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 창비 펴냄/ 1만 원

최근 지성계에서 유행하는 말 중에 '예외상태'란 말이 있다. 조르조 아감벤이라는 사람이 만든 말인데, 요점은 우리는 우리 안의 타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들여다 볼 때 예외상태를 감지할 수 있고, 그때야 비로소 온전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예컨대 탈북자나 이주노동자 같은 우리 안의 타자로 사회를 바라볼 때 제대로 결핍을 알 수 있고, 이 결핍을 인정할 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말이다.

조해진의 장편 <로기완을 만났다>는 이 연장선에서 읽힌다. 이전 인터뷰에서 그는 "소설에서 언제나 소외된 사람들, 경계에 선 사람들이 있어왔기 때문에 제가 새로운 작가가 되지 못한다"고 했고, "하지만 소설가는 끊임없이 자기가 바라볼 수 있는 벽을 향해서 소리를 내야하는 변방에서라도 얘기할 것이 있을 때 말하는 작가이고 싶다"고 했다.

방송작가였던 '나'는 벨기에로 밀입국한 스무 살 청년 탈북자 로기완의 흔적을 따라간다. 소설은 고향을 떠나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완벽한 이방인'으로 유령처럼 떠다녔던 탈북자의 삶을 방송작가 나의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니셜 L, 로기완은 함경북도에서 태어나 생존을 위해 이역만리 벨기에로 밀입국한 청년이다. 함께 국경을 넘은 어머니가 중국에서 세상을 떠난 뒤 그는 어머니의 시체를 팔아 마련한 돈 650유로를 갖고 브뤼셀에 온다.

나는 불우이웃의 사연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방송작가다. '나'는 출연자 중 한 명인 여고생 '윤주'의 후원금을 늘리기 위해 사연이 방송될 날짜를 추석연휴로 미룬다.

하지만 이 사이 윤주의 혹이 악성 종양으로 바뀌는 결과를 만들고 나는 죄책감으로 윤주와 PD에게 등을 돌린다. 그리고 탈북자 로기완의 이야기를 접하고 무작정 벨기에로 떠난다. 나는 로기완이 남긴 일기를 구해 그의 3년 전 발자취를 되밟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아픔을 치유해간다.

'로의 일기를 가방에 넣고 이번엔 감색 상자를 꺼낸다. 상자 안에는 파란색 스프링 노트와 앨범, 그리고 엘렌의 크리스마스카드가 들어 있다. 비행기가 미미하게 흔들려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나는 노트를 펼치고 정신을 집중하여 한줄 한줄 쓰기 시작한다.(…) 한 시간여 만에 비행기가 착륙할 때쯤 나의 기록도 끝이 난다. 로, 이것이 바로 내가 들려주고 싶은 나의 이야기이다.' (189페이지)

우리는 우리 안의 타자, 예외상태로서의 불안정한 공간과 결핍을 인정할 때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살아낼 수 있다. 그리고 이 가능성을 종종 문학에서 발견한다. 조해진의 소설처럼.

다큐멘터리 미술
KBS <다큐멘터리 미술>제작팀․이성휘 지음/ 예담 펴냄/ 1만 6000원

시장과 경제 흐름에 따라 예술의 탄생, 변화 과정을 살핀 책이다. 대부분 예술서들이 미술사조나 작가, 작품의 연대기를 중심으로 미술 역사를 소개한다면, 이 책은 피렌체, 파리, 뉴욕, 런던 등 시대적으로 예술의 수도가 된 도시를 중심으로 미술의 진화와 변모를 밝히고 있다. 15세기 피렌체부터 오늘날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까지 미술사의 긴 여정을 다룬다.

트래블 테라피
권혁란 지음/ 휴 펴냄/ 1만 5000원

저자인 권혁란 씨는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전 편집장. 전업주부로 살다가 사회생활을 시작해 10여 년간 직장을 다니다 한꺼번에 닥친 인생의 위기 앞에 내동댕이쳐졌다. 이 책은 '그래서 떠난' 여행의 흔적들이다. 저자는 중랑천변부터 안나프루나까지 길 위에서 위로받았던 날들을 기록했고, 제주에서 카페를 열었고, 인생 2막을 시작했고, 그렇게 보낸 지난 천 일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제 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애란 외 6인 지음/ 문학동네 펴냄/ 5500원

출판사 문학동네가 심사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출간됐다. 지난해 제정 운영하기 시작해 등단 10년 이내의 작가에게 수여하는 이 상은 지난해 김중혁의 'F1/B1'가, 올해는 김애란의 '물속 골리앗'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김애란 외에 김유진, 김성중, 이장욱 등 한국문단 최전선에서 활동중인 6인의 단편도 감상할 수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