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르 이 저자] 강상중 도쿄대 교수인권ㆍ소수 앞세우는 중도 성향 지식인… 자전적 에세이 출간

재일조선인 최초 도쿄대 정교수. 강상중을 소개할 때 대개 이런 말로 시작한다. 1950년 일본에서 태어난 강상중은 1998년 한국 국적자로는 최초로 일본 도쿄대 정교수가 됐고 이후 한국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재일동포 2세인 그는 일본인도 한국인도 북한인도 될 수 없었고, 스스로를 이야기할 언어(모어)도 갖지 못했고, 당연히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자랐다.

강상중은 와세다 대학 정치학과에 재학 중이던 1972년 처음 한국을 찾았고 한국인들의 일상을 접하면서 "나는 해방되었다"고 할 만큼 자신의 존재를 새로 인식하게 된다.

이후 일본 이름 '나가노 데쓰오'를 버리고 한국 이름 강상중을 쓰기 시작했다. 재일조선인의 사회 진출이 쉽지 않아 대학원에서 유예기간을 갖던 중 은사의 권고로 독일 뉘른베르크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이념과 당파를 떠나 인권과 소수를 앞세우는 리버럴 중도 성향의 지식인이다. 근대화, 산업화, 세계화, 동북아 평화 문제 등을 안고 있는 일본 사회를 강하게 비판한다.

일본 근대화 과정과 전후 일본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일본 지식인 사회에서 주목받았고, 2003년 <북일관계의 극복 - 왜 국교정상화교섭이 필요한가>라는 민감한 주제의 책을 펴내 보수적인 일본 학계에서 새로운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런 인식의 근간에는 막스 베버와 푸코, 에드워드 사이드가 있다. 그는 이 지식인들의 저서를 통해 재일조선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과 문제의식을 근대화와 서구중심주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보편적 콘텍스트로 이해하고 확장하게 된다.

<재일 강상중>, <내셔널리즘>, <세계화의 원근법>,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향하여> 등 그가 쓴 저서들은 모두 재일조선인이란 자신의 정체성에서부터 시작된다.

2009년 국내 출간된 <고민하는 힘>은 저자와 일본 사회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아리랑을 부르시던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로 서두를 연 이 책은 진지함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 분위기(1장), 개인의 과잉이 가져온 무력함의 확산(5장), 지혜로운 어른세대의 부재(9장) 등 일본 사회에 대한 부드럽지만 통렬한 비판에 기초하고 있다.

지난주 재일동포 1세인 어머니의 삶을 기술한 자전적 에세이 <어머니>가 출간됐다. 2008년 봄부터 슈에이샤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연재한 '어머니'를 단행본으로 편집한 것이다. 저자의 어머니와 자신의 가족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책은 소설적 기법을 사용해 어머니의 삶을 재현하고 있다.

재일조선인의 사회적 성공이 어려운 일본사회에서 그의 인기는 이례적이다. <고민하는 힘>을 비롯한 그의 저서는 일본 내에서 100만 부 이상 팔렸고, 그는 텔레비전 토론프로그램은 물론 <홍백가합전> 같은 오락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와다 하루키 도쿄대 교수는 보수적인 일본사회에서 그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것을 '강상중 현상'이라 말한 바 있다.

재일조선인인 자신의 정체성에서 일본과 한국 사회 결핍을 드러낸 그의 발언이 독자에게 울림을 주기 때문일 게다. 이주노동자, 탈북자 같은 내부의 타자는 때로 그 사회의 결핍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고로 강상중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재일조선인이라는 말 또한 소수자의 대명사로 이해돼야 할 것이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자신의 정체성을 통해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을 비판했지만, 세계는 그를 팔레스타인 지식인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