해를 입어 잎이 누렇게 변해버려 지난 겨울이 얼마나 특별하게 추웠는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그래도 계절의 흐름이란 참으로 대단해서 땅 위에는 복수초가 싹을 틔워 샛노란 꽃잎들을 펼쳐내고 있었으니 그 모습 하나만으로 경이로움이며 기쁨이었다.

완도에 찾아든 봄의 흥취를 가슴에 담고 광릉의 숲길을 걷노라니 아직도 곳곳에 잔설이 남아있다. 여전히 메마른 나뭇가지들을 바라보며 찾아올 봄에 피어날 꽃이며, 잎이며 상상하는 수밖에. 나무 줄기만 보고도 바로 알아 볼 수 있는 나무 중에 하나가 복분자딸기가 아닐까 싶다.

키 작은 나무들은 줄기가 가늘고 수피가 발달하지 않아 예측하기가 어렵지만, 복분자딸기만큼은 구별이 가능하다. 늘어지듯 휘어진 줄기엔 가시가 있고, 무엇보다도 줄기에 흰 가루를 묻혀 놓은 듯 보이기 때문이다.

복분자딸기는 쉽게 말하면, 밭에서 키우는 딸기가 아니라 산에서 자라는 나무딸기, 즉 산딸기 종류의 하나이다. 산딸기 집안엔 흰 꽃이 피고 잎이 하나씩 달리는 그냥 산딸기가 아니고도 아주 여러 종류가 야생하는데, 복분자딸기는 흰 가루를 묻힌 줄기의 특징이 아니더라도 분홍색 꽃을 피우고, 작은 잎들이 여러 개 모인 겹잎이며, 익으면 열매가 붉은색에서 나아가 검붉게 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복분자딸기는 사실, 여러 가지 용도의 식품이 개발되어 이름이 높다. 복분자(覆盆子) 이름이 알고 보면 좀 그런데, 이 나무열매를 많이 먹으면 힘이 넘쳐 소변을 보면 요강이 엎어질 만큼 강력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고창을 시작으로 하여 나무농사를 지어 만든 복분자주가 아주 유명하다. 사실 복분자주는 맛도 달콤하고 붉은 빛깔이 너무나 곱고 진해 약효는 둘째치고라도 투명한 유리잔에 담아 좋은 사람과 더불어 마시는 그 분위기만으로도 취할 듯 곱다. 이 즈음엔 쥬스, 잼, 파이 등 여러 식품에 들어가 이름이 높다.

사실 복분자는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한데다가 이미 설명한 약효 이외에 여러 좋은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성질이 따뜻하여 몸이 차가운 체질인 사람에게 좋고 혈액순화 효과가 있다고 하며, 최근에는 항암 성분도 알려지고 있다.

신장에도 좋고, 탈모를 막는 데도 도움을 주며, 간기능에 효과도 높아 만성피로나 숙취해소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여자들에게는 피부의 노화를 방지하고 탄수화물과 지방의 흡수를 막아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하니 만병통치약인 듯도 싶다.

이 복분자딸기에 잎이 나면 봄이 온 것이고, 꽃이 피면 봄도 가는 것이다. 열매가 익으면 여름도 무르익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이 한해도 나무와 풀과 함께 지내고 싶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