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가죽나무

막바지 여름이 무성하다. 매미소리도, 숲도, 뜨거운 햇살도. 도심에서 가장 무성하고 짙푸른 잎새가 싱그럽기까지한 나무들을 눈여겨 보면 대부분 가죽나무인 경우가 많다. 어느새 이렇게 많아졌나 싶다.

나무와 풀들을 공부하면서 절대로 지극히 인간적인 측면에서 한 가지만 보고 나무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말자고 누누이 결심을 하지만 가죽나무의 번성이 그리 마음 편하지만은 않다. 이런 마음을 품게된 고민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가죽나무는 소태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지는 큰키나무이다. 꽤 오래전부터 보아왔기기 때문에 그리고 이 나무들을 정원수로 만나는 일은 없었기에 당연히 우리나무로 생각해왔지만 알고 보면 이 나무의 고향은 중국이다.

나무는 어떤 곳에서 수십년을 사는 일과 그 나무에서 씨앗이 떨어져 절로 자라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어서 귀화식물이라고 잘 말하기 어려운데 이제 가죽나무는 나무로는 드물게 귀화식물의 범주에 넣는다.

실제로 도시 주변의 숲이나 빈터에 가면 가장 흔히 볼 수 있게 된 나무가 바로 이 나무이다 . 이즈음 꽃이 피기도 하고 져서 한 쪽에서 날개 달린 열매로 익어가기도 한다.

가죽나무는 가중나무라고도 하고 개죽나무라고도 한다. 가죽나무라고 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 나무 중에 오래전부터 새순을 나물로 먹는 유명한 나무, 참죽나무가 있는데 가죽나무는 참죽나무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으면서도 먹을수 없다 하여 가짜 죽나무가 되었다고도 하고, 한자이름이 가승목(假僧木)이어서 가짜 중이라는 뜻의 가중나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두 이름이 아주 유사하여 혼용되어 사용돼 왔다. 현재는 가죽나무를 표준으로 쓴다.

하여튼 학계에서는 귀화식물에 포함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민간에서는 여전히 참죽나무와 혼동하여 나물로 혹은 여러 음식을 만드는데 쓴다고 기록되어 있어 민간에서의 혼란도 크다.

하지만 가죽나무는 나물로 먹기엔 적절하지 않다, 다만 한방에서는 줄기나 뿌리의 껍질을 저근백피(樗根白皮)라고 하여 약으로 썼으며, 현대의학에서도 여러 약효와 성분이 발표되면서 약용식물로서의 가치와 가능성은 높게 보고 있다.

가죽나무는 요즈음 또 하나의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데 바로 꽃매미 때문이다. 남부지방 그리고 서울을 비롯하여 도심을 중심으로 섬뜩하리만치 낯선 곤충들이 나무줄기에 바글바글 붙어 있는 것이 발견되고 보고되곤 한다. 요즈음이 한창이다.

꽃매미의 무늬와 색깔이며 너무나도 밀도 놓게 붙어 있는 모습, 그리고 아무리 없애려고 해도 더욱 밀도 높게 번성하여 첫 눈에 좋게 보기 어려운 그런 풍광을 만들어 낸다. 보기가 좋지 않고 심하면 나무가 걱정일뿐 사람에게 직접적인 해를 주지는 않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 꽃매미가 가장 즐겨 달라 붙어 수액을 빨아먹고 살고 있는 나무가 바로 가죽나무이다. 가죽나무도 귀화하여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고, 겨울철 기온이 올라가면서 한반도에서 월동이 가능해진 낯선 꽃매미의 극성스러움이, 지구 온난화, 생태계의 변화 등을 아주 민감하게 표현해주고 있는 중이다.

어찌보면 이 여름 가죽나무의 무성함은 인류가 함부로 행하는 반 자연적인 일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만들어내는 경고의 손짓인지 모르겠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