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중의무룻

숲길을 걷노라니 도통 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고물고물 올라오는 온갖 들꽃들이 눈길을 잡고 마음을 잡는다. 원래 풀과 나무를 번갈아 소개하고자 했지만 연복초, 남산제비꽃에 이어 삼 주째 풀에 빠져있다.

어쩌겠는가, 이 아까운 봄이 지나고 나면 사라질 이 풀꽃들을 두고 다른 생각일랑 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올해 유난히 숲 속이 환하고 풀꽃들이 그득하다.

작년에 큰 피해를 주고 간 태풍 곤파스로 수많은 나무들이 넘어져 마음을 아프게 하더니만, 나무들이 스러진 사이로 볕이 들고 그 틈새를 비집고 꽃들이 어김없이 피어난다. 더불어 살아가는 숲 속 생태계의 희로애락이 잘 담겨 있다.

중의무릇도 그 속에서 보인다. 꽃이 피기 시작한 지 한 달은 된 듯하다. 작은 꽃들이 사방으로 달려 막상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면 항상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에 미치지 못해 미루었던 이 풀을 이 봄이 가기 전에 소개해야겠다.

중의무릇은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산과 들에 산다고 되어 있지만, 주로 만날 수 있는 곳은 산으로 들어가는 초입, 길 가장자리 나무 아래 풀밭이다. 잎 모양도 잔디처럼 보이고 햇살을 받으며 노란 꽃이 피면 초록의 바다에 노란 별이 떨어진 듯 곱디곱다.

한 포기의 높이는 잘 자라봐야 한 뼘쯤 된다. 한 개의 날씬한 잎이 땅 위에서 올라오고 그 옆에 한 개의 줄기가 올라오며 그 끝에 길기도 짧기도 한 여러 개의 꽃자루가 갈리고, 그리고 그 끝에 드디어 노랗고 단정한 꽃이 핀다. 꽃자루가 달리는 부분에 마치 잎처럼 생긴 것이 두 장 달리는데 그것은 잎이 아니고 꽃차례 아래 달려 포엽이라고 부른다.

왜 중의무릇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분홍색 꽃이 피는 무릇이라는 식물이 있는데 이 이름은 물웃의 옛말이고 물구지란 지방이름이 있다고 한다. 이 각각의 뜻은 위쪽 그리고 가장자리라는 의미라고 하니 물기 즉 습기가 많은 눅눅한 곳에서 자라는 풀이기 때문이라고 하고, 거기에 중의무릇은 스님이 사는 산, 숲에서 자라 붙은 이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양에서는 이 종류의 식물을 베들레헴의 노란 별이라고 한다니 맨 처음 중의무릇을 보고 표현했던 내 마음과 같았던 모양이다. 지방에 따라 중무릇, 조선중무릇, 반도중무릇, 애기물구지 등으로 불리운다.

쓰임새로 치면 민간에서 자양강장제로 쓰고 땅속의 비늘줄기는 심장병에 좋다고도 하는데 구체적인 내용들이 없어 단언하기 어렵다. 화려한 꽃이 피는 것이 아니어서 관상용으로 크게 주목을 받긴 어렵겠지만 그늘진 풀밭에 자연스럽게 섞여 자라는 자연 화단을 만든다면 잘 어울릴 듯하다.

포기를 늘리고 싶다면 씨가 완전히 익기 전에 채종하여 뿌려 두면 이듬해 싹이 올라온다. 하지만 꽃은 3년쯤 기다려야 핀다. 포기를 나누고자 한다면 땅속 구군 곁에 길게 뻗은 줄기에 새로운 구근이 딸리면서 퍼져 나가는데 이를 잘라 심으면 된다. 여름에 그늘을 가리는 나무 밑이 좋다.

봄이 가기 전에 부지런히 숲길 산책을 더 해야겠다. 어떤 새로운 꽃이 우리를 기다릴까 기대가 크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