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핵심 L‧P씨 비롯해 여야 중진 10여 명 정조준

박태규씨에게서 억대 금품을 받은 의혹이 있는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부산저축은행그룹 퇴출저지 로비의혹과 관련해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거물급 로비스트인 박태규(구속기소)씨의 로비 의혹을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박씨에 대한 검찰수사 본격화는 이미 추석 전부터 예고됐던 바다. 최근 검찰 주변에선 이른바 ‘박태규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상당부분 진척됐으며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에 대한 혐의가 상당 부분 파악됐다는 말이 돌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김 전 수석을 시작으로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의 줄소환이 예상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박씨 로비에 대한 검찰 조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제기한다. 박씨 로비의 핵심에 여권 실세가 포함돼 있다는 항간의 소문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저축은행 로비의혹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 가운데 특히 2명의 여권 인사를 주목하고 있다. 여권 실세인 이들이 박씨의 로비에 깊이 연관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 K·P씨
여권 L·K·P외
야당 J씨 등 10여명

'몸통' 연루 확인 땐
용두사미로 끝날 수도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박태규씨가 지난달 31일 밤 구속돼 대검찰청에서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가 23일 김 전 수석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권은 김 전 수석에 이은 다음 소환 대상자가 누가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주변에선 검찰의 화살이 또 다른 정·관계 인사들을 향하고 있으며 이미 소환자 명단이 그 윤곽을 드러낸 상태라는 소식이 파다한 상태다. 청와대 K‧P씨를 비롯해 영남권 K의원과 또 다른 K의원, 수도권 중진의원, 야권 J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우선 박씨가 부산저축은행 김양 부회장을 만나 로비 대상으로 거론한 정·관계 인사 3∼4명에 대해 조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소환을 검토 중인 인사들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다음 소환자들에 대한 여러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 여권핵심 L씨와 MB정부 실세로 통한 P씨가 가장 유력한 인물로 꼽힌다.

특히 L씨와 관련해 “검찰이 사건 초기부터 이미 L씨의 개입 정황을 파악했지만 여권 핵심이라는 이유로 소환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 검찰 주변에서 들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L씨가 광범위한 박씨의 로비를 가능하게 한 핵심인물”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L씨는 박씨의 로비를 받은 것이 아니라 부산저축은행 자금에 손을 댄 정황도 일부 검찰에 포착됐다는 소문도 적지 않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도 L씨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박씨 로비에 L씨의 개입 정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소환조사로 연결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L씨가 자신의 개입사실을 감추기 위해 박씨의 로비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 내부적으로도 그렇게 보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일단 박씨로부터 L씨에 대한 직접적인 진술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박씨가 마당발 로비인맥을 가진 점, 막대한 로비자금이 확보된 경로가 불투명한 점, 정치권 고위층 인사와 수시로 접촉한 점 등을 들어 L씨가 배후에서 자신의 실체를 감추기 위해 박씨의 로비를 지원했을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MB정부 실세 P씨 수사 여부도 관심사
P씨는 검찰에서 소환조사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인사가 박씨의 로비에 개입한 정황을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P씨에 대한 소환조사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P씨가 소환되면 경우에 따라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P씨는 김 전 수석과 더불어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깊숙이 연루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P씨는 대구‧경북지역 기업들이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데 힘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에서는 P씨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임박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으나 검찰이 P씨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 할지는 미지수다. 검찰 관계자는 다만 “P씨가 연루됐다는 구체적 진술이 나오면 P씨를 소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원칙적인 말만 되풀이 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부산저축은행 관련 검찰수사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현 정권의 핵심 인사가 다수 연루돼 있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전형적인 권력 봐주기 수사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김 전 수석의 소환 조사는 더 큰 몸통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수석과 추가 두 명 정도를 더 조사하다 시간 지나면 흐지부지 마무리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검찰이 정치권의 회의적인 시각을 돌파하고 본연의 모습을 보여 줄지 국민적 관심이 점증하고 있다.



윤지환 기자 jjh@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