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미술사조와 담론, 미학, 철학 등 연결시켜 설명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
진중권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1만 8000원

흔히 사람들은 음악을 만국공통어라고 착각하지만, 음악도 언제 어디서 만들었느냐에 따라 듣는 방식이 다르다.

예컨대 서양 클래식의 음계와 우리 전통음악 음계는 영어와 한국어만큼이나 다르고, '우리 음계'라고 알고 있는 5음계만 전 세계에 4000개가 있다. 음악 이전의 음악 조건, 음악을 음악이게 하는 음악물(音樂物)을 배워야 음악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고로 '아는 만큼 보인다'란 말은 허울 좋은 수사가 아니라, 현실에서 실재로 작동하는 말이다. 흔히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것이 개인 취향에 달려있다고 착각하지만, 미에 대한 기준은 시대와 세대에 따라 공통점을 갖는다. 예술의 역사는 그 시대를 지배하는 예술적 인식, 사고, 관념, 가치체계 등이 결합된 패러다임 아래 작동한다는 말이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모더니즘편>은 20세기 현대미술의 패러다임을 설명한 책이다. 구체적으로 20세기 초반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의 역사를 다룬다. 이전 시대 예술인들이 암묵지(暗黙知)형태로 아름다움의 기준에 합의했다면, 이 세대 서구 예술인들은 대놓고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이 문법에 맞춰 창작물을 만든다.

이른바 근대 예술운동의 태동이다. 제 아비를 죽이는 오이디푸스적 기질은 인간의 본능인지, 이들 20세기 예술가들의 이전세대 예술가들의 미적기준을 파괴하는 데 온 힘을 쏟는다.

모더니즘 태동에서 2차대전 직전까지 제1차 모더니즘, 즉 유럽모더니즘 운동을 살핀다. 야수주의에서 시작해 입체주의, 추상미술, 절대주의, 표현주의, 다다이즘을 거쳐 바우하우스까지 12개의 유파를 소개한다. 이들의 특징은 운동 성향이 강한 아방가르드였다는 점. 그들의 선언문을 중심으로 주요한 철학적 배경, 작품, 영향 등을 살핀다.

'현대예술에 익숙한 이들은 그것을 작품으로 보고 지나치지만, 낯설게 느끼는 이들은 거기서 충격을 받는다. 현대예술의 목표가 '감성적 쾌감'이 아니라 '지성적 충격'을 주는 데 있다면, 그 의도된 효과를 제대로 체험한 이들이야말로 그것의 본질을 제대로 간파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역사상 가장 급진적이었던 예술운동의 본질은 외려 그것을 불편하게 느끼는 문화보수주의자의 눈에 더 뚜렷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17페이지)

저자는 1장부터 4장까지 추상으로 향하는 미술운동 사조, 5,6장에서 표현주의 미술사조, 7,8장에서 현대예술의 비합리주의 흐름, 특히 광기와 부조리에 대한 관한 내용을 다룬다.

이어 9장에서 1920년대 일시적으로 일어난 사실주의 회귀 움직임을, 10장-12장에서는 구축주의, 데스테일, 바우하우스 등을 중심으로 현대예술에 나타난 '기술적 구축의 의지'를 살핀다. 20세기 복잡한 현대 예술의 풍경을 어떤 모습인가? 저자는 미술사조와 그 시대의 담론, 미학, 철학 등 당대 이슈들과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다.

역사를 쓰다
이이화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2만 원

<한국사 이야기>로 알려진 역사가 이이화 씨의 자서전. 저자는 아이스케키, 빈대약장수, 술집웨이터, 가정교사 등 20여 가지 직업을 전전하다 20대 후반 역사학을 공부하겠다고 결심하고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실, 서울대 규장각 등에서 고전과 역사를 공부했다. 신간은 독학으로 역사학자의 길을 개척하면서 '민중사, 문화사, 생활사'란 독보적인 영역을 일궈낸 과정을 담고 있다.

빅뱅 이전
마르틴 보요발트 지음/ 곽영직 옮김/ 김영사 펴냄/ 2만 5000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해결하지 못한 현대과학 최대의 난제, 우주탄생의 순간. 펜실베니아주립대학 물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이 무한히 반복되는 팽창과 수축을 통해 끊임없이 태어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루프양자우주론이다. 책은 끈이론과 양자중력이론 등 최첨단 우주론을 소개하고 저자의 이론을 토대로 우주의 탄생과 소멸을 설명한다.

유혹 1-3
권지예 지음/ 민음사 펴냄/ 각 권 1만 1000원

소설가 권지예의 네 번째 장편소설. 과감하고 도발적인 37세 이혼녀 오유미를 주인공으로 사랑과 야망, 복수의 서사가 추리소설 기법으로 펼쳐진다. <문화일보>에 2년째 연재 중인 소설은 2부(4-5권) 연재가 끝난 후 2012년 2월 완간 예정.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