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노랑만병초

참 더운 날씨이다. 한여름이라면 당연히 그러려니 하고, 시원한 옷차림을 하고도 더울 것을 각오하겠지만 놓치기 싫은 늦봄에 미련이 남은 탓인지 더 덥게 느껴진다. 멀리서 다가온다는 장마소식에 대기가 더 후텁지근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 꼭 생각나는 곳, 그리고 몹시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이다. 이 땅에서 가장 높은 곳이니 여름에도 서늘할 것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이즈음 바람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생겨난 수목한계선 너머로 끝없이 펼쳐져 있을 노랑만병초 군락이 꼭 보고 싶기 때문이다.

백두산은 멀리 돌고 돌아 중국을 거쳐 장백산을 보는 일로 만족해야 하므로 자주 갈 수는 없는 산이다. 그래서 대개는 가장 많은 꽃들이 집중적으로 피어나는 7월 말이나 8월 초에 가게 되니 지금 한참 피어 있을 노랑만병초는 정말 구경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도 사진으로만 만나보았을 뿐, 그런 군락을 제때 만나는 호사는 아직 경험하지 못하였다. 상상을 해보자. 아직 저 먼 산자락 그늘진 곳에는 잔설이 남아 있고, 푸른 천지를 배경 삼아 펼쳐지는 그 연노랑 꽃송이들이 얼마나 멋진 풍광일지.

노랑만병초가 백두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쪽에서는 설악산에도 있다. 하지만 워낙 희귀한 식물이라 다 뒤져보아야 헤아릴 수 있을 만큼의 숫자이다. 더욱이 하늘에 닿을 듯 산정에 엎드려 자라는 백두산과는 달리 다른 나무들과 더불어 있으며 키도 더 크게 자라는 모습이다.

노랑만병초는 진달래과에 속하는 상록의 넓은 잎을 가진 작은키나무이다. 대부분의 상록활엽수는 난대수종이지만 이 나무는 북방계 식물인 것이 특징이다.

긴 타원형의 잎은 두텁고 미끈한 가장자리는 약간 뒤로 말린 모습이다. 꽃은 가지 끝에 몇 송이씩 모여 피어난다. 깔때기 모양의 꽃들이 지름이 손가락 두 마디 정도는 될 만큼 큼직한 편이어서 짙푸른 잎새와 어우러진 모습이 깨끗하면서 화려하다. 그리고 참 아름답다.

노랑만병초와 비슷한 식물로 만병초가 있다. 꽃 색이 희거나 약간 분홍빛이 난다. 울릉도에는 분홍빛이 진한 홍만병초도 있다고 하는데 색의 변이의 폭이 심하여 만병초와 구분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

노랑만병초는 워낙 귀하여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로 법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그렇고 우리보다 북쪽의 고산, 예를 들면 북해도의 높은 산이나 러시아의 아무르, 캄차카 고산 툰드라 지역에서는 보다 쉽게 만날 수 있다.

아름답기로 치면 관상용으로 좋겠지만 워낙 귀하여 만나기 어려운 식물을 키우는 일은 증식 보전하겠다는 큰 뜻을 가진 것이 아니라면 포기하는 것이 좋다.

땅의 온도가 여름에 올라가는 낮은 곳에서 키우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한방에서는 만병초와 같이 석남엽이라 하여 약재로 쓴다. 이름만 봐서는 모든 병을 낫게 할 것 같지만 전문적인 처방이 없이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독성이 있는 식물이다.

고산의 아름다운 노란만병초를 생각하는 일만으로도 한결 기분이 시원해진 듯하다. 올 여름은 이런 시원한 꽃 상상으로 더위를 잊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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