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남산제비꽃

봄이 한창인데, 올해도 지난해처럼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날씨의 변덕을 경험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봄이지만 때론 실내가 쓸쓸하여 햇살을 따라 다니는 해바라기를 하곤 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매일매일 봄의 풍광들이 바뀌어 간다. 양지 바른 숲에는 올망졸망한 꽃들이 한창이다.

이 즈음에 키를 낮추어 제비꽃 집안 공부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보라색의 제비꽃, 노란꽃이 피는 노랑제비꽃, 잎에 얼룩무늬가 있는 알록제비꽃을 소개했던 기억도 있다. 이들과 함께 찾아보았으면 하는, 제비꽃 집안에 중요한 식구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남산제비꽃이다.

남산제비꽃은 제비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짐작했겠지만 남산에서 가장 처음 발견되어 남산제비꽃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남산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전국의 산에서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제비꽃 종류가 바로 남산제비꽃이다. 그냥 제비꽃이 들녘 풀밭에 흔하다면 남산제비꽃은 숲가에서 주로 만날 수 있다.

흰 꽃이 피는데 꽃이 큼직하다. 물론 그래봤자 제비꽃보다 다소 큰 정도이지만, 무엇보다도 잎이 갈래갈래 갈라져 한눈에 금세 알아볼 수 있다. 수십 가지에 속하는 제비꽃 식구 중에서 가장 쉽게 구별하여 알아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남산제비꽃이다.

남산제비꽃이 더욱 좋은 것은 향기가 좋다는 점이다. 아주 맑고 그윽한 향기가 난다. 길을 걷다가 어디서 나는 향기일까, 두리번거리다 남산제비꽃을 발견하는 일도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작은 화분에 남산제비꽃 몇 포기 심어 놓고 햇살 잘 드는 창가에 두고 보면 봄의 향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물론 화단도 좋다. 꽃이 피는 시기도 이른 봄에서부터 봄이 가도록 이어지니 큰 장점이다. 서울 남산을 찾는 이들에게 이 향기로운 남산제비꽃 화분을 기념으로 살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다못해 남산제비꽃을 예쁘게 눌러 만든 카드나 행운의 열쇠고리 같은 것을 만들어도 좋겠다. 남산에서만은 네잎클로버가 아닌 남산제비꽃이 행운과 행복의 상징이 됐으면 좋겠다. 옛 어른들이 식물 이름에 공식적으로 산의 이름을 붙여 주었으니 얼마나 영광스런 일인가.

뿌리에서 올라와 세 갈래로 갈라지고 다시 두 갈래로 갈라진 잎새는 꽃이 필 때까지는 꽃 아래에서 배경처럼 펼쳐지다가 꽃이 지면 키를 쑥 키우고 잎도 무성해진다. 열매를 충실히 하고 내년에 더욱 튼튼한 자신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증거이다. 참 대견하고 예쁜 꽃이다.

얼마전 용인의 한 식물원에서 식사를 하였다. 밥 위에 비벼먹을 수 있도록 소복하게 담긴 것이 바로 제비꽃들의 꽃이었다. 잎은 물론이지만 식용으로 먹을 수 있는 꽃들이 있는데 이른 봄에 가장 좋은 것이 바로 제비꽃집안 식구들이다.

앙증맞아 보기도 아까운 꽃들을 먹어버리나 싶었지만, 나른하고 힘겨운 일상에 제비꽃밥으로 한 끼 먹는 호사를 부려보는 것도 내 자신에 대한 대접 같아서 행복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