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개갓냉이

숲길 산책도 한낮은 피해야 좋다. 구름지면 서늘하지만 해가 나면 한 여름의 더위가 무색하다. 여름 날씨인데 벌써 여름이 왔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 봄이 좋은 계절임에는 틀림없나 보다. 제대로 계절을 느끼기도 전에 가버린 데 대한 아쉬움이다.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스며드는 숲 기운이 상쾌할 즈음을 골라 숲길 걷는 일은 거르지 않으려고 한다. 이즈음 가장 흔하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식물들은 무엇일까?

사실 봄꽃은 사라지고 본격적인 여름꽃은 아직 안 피어나 꽃이 적은 때이지만 그래도 그 유명한 산딸나무나 작약 꽃은 한창이다. 숲 속에는 벌깨덩굴이나 광릉골무꽃의 보랏빛 꽃들도 눈에 들어온다. 때 이른 꽃창포도 꽃봉오리를 펼치기 시작했고 우산나물 꽃도 곧 제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숲 가장자리 혹은 그늘진 빈 터에 이 풀과 나무들보다 훨씬 여러 곳에 훨씬 많은 꽃들을 한창 피어내고 있는 풀이 보였다. 바로 개갓냉이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천인 풀을 그동안은 왜 그 자리에 피고 지고 있는지 잘 몰랐던 걸까.

생각해 보니, 그냥 잡초라고 생각해 눈여겨 보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꽃으로 치면 이른 봄에 피는 꽃다지와 비슷하고, 잔잔한 꽃들이 눈에 크게 들어올 일도 없으며, 깊은 숲에 귀하게 등장하는 꽃이 아니라 그냥 언제나 마치 배경처럼 우리 주위의 어디에선가 피고 지고를 거듭하고 있으니 존재감이 부족했다고나 할까.

개갓냉이는 십자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냉이와 같은 집안인데 노란 꽃이 피고, 갓보다는 키도 잎도 꽃도 작을뿐더러 쓰임새도 뚜렷하지 않으니 앞에 '개'자를 붙여 개갓냉이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냉이나 갓 혹은 꽃다지 등과 같은 잡인식물이다.

아주 비슷해서 혼돈을 주는 식물 가운데 속속이풀이라고 있는데, 속속이풀은 잎이 냉이의 근생엽처럼 더 많이 갈라지고 열매의 길이는 짧은 것이 특징이어서 구별할 수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꽃은 피기 시작하였을 것이고, 그때 핀 꽃들은 지금은 길쭉한 열매로 남아있고 지속적으로 노란 꽃이 피어 올라가면서 여름을 맞이한다. 쇠냉이, 줄속속이풀, 갓냉이 등으로도 부른다.

이곳저곳에서 마치 잡초처럼 자라지만 비타민이 풍부한 식용식물이 많은 집안이어서 그런지 개갓냉이도 먹을 수 있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다.

식물체 전체를 약으로 쓰기도 하는데 이 집안 식물들에게 공통적인 로리폰(rorifone)이라는 성분이 있고 열을 내리고 피를 잘 돌게 하며, 이뇨성분과 통증을 줄여주는 효능이 있다. 감기나 목 아픈 증상을 비롯하여 류머티성 관절염, 황달 등 여러 증상에 처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잡초처럼 흔하다는 말이 의심스러우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숲으로 나가 보자. 야트막한 뒷산도 좋고 그저 잡풀이 우거진 도랑가도 좋다. 눈 여겨 보면, 이 생명력 강한 풀, 개갓냉이가 어제처럼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배경처럼 그렇게 피고 있을 것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