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갯버들

복수초, 변산바람꽃…. 이미 봄꽃 구경을 시작하였는데 때아닌 눈발이 흩날렸다. 마지막 꽃샘 추위였을까? 눈소식이든 비소식이든 가뭄소식이든 하물며 이웃나라의 지진소식까지 몇십 년 만에 혹은 관측 이래 처음이라는 일들이 자꾸 생겨난다. 인류가 지구에게 감당하기 힘든 상처를 주고 있었나 보다.

그래도 생명은 참 강하다는 생각을 한다. 냇가에 물이 흐르고 그 곁에는 어김없이 버들강아지가 아롱아롱 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봄이 온 것이다. 그래서 봄을 희망이라고 말하나 보다.

이 봄에 맑은 물이 흐르는 냇가 가장자리에 무리지어 자라며 가지마다 솜털을 뽀송하니 피어내는 버들강아지 혹은 버들개지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갯버들이다.

갯버들은 버드나무과에 속하는 작은키나무이다. 버드나무 집안에는 키가 큰 그냥 버드나무, 역시 키가 크지만 황록색의 가는 줄기가 축축 늘어지는 능수버들 같은 종류도 있고, 갯버들처럼 작은 키를 가지고 뿌리 근처에서 많은 가지를 다북하니 만들어내며 자라는 종류도 있다.

갯버들은 봄에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핀다. 풍매화여서 화려한 잎을 가진 꽃들은 아니지만 윤기나는 가는 솜털이 일어나면서 노랑 혹은 빨강이나 주홍빛을 가진 꽃밥들이 차례로 일어나는데 바로 꽃이 핀 모습이다. 정확하게는 수꽃들이 모인 수꽃차례가 피어나는 모습이다.

갯버들은 암나무와 숫나무가 따로 있는데 암꽃차례엔 우리의 눈길을 잡는 이런 고운 빛깔의 꽃밥이 없다. 대신, 꽃가루받이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씨앗이 맺히고 충분히 익으면 그야말로 솜을 몽실몽실 달고 봄바람에 씨앗을 날려 보낸다.

이즈음엔 잎도 볼 수 있다. 손가락 길이 정도 되는 피침형의 잎은 서로 어긋나지만 자유롭게 비교적 많이 달린다. 새로 난 잎에도 털이 가득하지만 잎이 펼쳐지면서 이내 없어진다.

모습과 기능은 다르지만 잎이며 열매며 꽃이며 털이 많은 까닭인지 갯버들을 솜털버들이라고도 부른다. 갯버들은 강한 나무이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까지 숲의 물가엔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추위에도 강하고 심지어는 바닷물에도 강한데 다만 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살기 어렵다.

봄이 오면 사람들은 갯버들 가지를 꺾어 항아리에 한아름 담아 두고 봄의 모습을 보곤 한다. 꽃꽂이의 좋은 소재이다. 이런저런 꽃빛이나 줄기의 빛깔이 다른 종류들을 일부러 키워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생태적인 조경소재로도 적합하다. 해안이나 제방에 흙을 붙잡으며 방수림의 기능을 할 수 있는 나무이다.

버드나무류를 총칭하는 속명 셀릭스(Salix)는 라틴어로 가깝다는 뜻의 살(sal)과 물이라는 뜻의 리스(lis)의 합성어라고 한다. 그래서 냇가에 심어 두면 물도 정화시키며 잘 자라는 좋은 나무지만 너무 왕성하여 때론 물길을 막을 수도 있다.

어린 가지들을 이리저리 휘고 엮어 세공품을 만들기도 하고 나무껍질은 약으로 쓴다는 기록도 있다. 갯버들을 한 아름 키우고 싶거든 줄기를 잘라 꽂으면 아주 쉽게 뿌리를 내린다.

날이 조금 더 풀리면 갯버들 구경이나 떠나야겠다. 물가에 앉아 따사로운 봄의 햇살과 부드러운 봄바람을 맞으며 적당히 굵은 가지를 잘라 껍질을 틀어 만들어 버들피리라도 불어보는 여유를 누리고 싶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