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갯기름나물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비속에서 휴가 기간을 다 보내고 나니 파도소리 들으며 지내는 바닷가 휴식은 모두 물 건너가 버렸다. 한쪽은 비가 쏟아지고 한쪽은 땡볕 더위가 기승이라고 하고, 반나절이면 전국의 어디나 닿을 만큼 좁은 땅 덩어리이지만 이럴 땐 참 넓다 싶기도 하다.

동해안 몰리던 피서객들이 전국으로 퍼진 듯도 하여 여름 한철 기다리며 바닷가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은 희비가 오락가락 하실 듯 하고. 예측하기 어려워진 날씨만큼이나 사는 일도 오르락 내리락 기복이 심해진다. 이럴 때 일수록 마음을 잘 다스려 휩쓸려 후회하는 일을 줄여야 할 때이다.

식물 중에는 바닷가에 사는 종류들이 꽤 여럿 있다. 하지만 바닷가 식물들은 해안이 줄어들거나 남아 있어도 개발되고 사람들의 발길이 빈번하다보니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바닷가 식물 군락들은 많이 사라져 버린 듯하다.

그 유명한 해당화만해도 바닷가에서 저절로 자라잡아 피고 지는 꽃무리들은 만나기 어렵고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해안가 공원에서나 만나진다. 아주 재미있는 사실은 겨울철 내리는 눈에 길이 미끄러질 것을 대비하여 길가에 쌓아 놓은 모래주머니에 묻어 올라간 덕에 산꼭대기 도로가에서 더러 절로 자란 해당화를 만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바닷가에 사는 식물들 이름 앞에는 주로 '갯'이라는 글자가 많이 붙는다 갯메꽃, 갯질경이, 갯강아지풀, 갯쑥부쟁이 … . 갯기름나물도 바닷가에 살고 있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흔히들 방풍이라도 부르는데 방풍이라고 하는 식물은 식용, 약용으로 유명하지만 자생하지 않아 재배하는 식물이니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약효나 혹은 먹을거리로서의 쓰임새가 비슷하여 방풍대신 이 갯기름나물이나 기름나물 등을 대신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개기름나물, 목단방풍, 미역방풍 등의 별칭들도 있다.

바닷가에 자라니 이름에 '갯'이 붙은 것은 알겠는데 왜 기름나물이 된 것일까가 궁금하였는데 우선 먹을 수 있어 나물이고 나물타령에 보면 "한푼 두푼 돌나물, 매끈 매끈 기름나물 ∼ " 기름 칠한 듯 잎이 매끈 매끈 반질 반질하다는 설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유력하다.

갯기름나물은 우리나라의 남쪽 해안가 동쪽으로는 경북, 서쪽으로 충남해안까지 올라와 분포한다. 아주 아주 작은 흰꽃들이 우산살 같은 꽃자루를 가지고 모여 희고 작은 우산을 만들고 이런 작은 우산들이 다시 20개정도 다시 우산살처럼 큰 꽃자루에 달려 전체적으로 보다 큰 흰우산처럼 모양을 만들며 이 여름 꽃이 핀다. 바닥에 납작하게 기어 자라는 갯방풍과는 키가 높이 자라므로 구별하기 쉽다.

갯기름나물은 나물로 이름이 나있다. 어린 순, 연한 잎, 열매, 뿌리 모두를 먹는데 잎과 줄기는 살짝 데쳐서 나물로 무치거나 볶아서 먹고, 열매는 술을 담궈 피로회복, 빈혈, 두통이 있을 때 효과를 보았다고 하고 한때 일본에서는 뿌리를 인삼 대용으로 쓰기도 했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시장의 인삼보다 훨씬 구하기 어려운 뿌리이니 대신 쓰기는 어렵겠다.

최근에는 방풍과는 별도로 이 식물을 연구하여 암과 류머티스관절염 등 염증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이 발견됐다는 보고도 나오는 등 약용식물로의 가능성으로 주목도 받고 있다. 그래서 건강기능성 쌈 채소로 좋다는 이야기다. 관상적인 가치도 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