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양지꽃

그제 순천에서 활짝 핀 백목련 꽃을 보았다. 어젠 대전에서 보았는데 아직 제대로 부풀지 않은 봉오리였다. 오늘 일하고 있는 광릉숲 언저리엔 소식이 먼 듯하다.

혹시 주말에 날씨가 어떤 변덕을 부릴지 몰라도 그래도 봄 소식은 남에서 차츰 올라오고 있음이 확실하다. 오늘은 봄볕이 따사롭고 그래서 평온하고 행복한 마음이 든다.

오전에 나무 강의를 하였다. 한 두시간은 밖에서 직접 나무를 보며 이야기 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잎도 나지 않은 나무들을 보고 나무 이야기 하기가 난감하여 망설이고 있는 내게 누군가가 말하였다.

이런 봄날 봄바람을 맞는 일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느냐고. 정말 그러하다. 그래서 이리저리 나무 구경을 하고 나니 한결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이렇게 좋은 봄 햇살이 비치는 양지바른 산 가장자리에 혹시 양지꽃이 피어있나 두리번거렸지만 아직은 소식이 멀다. 하지만 이내 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봄의 햇살이 닿은 이 땅의 그 어느 곳이든. 그때가 되면 더 이상 꽃샘추위 같은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양지꽃은 잠미과에 속하는 여러해 풀이다. 산기슭이나 풀밭에 뿌리를 내리고 사방으로 줄기를 펄쳐 낸다. 오래 묵은 포기는 크기가 크기도 한데, 줄기의 길이는 길지만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방석처첨 펼쳐지고 늘어지고 때론 그 끌을 위로 올리며 자라므로 키는 작게 느껴진다.

줄기 끝에는 비대칭적인 꽃차례를 만들어 내며 각각 열 개정도의 꽃송이를 맺는다. 햇살을 받아 봉오리가 터지고 5장의 꽃잎을 피워낸다. 잎은 뿌리를 중심으로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15정도까지로 여러 개의 작은 잎이 둥글게 모여 달린다.

양지꽃은 즐겨먹는 나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린 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고, 한방에서는 약재로 이용하기도 한다. 잎과 줄기는 위장의 소화력을 높이고, 뿌리는 피를 멈추게 하고 피 속의 독을 제거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자이름으로는 치자연(雉子筵), 위릉채 등이 있다.

비교적 흔한 식물이어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식물체가 강건하여 어디서나 잘 자라고, 꽃은 노란색이 가득하여 보기 좋다. 봄에 피기 시작한 꽃들이 여름이 되도록 오래 동안 피고 진다. 예전에 깨진 기왓장 위에 흙을 얹어 양지꽃을 심은 것을 보았는데 그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산에는 양지꽃 집안의 식물들이 제법 여럿 있다. 그래서 봄날 양지 바른 산에 가서 양지꽃 식구들을 찾아 구별하는 일도 아주 재미나다. 양지꽃과 똑같은 꽃을 가졌지만 작은 잎이 세 장씩 달리면 세잎양지꽃이다. 돌 틈에서 자라며 작은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잘 발달하면 돌양지꽃이다. 식물체에 솜털이 많이 나있으면 솜양지꽃이고 그밖에도 많이 있다.

양지꽃은 작고 귀엽고 사랑스런 봄꽃이지만 알면 알수록 강한 생명력을 지닌 식물이다. 자라는 곳은 햇살이 좋기만 하면 다소 척박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 자란다.

옆으로 기는 듯 자라는 줄기는 어쩌다 중간이 잘라져도 이내 그 부분이 아물고 뿌리를 내리고 새순을 내어 놓는다. 여린 듯 강한 생명력을 지닌 것이 야생화라고 하지만 양지꽃은 좀더 특별하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