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의원-최규선 접촉 잦아, MB-쿠르드 총리 면담 주선도

최규선
현 정권 초기 ‘자원외교’의 성과로 홍보했던 이라크 북부 쿠르드 원유개발 사업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국회 지식경제위 이학재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5일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추진한 쿠르드 유전 개발사업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공사는 이 사업에 약 4억 달러(한화 약 4,400억 원)의 개발비를 쏟아 부었지만 참여 중인 5개 쿠르드 유전개발 지역에는 그동안 원유가 거의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MB 정부가 2008년부터 많은 투자비를 들여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것으로, 이 사업의 핵심에는 DJ정권 당시 파장을 일으켰던 ‘ 게이트’의 주인공 씨가 포함돼 있다.

2008년 2월 14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방한한 니제르반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와 합의하고 그 해 6월 본 계약을 체결한 쿠르드 원유개발사업은 확보 원유량이 우리나라 2년치 소비량인 19억 배럴로 홍보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사업은 초기부터 부정적인 목소리에 시달렸다. 심지어 ‘신판 봉이 김선달’이라고 말하는 석유 전문가도 있었다. 전혀 검증되지 않은 지역에 막대한 돈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견해였다.

당초 쿠르드 유전 개발의 불씨를 지핀 인물은 DJ 시절 인물인 씨였다. 최씨는 2007년 초 석유개발 회사인 UI에너지(유아이에너지)를 인수해 쿠르드 유전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유아이에너지는 원유 및 천연가스 채굴업체로 1987년 8월 (주)공영종합시스템으로 설립한 뒤 (주)코웰시스넷, (주)서원아이앤비를 거쳐 2006년 12월 유아이에너지로 업체명을 변경했다.

검찰 물러선 내막
최씨는 (주)서원아이앤비를 인수해 유아이에너지로 이름을 바꾸고 코스닥에 들어왔다. DJ 시절 ‘풍운아’로 알려졌던 최씨의 코스닥 복귀는 주목을 끌었고, 언론에서는 ‘화려한 복귀’라며 띄웠다. 유아이에너지도 순식간에 증시에서 ‘ 특징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8년 8월께 최씨는 유전개발 비리, 회사공금 횡령을 통한 비자금 조성, 정계 로비 등 혐의로 검찰의 집중조사를 받았다. 조사는 같은 해 11월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최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조사한 사법부는 최씨에 대해 약식기소 벌금형을 내렸다.

이에 최씨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나는 위법행위를 한 적 없다는 사실이 검찰조사를 통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그랬던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이 실패로 방향을 틀자 당시 유령처럼 정재계에 떠돌던 흉흉한 소문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최씨가 유전사업을 내세워 주가조작을 꾸몄다”거나 “그의 사업에 전∙현직 정치권 인사들이 개입돼 뒤를 봐줬다”는 식의 소문이 수면위로 다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다급한 측은 역시 정치권. 여권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총선을 앞두고 쿠르드 유전 실패가 MB 정권 또 다른 악재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뒤가 캥긴다는 이야기다.

이명박 정권 초기 '자원외교'의 성과로 홍보했던 이라크 북부 쿠르드 원유 개발 사업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4,400억원의 개발비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은 원유개발 공장 및 시추시설 모습.
2008년 2월부터 최씨를 내사해온 검찰은 당시 최씨가 허위정보공시 등을 통해 주가를 조작하고 이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 등에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왜 검찰은 약식 기소 벌금형을 내렸을까?

검찰 주변에서는 최씨의 로비대상에 현 정권의 실세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특히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이명박 대통령이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 무스타파 모하메드 바르자니 총리를 집무실로 초청해 만났는데, 그 과정에 최씨가 일정한 역할을 했다면 수사를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 이 당선자 면담을 전후해 석유공사와 7개 국내 대기업이 모인 한국 컨소시엄이 쿠르드 자치정부와 20억 달러의 SOC를 건설해주는 대가로 8개 유전의 생산물 및 지분을 양도받는 ‘자원-SOC 패키지딜’프로젝트를 본격화한 상황이었다.

자원개발 전문가들 사이에는 당시“MB와 쿠르드 자치지역 바르자니 총리의 면담 배후가 최씨일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오일 커넥션의 시작
쿠르드 유전개발사업과 관련된 핵심 의문은 집권초기 MB가 왜 바르자니 총리를 초청해 만났으며 이 면담을 주선한 인사는 누구인가 하는 부분이다.

실제 주선자는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실세였던 A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가 이 만남을 주선하기 전 최씨와 접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A씨와 최씨가 접촉한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씨를 조사할 당시 A의원과의 접촉 소문을 들었다”면서 “모 방송국의 K 전 사장이 두 사람을 연결 시켜줬다고 들었다”고도 했다. 공교롭게도 검찰이 최씨를 내사를 시작하던 시기와 MB가 쿠르드 총리를 만난 시기가 겹친다. 검찰이 최씨에 대한 수사를 더 확대할 수 없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K씨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중간 역할’ 소문을 일축했다. K씨는 “2006년쯤 알게 된 이라크 재건사업가 D씨를 통해 이라크 유전개발사업 이야기를 듣고 잠시 흥미를 가진 적은 있다”면서 “그러나 씨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고 그를 잘 알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D씨의 말은 또 다르다. D씨는 “이라크 원유개발사업을 여러 사람에게 소개한 직후인 2006년 2월부터 K씨는 DJ정권의 실세 K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 등과 함께 이라크 북부지역의 신자니 그룹과 협력 카르텔을 맺었다”며 “이후 K씨는 00TV 사업마저 포기하고 전적으로 이라크 유전개발 사업에 매달렸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00TV사업을 추진해온 K씨는 수년 전 TV사업을 포기하고 이라크 쿠르드 지역 전문 개발업체인 ○○사를 설립해 이라크 현지 직원만 15명을 둘 정도로 활발한 개발사업을 벌여왔다. 현재도 K씨가 이라크 사업을 계속하고 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여권 실세 A가 핵심
반면에 D씨는 2005년쯤부터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을 추진해왔다고 한다. D씨의 말을 들어보면 최씨와 석유공사의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은 수상한 점 투성이다. D씨는 “2005년 7월 참여정부 실세 K전 장관의 측근을 중심으로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H사를 설립하고 이라크 한나일 쉐일그룹의 협력 하에 그해 9월 2일 쿠르드지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쿠르드 자치정부측과 ‘자원-SOC 간 패키지딜’방식의 MOU를 맺었다고 한다.

그는 “그러나 2006년 초 OOTV가 개입하면서부터 우리 사업계획서가 외부로 유출됐다”며 “당시 회사에서 이라크 유전개발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씨가 나중에 거의 이 보고서대로 유전사업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씨가 자신의 개발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석유개발 관계자들 중에는 “중소기업인 유아이에너지가 한국석유공사와 7개 국내 대기업 중심의 ‘코리아 컨소시엄’에 포함된 것 자체가 의문”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유아이에너지가 컨소시엄에 포함될만한 일을 뭔가 수행했다는 뜻이다.

여기서 씨와 K씨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K씨는 DJ정부 시절 요직을 지낸 인물이고, 은 DJ를 면담할 정도로 DJ 사람들과 가까웠다. K씨는 “씨를 잘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신빙성이 떨어진다.

K씨는 또 같은 시기에 여권 실세 A의원과 의정활동을 같이 했다. K씨는 A의원을 “오랜 친구 사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렇다면 A의원이 씨와 잦은 접촉을 갖기까지 누군가가 중간 역할을 했을 것이고, 정황상 K씨가 유력하다.

결국 씨를 K씨가 A의원에게 소개했고, A의원은 MB가 쿠르드의 바르자니 총리를 면담하는데 앞장 선 것으로 보인다.

쿠르드유전 개발 사업은 사업 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다. 이라크 분쟁 지역 내 석유개발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해당 지역에 매장량이 얼마인지 조차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개발사업에 큰 돈을 쏟아부은 것은 ‘자원 외교’를 앞세운 MB정부의 큰 방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로비스트 출신 사업가인 ‘’씨의 화술과 로비에 정부가 당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쿠르드유전 개발 사업에 대한 평가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지만, 고유가 시대에 국정감사가 한창인 요즘, A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윤지환 기자 jjh@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