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유머는 지금의 십 대, 작가 자신, 오늘의 30대 모습

컴백홈
황시운 지음/ 창비 펴냄/ 1만 1000원

제목을 보고 '혹시?'란 생각이 든다면, 맞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컴백홈>의 그 컴백홈. 원제는 '차고 날카로운 달'이었는데, 작가가 서태지의 노래 <울트라맨이야>를 들으며 본 달의 이미지에 착안해서 썼기 때문이란다. 소설은 2011년을 살고 있는 '서태지 키드'의 이야기다.

서태지가 데뷔한 1992년에 태어난 아이가 대학생이 된 마당에 서태지를 우상으로 여기는 청소년이 있을까? 수학 강사를 하며 밥을 벌었던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가르치던 학원에서 본 대부분의 아이들은 언어를 비롯해 기존의 질서들을 파괴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하려 했다. 그애들은 어른들 못지않게 속물스러우며, 위험하고 살벌한 방식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 아이들 틈에, 불운했지만 그래도 서태지라는 기라성 같은 존재에게 기대하고 위로받을 수 있었던 우리세대의 아이 하나를 심어놓고 있었다.' (285페이지, 작가 인터뷰 중에서)

여기, 가수 서태지를 삶의 유일한 희망으로 삼는 여고생이 있다. 몸무게 130kg으로 별명은 슈처울트라 개량돼지. '슈퍼울트라 개량돼지이기 때문에 왕따가 된 것인지, 왕따이기 때문에 슈퍼울트라 개량돼지가 되어버린 것인지조차 분명치 않'(35페이지)지만, 어쨌든 그녀는 학교 왕따이고, 친구 지은은 그녀를 괴롭히는 일진 패거리의 짱이면서도 그녀의 유일한 친구다.

'소설 속 유미와 지음처럼 요즘 아이들의 관계는 친구면 친구, 왕따면 왕따, 이렇게 단순하게 결정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친구이면서도 따돌리고, 친구이면서 때리고 괴롭히고, 친구이면서도 증오한다.' (283페이지, 작가 인터뷰 중에서)

이 괴로운 현실에서 유미에게 서태지는 구원의 존재다. 유미는 서태지가 현실세계가 아닌 차분한 달에서 왔을 거라 믿고 언젠가 서태지와 함께 달로 가기 위해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아무리 서태지라도 '슈퍼울트라 개량돼지'를 보듬어주진 않을 것임을 알기에. 그녀는 가출하고, 혼전 임신한 지은은 입소한 미혼모 보호시설로 가게 된다. 일진은 카리스마는 없어지고 평범하게 변해버린 지은의 모습을 보며 실망하지만, 유미는 그 변화가 지은의 뱃속에 든 생명을 어떻게 할지를 늘 고민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적응한 결과임을 알게 된다.

책 말미 인터뷰에서 작가는 말한다. "오랜 세월 동안 무언가를 열망해온 사람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시간을 체험해봤다. 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사는 게 무의미하기만 했던 시간을 넘치도록 경험했다"고. 소설 속 유미에게는 지금의 십대이자 작가 자신, 서태지 키드로 자란 오늘의 30대 모습이 모두 투영돼있다.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황시운의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으로 짧고 경쾌한 문체, 능숙한 구성이 가독성을 높인다.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정준호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1만 3500원

생물학을 전공하던 저자는 기이함과 독특함에 이끌려 '기생충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기생충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고 싶어 아프리카로 떠난 독특한 인물이다.

저자는 기생충을 키워드로 생물이 서로 기생, 공생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진화해온 이야기, 질병, 개발, 전쟁 등 최전선에서 기생충이 인간과 함께해온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기생충과 숙주에 관한 1,2장, 기생충과 인간에 대한 3,4장으로 구성됐다.

미네르바의 경제전쟁
박대성 지음/ 미르북스 펴냄/ 1만 5000원

포털사이트 다음의 경제논객, 미네르바 박대성 씨의 경제분석서. 저자는 88만 원세대인 청년부터 중장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각 세대가 처한 경제상황을 진단하고 한국의 경제정책을 비판한다. 한국경제의 취약구조를 분석한 1장, 그 구조로 인한 경제리스크를 소개한 2장, 작금의 상황에서 대안을 제시한 3장으로 구성됐다.

보광동 안개소년
박진규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1만 원

'수상한 식모들'로 2005년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박진규의 세 번째 장편소설. 안개로 뒤덮인 얼굴로 태어난 소년은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외할머니 로즈마리 손에서 자란다.

'안개소년'은 대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복사해 그대로 흉내 낼 수 있는 재주를 지녔다. 21세기형 프랑켄슈타인이 사회에서 타자로 살아가는 현실을 작가는 특유의 짧고 경쾌하고 직설적인 문체로 담았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