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연복초

창가로 봄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든다. 몸도 나른하고 피곤도 깊어진다.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지천에 봄이었다. 하늘도 땅도, 나무도 풀도, 생명이 움찔거리는, 말 그대로 약동의 느낌이 온 대기에 넘실거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곳에서 일하면서 회의와 책상을 옮겨 다니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바보스러운 일인가.

수목원의 광릉숲이 지난 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숲이 보다 환해지고 삐죽삐죽 올라오는 새싹도 그렇다. 거의 지고 있는 꿩의바람꽃이나 이제 막 피기 시작한 피나물 무리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지난 여름, 숲에 큰 상처를 주었던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오래 살던 그 나무들이 많이 넘어져 처참했는데 봄은 그 숲 사이의 틈에 유난히 많은 야생화를 내놓는 거 같다. 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인간이 예측하기 어려운 경지임에 틀림없다. 지난 세월.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 봄에 그 어린 싹들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천천히 감동 어린 마음으로 숲 길을 거닐자니 그 많은 새싹 틈바구니에서 조금 다른 색감을 가지고 눈에 들어오는 풀이 있다. 연복초이다. 그것도 아주 활짝 핀, 지금 한창인 연복초 무리가 숲과 오솔길이 만나는 곳, 돌과 흙이 만나는 언저리 즈음에 소복소복 피어있다. 잎은 진한 연두색, 꽃은 연한 연두색이니 스쳐 보면 어느 것이 잎이고 꽃이고 줄기인지 잘 모르겠다.

연복초는 연복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땅위로 소복하게 잎들이 나고 그 사이에서 꽃대가 올라온다. 그렇게 줄기를 올려 꽃을 피워보아야 손가락 하나쯤 높이일까. 땅 위에 바로 달리는 잎은 한 번에서 세 번까지 갈라지고 줄기엔 세 갈래로 갈라진 잎이 달린다.

꽃은 연두색에 약간 탁한 노란색을 섞은 듯한 빛깔인데 꽃 한 송이가 지름 2~3mm로 정말 새끼손톱보다도 작다. 그리고 이 작은 꽃들은 돌려가며 많게는 다섯 송이 정도가 줄기 끝에 다닥다닥 달려 핀다. 그리고 봄이 갈 즈음 그 자리엔 둥근 열매가 달린다.

쓰임새로 치면 관상용으로 하기엔 조금 작고 소박한 듯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여러 포기가 무리지어 지면을 덮고 피어나니 이러한 특성을 잘 살리면 좋을 듯도 하다. 항균 및 진경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민간에서는 종기가 나면 바른다고 한다. 광릉숲에는 지천이고, 제주도에 가서도 쉽게 만나져 전국에 흔하게 볼 수 있으려니 싶은데 생각보다 알려진 자생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연복초라는 조금은 특별한 이름은 봄에 복수초를 캐는 데 연달이 딸려 나와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러니 한자로는 연복초(連福草)라고 쓴다. 복받고 오래 살라는 첫 봄의 인사를 복수초(福壽草)가 했다면, 연복초는 봄 내내 복 받고 살라는 축복의 말을 하는 것 같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