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섬백리향

섬백리향.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 위에 떠있는 섬이란 말만 들어도 시원하고 신선하다.

거기에 백리를 가는 향이 더해지니 얼마나 멋진 식물인가. 하지만 섬백리향을 제대로 한번 경험하고 나면 이 식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누리는 기쁨은 더욱 배가된다.

섬백리향은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섬의 하나인 울릉도에 자란다. 상상해 보라. 동해의 바다 가운데 우뜻 솟은 청정의 공간, 안온함이나 비옥함을 기대하기 어여운, 험하고 가파른 바위 절벽틈에서, 피어나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꽃송이들을, 게다가 백리향이란 이름은 꽃향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 아니다.

식물체 전체에 향기가 가득하여 발 끝에 묻으면 백리를 가도록 향이 이어진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니, 이 식물이 주는 즐거움에 과장이 없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섬백리향이 좋은 것은 우리뿐만 아닌 모양이다. 한 무더기 피어있는 곳에 곤충들이 바쁘다. 그 들은 바다를 건너왔을까 태초부터 그곳에 살던 곤충들의 후손일까! 신비하고 궁금함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눈으로 보는 줄거움에 향기로 느끼는 상쾌함. 그리고 그 향기는 속으로 식물을 툭툭 건드리는 촉감과 함께 살아나니 그야말로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꽃이 바로 섬백리향이다.

혹시 미각을 즐겁게 하지는 않는지 궁금하실 수 있겠다. 워낙 귀한 식물인 탓인지 우리나라에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백리향 집안은 요즈음 인기있는 허브(Herb)식물 중 타임(Thyme)이라 부르는 종류에 속한다.

그러니 그 독특한 향기와 함께 차로 마시고, 음식도 만들고, 치료도 할 수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 종류는 강장효과도 높고 우울증, 피로회복, 빈혈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우리의 섬백리향도 그리 이용하면 될 일이다.

우리나라의 내륙에는 그냥 백리향이 고산지역에 드물게 자란다. 많은 특성이 비슷하지만 섬백리향은 백리향보다 꽃도 크고 잎도 크고 키도 커서 이모저모 활용하기에는 훨씬 유용하다. 재미난 것은 섬백리향은 백리향보다 크다고 하지만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옆으로 기면서 펴져나가 그 높이가 한 뼘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관상자원 중 지피식물 지면이나 바위를 덮으며 자라는 소재로 아주 활용도가 높다. 또한 화분이나 축대, 벽 같은 곳에 키우면 줄기가 기고 늘어져 자라며 분홍빛 고운 꽃송이들이 피어나니 참으로 보기에도 좋다. 재미난 사실은 이렇게 키 작은 식물인데 나무라는 점이다.

한방에서는 이 식물들을 발한, 구풍, 진해 등에 효과가 있고 기침을 그치고 경련을 풀며 풍기를 몰아내는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하여 여러 증상에 처방한다. 꽃이 피는 계절에는 수없이 벌들이 날아들어 좋은 밀원식물이 되기도 한다.

섬백리향은 꿀풀과에 속하고 낙엽지는 키작은 나무이다. 옆으로 기는 줄기에 위로 자라는 가지가 생기고 그 줄기에는 서로 마주보는 타원형의 잎새들이 매달린다. 꽃들은 분홍색인데 여러 개가 끝에 모여 한 덩어리처럼 보이게 만들어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섬백리향 같은 사람이고 싶다면 욕심일까. 스스로 낮추어 자라면서 온 몸으로 향기롭고, 가장 척박한 곳에서도 소박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 섬백리향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말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