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아테네와 스파르타 패권 쟁탈전 체계적으로 조망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투퀴디데스 지음/ 천병희 옮김/ 도서풀판 숲 펴냄/ 3만 8000원

현존하는 서구 산문집 중 가장 오래된 책은 헤로도토스의 <역사>다. 이 책이 기록한 페르시아 전쟁(기원전 492-448)은 거대 제국 페르시아에 맞서 그리스가 승리한 전쟁이고, 헤로도토스는 이 위대한 전쟁이 망각되지 않도록 책을 썼다.

전쟁에서 공동의 승리를 쟁취한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이후 그리스 세계의 강자로 떠오르고, 그 패권을 놓고 다시 전쟁을 치른다. 학창시절 역사교과서에서 배운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이다.

페르시아 전쟁이 고대 그리스 문명의 소멸을 막아 찬란한 역사를 꽃피게 했다면,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그리스 문명의 붕괴를 불렀다. 역사가 투퀴디데스는 헤로토도스가 그런 것처럼 이 전쟁을 기억하기 위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썼다. 신간 그리스어 원전 번역으로 발간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다.

두 전쟁은 희극(?)과 비극이란 결말 이외에 서로 다른 두 역사가의 관점에서 쓰였다는 점에서 묘한 대구를 이룬다. 헤로도토스가 신의 섭리를 믿는다면 투퀴디데스는 인간의 의지만을 믿는다. 그는 '인간 본성이 변하지 않는 한 같은 일이 되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기록을 남긴다'고 썼다.

<역사>가 일화를 소개하면 이설(異說)도 함께 소개하지만,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거의 언제나 저자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하나의 일화만을 선택해 소개한다. 저자는 아테네의 명문일족으로 페리클레스 지도하에 번성하는 아테네를 목격했다. B.C.424년에 장군이 돼 암피폴리스 구원에 나섰지만 실패해 아테네에서 추방되었다.

이후 약 20년 동안의 망명생활을 통해 스파르타 및 아테네 양측의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 이 책이 미완(未完)의 형태를 띠면서도(책은 B.C 411년에서 중단되고 있다) 전쟁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8부로 나뉜 책은 연대기적으로 기술되어 있는데, 민회나 전장에서의 지도적 인물의 연설이 많이 삽입돼 있다. 전쟁은 민주정 국가(아테네)와 과두정 국가(스파르타)의 싸움이기도 했는데 아테네는 일련의 전투를 민회에서 연설과 의결을 통해 진행했다. 펠리클레스의 '국장연설'과 같은 100여 편의 연설문이 담긴 것은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다.

본서에는 냉전(冷戰) 개념, 서간문체, 의서문체, 전기문체, 소피스트들의 문답형식 등이 투키디데스 특유의 장엄하고도 시적인 문체로 담겨있다. 아테네의 전염병, 멜로스인과의 대담, 아테네 영화의 최후를 장식하는 시케리아 출정의 구술도 책의 백미로 꼽힌다. 일례로 멜로스인과의 대담은 약소국에 대한 강대국의 힘의 정치 논리를 묘사한 부분이다.

투퀴디데스는 그리스의 도시국가가 겪은 운명과 참상을 엄격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증언해둔다. 함축적 문체로 쓰인 전쟁사는 역사방법론과 정치철학의 초석이 됐고, 모든 시대 독자들은 이 비극 속에서 스스로 지혜와 교훈을 찾았다.

확신의 함정
금태섭 지음/ 한겨레출판/ 1만 2000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으로 화제가 됐던 금태섭 변호사의 신간. 이 책은 소설, 영화, 드라마에 나오는 에피소드와 국내외 사례, 저자가 검사 시절 다뤘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다양한 딜레마 상황을 소개한다. 모든 이야기에는 양면성이 있고 나름의 딜레마가 있는 바, 책은 이 딜레마의 상황에서 법과 정의, 가치판단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귓속에서 운다
이창수 지음/ 실천문학 펴냄/ 8000원

첫 시집 <물오리사냥>이후 6년 만에 출간된 이창수의 두 번째 시집. 해설을 쓴 평론가 장석주는 "이창수의 시세계는 어떤 도덕이나 이념의 주장보다는 사실의 관찰이 돋보이는 현실주의 세계에 속한다"고 평한다. 시인의 시는 지극히 평범한 관찰에서 시작해 망아(忘我)의 세계로 넘어간다. 현실의 진술에서 초연함을 느낄 수 있는 시 51편이 담겼다.

불온한 인문학
최진석 외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1만 5000원

연구공동체 수유너머 연구원 6인이 공동집필한 '한국 인문학 관찰기'. 저자는 국내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이 기실 정치와 시장경제의 '소프트 파워'로 이용되고 있음을 비판하고 인문학의 유행과 소비 양상을 진단한다. 그리고 말한다. 자본과 국가, 권력에 길들여진 인문학은 '지금-여기'의 현실을 스스로 사유하지 못하는 불온한 인문학일 뿐이라고 말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