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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 작가, 한국문학의 대모

[이 장르 이 저자] 소설가 박경리
'개별적 보편성'의 전형… '박경리 세계 문학상' 제정
소설을 읽지 않는 독자라도 박경리의 작품은 알고 있을 터다. TV 드라마로 세 차례 만들어진 <토지>를 비롯해 그녀의 장단편 소설은 한국사의 흐름과 맥을 같이 했으니까.

그 꼿꼿한 강단과 서늘한 시선, 굴곡진 경험에서 빚어진 소설은 이 나라 작가들이 무지몽매 이루려 하는 '개별적 보편성'의 전형으로 꼽히니까.

<수난이대>로 기억되는 하근찬을 비롯해 한국전쟁 전후 등단 작가 대다수가 '등단작=대표작'인 것이 한국문학의 현실이지만, 그녀는 등단 이후 줄기차게 작품을 썼다. 25년간 한 작품에 매달려 '이 나라 최고의 소설로 꼽히는'(문학평론가 김윤식) <토지>를 완성했고, 작고 때까지 꾸준한 집필 활동으로 후배작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박경리. 1926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195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작가의 아버지 박수영은 조강지처를 버리고 재혼했고, 어머니는 그런 남편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작가는 '나의 문학적 자전'(1984)에서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경멸, 아버지에 대한 증오, 그런 극단적 감정 속에서 고독을 만들었고 책과 더불어 공상의 세계를 쌓았다"고 성장기를 회고했다. 1945년 진주여고를 졸업한 후 이듬해 김행도와 결혼, 6.25때 남편을 잃었다. 이 생애가 그녀의 문학 밑천이다.

등단작 <계산>과 <흑흑백백>을 비롯해 그의 초기작에는 한국전쟁의 트라우마를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 많다. 대표적인 작품이 여성의 눈을 통해 부정과 위선, 허위로 가득 찬 현실 상황을 그린 <불신시대>다.

작가는 1960년대에 접어들어 장편 <김약국의 딸들>을 발표하며 자기 체험에서 벗어나 객관적 시점을 확보, 제재와 기법 면에서 다양한 변모를 보이는 등 작품세계의 전환을 이룬다.

작가 박경리를 논하며 <토지>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1969년 <현대문학>에 1부를 연재하기 시작한 후 <문학사상>, <월간경향>, <문화일보> 등 매체를 옮기며 1994년 8월까지 25년간 원고지 4만 장 분량의 대하소설 5부를 탈고했다.

1897년 하동 평사리에서 시작해 1945년 8월 해방 때까지를 다룬 이 소설은 서울, 만주, 일본 등을 무대로 격동의 근대사를 그린다. 집필 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토지>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핍박 속에 견뎌낸 우리 민족의 딱한 사정과 생명을 작가의 직관력으로 담은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토지> 완간 후 한동안 작품 발표가 뜸했던 그는 여주인공 해연의 가족사를 통해 광복 이후 한국사를 그린다는 목표로 <현대문학>에 장편 <나비야 청산가자>를 연재했지만, 3회만에 중단했다. "<토지>의 종착점이었던 광복 이후의 역사를 지식인에 국한해서 쓰려고 하니까 올이 수도 없이 많아져 감당이 안됐다"는 것이 이유다. 미완의 소설을 남긴 채 2009년 폐암으로 타계했다.

지난 주 작가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제정됐다. 토지문화재단이 제정한 '박경리 세계 문학상'이 그것. 소설 부문에 국한해 첫 회는 한국 작가를, 2회부터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문학을 대상으로 한단다. 한국 작가를 대상으로 시상하는 국내 문학상과 달리 세계 문학상으로 출범해 한국의 노벨문학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다.

이제 세계 문학계가 변방의 작은 나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할까? 우리 작가들도 세계문학의 보편성을 성취할 수 있을까? 수상자와 수상작들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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