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 '도시의 승리' 출간세계 도시의 흥망성쇠와 문제점 짚고 해법 제시"서울은 위대한 도시 중 하나… 글로벌화 했으면"

도시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 하버드대 교수가 신간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 국내 출간을 맞아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 내 가장 논쟁적이고 뛰어난 학자로 주목받는 그는 학계는 물론 전 세계 도시정책, 경제정책자들에게 중요한 지식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주목받는 이유는 도시에 관한 기존의 통념을 수치와 이론을 통해 논리적으로 깨며 도시 예찬론을 펼치기 때문이다.

통상 사람들은 도시는 사람들이 밀집된 범죄의 소굴이며 반 환경적인 공간이라 생각하지만, 에드워드 교수는 도시를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며 극찬한다.

서울은 세계 최상위 도시

"인류는 출발지점부터 지금까지 절반쯤 달려온 것 같습니다. 전 세계 인구의 50%가 도시에 거주한다는 말입니다. 도시 거주인구 비율이 50%를 넘는 국가는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소득수준은 5배, 영아 사망률은 1/3을 기록했습니다. 새로운 통신수단과 기술이 발달해 사람들은 전자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지만, 도시의 중요성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인적자본의 집약지가 도시이기 때문이죠."

그의 첫 인사말은 도시예찬론으로 시작됐다. 한 국가와 개인으로서의 성공은 도시의 건강과 부(富)에 달렸다는 것이 그의 주장. 이유는 인접성, 친밀성, 혼잡성이란 도시의 특성이 인재와 기술, 아이디어와 같은 인적자원을 한곳에 끌어들임으로써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하기 때문이란다.

그는 교육, 기술, 아이디어, 인재, 기업가정신과 같은 인적자본을 끌어들이고 이 사람들이 협업하는 하는 힘이 도시와 국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도시경제학 대가답게 간담회에서는 서울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서울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 서울을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 쯤 되겠는가?

"이번이 첫 방문이고 오랜 기간 보지 않아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서울은 한국의 경제 동인으로 위대한 도시다. 점수를 매기긴 힘들지만 분명 세계 가장 위대한 도시 중 하나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인데 첫째 우수한 인적 자원이 있다.

흔히 도시를 말할 때 사람들은 도시의 고층빌딩을 연상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서울은 생산성 있는 인적자원이 밀집돼있다. 두 번째 강점은 질서와 혁신 둘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은 깨끗하고 안전한 질서가 작동하는 동시에 상품과 유통 혁신의 기지가 뛰어나다. 세 번째 강점은 고층빌딩이다. 나는 마천루를 옹호해왔다. 고층빌딩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면서 인적 교류가 증진되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이 <도시의 승리>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도시의 '압도적 승리'가 문제점으로 꼽힌다. 말하자면 남한 인구의 2/3 이상이 도시에 모여 살면서 상당한 지역 격차가 만들어졌다. 비효율성도 발생하면서 균형발전을 시켜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자연발생적으로 도시가 성장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위적으로 공공부문 투자를 통해 도시가 과도하게 성장했다면 정치적 기능의 일부를 다른 지역으로 분산하는 게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게 분산하더라도 서울은 한국에서 압도적인 도시로 남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도시 간 공정한 경쟁 여건이 마련돼 있는가이다."

대기업은 서울 발전에 걸림돌

책 <도시의 승리>는 전 세계 도시의 흥망성쇠와 주요 이슈들에 대한 분석, 통찰을 전한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책은 뉴욕에서 인도 뭄바이까지 전세계 사례를 제시하며 도시 성공과 인적자본의 관련성, 질병과 고통, 주택정책, 환경문제 등 도시에 관한 고질적인 문제점을 짚고 해법을 제시한다.

개벌과 보존 사이 사람들의 갈등, 스프롤(도시 확산) 현상의 득과 실, 도시 빈곤과 소비 도시의 부상 같은 도시를 둘러싼 쟁점도 새겨 읽어볼만 하다. 에드워드 교수는 이를 통해 세계화와 정보기술의 시대인 오늘날 유효한 도시의 성공 공식을 제시한다.

책에서 각 도시의 도전 과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예컨대 개발도상국 도시에서는 물부족 사태의 해결, 남미 대도시에서는 범죄율 하락 등등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서울의 도전과제는 뭐라고 보는가?

"첫째는 높은 물가부담이다. 쉬운 답변이 있는 건 아니지만, 수요에 대해 공급이 적절해 대응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성공한 도시들의 비결이 있다. 세 가지 인데 똑똑한 사람, 작은 기업이 많을 것, 외부 세계와 연결이 있을 것이다. 서울은 똑똑한 사람이 많지만, 작은 기업보다 대기업이 더 많다. 단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지만 대형제조기업은 변화 대한 대응이나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디트로이트의 경우 대형제조기업이 도시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가 스스로 재탄생하는데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뉴욕은 소규모 영세직물업체가 크게 산업을 일궜다가, 그 산업이 사양길에 오르며 고층빌딩을 짓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조언을 하자면?

"서울은 한국적 특징이 짙은 도시다. 도쿄가 일본, 파리가 프랑스 색체를 강하게 띄는 것처럼. 뉴욕, 런던, 싱가포르, 홍콩은 지역색보다 글로벌한 특성이 더 강한 도시다. 앞으로 글로벌화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서울이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게 어떨까? 한국적, 고유한 면을 갖는 것도 장점이 있지만, 다양한 면을 반영한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글레이저 교수가 생각하는 세계 최고의 도시는 어디인가?

"(웃음) 도시마다 특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정부행정 기능을 꼽자면 싱가포르가 단연 1위다. 싱가포르만큼 정부행정 기능이 잘 이뤄지는 도시는 못 봤다. 런던은 글로벌화, 샌프란시스코는 IT산업, 방갈로는 빈곤퇴치에서 우수한 도시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전 세계는 지금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질병, 자연재해, 환경과 전쟁의 문제 등 도전과제가 많지만 나는 인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다. 인류가 함께 일구어 왔던 놀라운 능력을 앞으로도 확신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혼자일 때 별 볼 일 없는 존재지만, 백신 발명, 엄청난 건축물의 축조, 위대한 문화예술 작품 창작 등 힘을 합쳐 놀라운 성과를 일구었다. 이 원동력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게 하는 '도시의 연결성'이라고 본다. 앞으로 이런 기적은 점점 더 늘 것이라고 믿는다. 때문에 인류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