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당매자나무

지금 봄의 색깔은 지난주와는 또 다르다. 나무가지마다 새싹들이 올라오고 있어 먼 산을 바라보면 연한데 솜털 때문인지 흰빛도 돈다.

그렇게 몽글몽글 수관을 이루더니 어느새 한층 맑고 깨끗한, 하지만 아직은 연한 연두빛 녹색을 띠고 있다. 그 깨끗한 잎새들과 아주 걸맞은 꽃을 피우고 있는 키 작은 나무를 만났다. 잎새 아래로 조랑조랑 노란 꽃송이들을 매달고 있는 당매자나무이다.

그동안 비슷한 노란 꽃송이들을 마치 포도송이처럼 달고 있는 매자나무나 매발톱나무는 잘 알고 지냈는데 웬일인지 당매자나무는 그냥 스쳐보았던 것 같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이름 앞에 '당'이라는 글자가 붙어 중국에서 온 나무려니 싶었고, 자주 잎을 가진 품종이 널리 보급된 일본매자와도 혼동을 하고 있었던 듯싶다. 새삼 알고 보니 당매자나무는 중국에도 자라지만 우리나라에도 자라는 자생식물이다. 북부지방에서 만주-중국-몽골로 이어지는 분포이다 보니 영어이름은 Chinese barberry이다.

오랫동안 나무나 풀을 보고 살면서도 아직도 모르는 것도 불확실한 것도 많다. 그래서 여전히 공부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이름 앞에 당이라는 글자가 붙어 억울한 것은 이 나무만은 아니다. 당단풍나무는 가장 널리 분포하는 단풍나무인데 중국 단풍에 이름을 올려 놓기도 하고, 당마가목 역시 오해를 받기도 한다.

당매자나무는 매자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지는 작은 키 나무이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지만 짧은 가지에서 마치 한 자리에서 여러 개가 모여 달린 듯하고, 그 아래로 황금빛 종처럼 귀엽고 아름다운 꽃송이가 늘어지듯 달린다.

한 꽃차례에 열 개 내외까지 달린다. 매자나무보다 훨씬 적다. 잎도 매자나무보다 작으며 가장자리엔 톱니도 없이 밋밋하여 훨씬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하지만 가지에 가시는 물론 있다. 세 갈래로 갈라진 한 가시가 그 고운 봄 빛깔의 꽃송이와 잎 속에 숨어 있으니 예쁘다고 덥석 만져서는 안 될 일이다.

포기도 적절하게 크고, 꽃과 잎이 가득 달리고, 더욱이 가을에 주렁주렁 오래 달려있는 붉은빛 열매가 좋아 관상용으로 훌륭하다. 이미 여러 정원에 오래 전부터 심어왔다. 햇살만 잘 들으면 추위에도 오염에도 강하고 해안가에서도 잘 견딘다고 하니 어디든 보기 좋게 심어 볼 일이다. 줄 지어 심어 생울타리로 만들어도 좋고, 한 그루씩 심어도 모양이 만들어져 좋다.

한방에서는 뿌리와 가지를 소벽 또는 삼과침(三顆針)이라는생약 이름으로 쓴다고 한다. 열을 내리고 염증과 독을 풀어주는 등의 효능이 있어 급성장염, 이질, 황달, 상처 나거나 결막염, 후두염, 충혈 등에 효과가 있다는 기록이 있다.

나무를 많이 늘리고 싶으면 가을에 딴 열매의 붉은 과피를 벗기고 묻어두었다가 봄에 파종하여도 좋고 가지를 봄이나 초여름에 잘라 삽목하여도 뿌리를 잘 내린다.

이 봄에 새로 마음에 둔 당매자나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가도록 붉은 열매가 오래오래 눈길을 줄 것 같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