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같이 합숙하며 문란한 성생활 등 각종 성범죄도

불법 다단계 업체의 덫에 걸려든 속칭 '거마 대학생'들이 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합숙소에서 집단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 제공
대학생들을 강제 합숙시키며 불법 다단계 판매 회사를 운영해온 일당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속칭 ‘거마(거여ㆍ마천동) 대학생’이라 불리는 판매원들을 강제 합숙시키며 반강제적으로 대출을 받게 하거나 집에서 송금을 받도록 한 혐의(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송파구 거여ㆍ마천동 일대의 최대 불법 다단계업체 대표 김모(37)씨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경찰은 또 합숙소 방장으로 있으면서 판매원들의 합숙을 강요하고 이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중간관리책 6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모집된 3,600명의 회원들에게 회사 상품을 팔아 230억원을 벌어들였고 김씨는 이중 80억 원 이상을 챙겼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71명을 포함, 15개월간 벌어들인 수익이 3,500만원이 넘는 상위 판매원 약 130명을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에 적발된 불법 다단계 업체는 대학생들을 합숙, 교육시킨 뒤 지인들에게 여성용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시계 등을 팔게 했다. 진열된 제품들은 경찰이 압수한 불법 다단계 업체가 판매한 상품들. 서울 송파경찰서 제공
다단계업체의 유혹에 빠진 ‘거마 대학생들’은 서울 송파구 거여동, 마천동 주변의 저가 월세방에 집단으로 합숙생활을 하면서 점차 늪 속으로 빠져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판매원들이 초기에는 감금, 사기 등의 단순 피해자로 시작되지만 점차 치밀하게 계획된 불법행위에 동참하게 되어 가해자로 바뀌었다. 거마대학생들은 월세가 저렴한 이 지역에 10~20여 명씩 집단합숙 형태로 거주하면서 낮에는 교육장에서 집체교육을 받고, 일과 이후에는 인근 공원, 놀이터, 골목 등을 배회하며 친구․가족 등 지인을 상대로 전화로 물건 구입을 권유하거나 새로운 판매원이 되도록 유인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거마대학생들은 돈을 벌기 위해 다단계에 빠져들었지만 실상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이들은 먹을 것을 구입할 돈이 없어 이웃집의 고추장, 된장 같은 식재료를 훔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합숙소에서 남․여가 함께 생활하는 과정에서 방장급 상위직급자가 하위판매원에 대하여 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일부가 문란한 성생활을 해온 정황도 파악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상당수의 거마대학생들이 물품대금, 합숙비, 생활비 등을 조달하기 위해, 가족 친척 지인을 속여 돈을 받거나 서류를 꾸며 대출 방식으로 돈을 받는 등 그야말로 막가파식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이들은 손님 → 예비플래너 → 플래너(P) → 실버플래너(SP) → 골드플래너(GP) → 마스터플래너(MP) → 슈퍼마스터플래너(SMP) 등 피라미드 방식의 다단계 직급 구조를 갖춘 상태에서 군입대 전인 대학생에게는 ‘방위산업체 취업’을, 취업준비 중인 대학생에게는 ‘대기업, 유명회사에 취직’을 미끼로 손님을 유인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이번에 적발된 다단계 업체들이 유인 방법을 살펴보면 ‘대기업, 유명회사에 취직시켜 주겠다’는 요지의 거짓말로 포섭하는 경우가 많았다. 업체들은 대부분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유인방법을 교재(각본)에 의해 다단계 회사에서 체계적으로 교육시켰다.

검거된 주식회사◯◯◯◯ 대표 김모씨 등 21명은 사무실과 교육장을 마련한 후 판매원➔매니저➔지부장➔대표이사 등 3단계 이상의 판매 조직과 판매수당 10%, 관리수당 15%을 지급한다는 기준을 정하고 판매원을 모집했다. 이들은 20대 전후의 대학 휴학생 또는 직업이 없는 피해자 한(20 여)씨 등 8명에게 “유통회사에 취직할 수 있도록 소개시켜 주겠다”며 유인한 후 “7일간 연수를 받아야 한다”며 합숙·교육을 받게 했다. 또 방장급(매니저 직급이상) 5∼8명이 밀착하여 전화통화 내용, 문자메시지 내용을 감시하면서 외출을 통제했다.

또 ‘성공사례’와 ‘네트워크마케팅(사람을 소개해서 수입을 올리는 영업방식) 방식의 유망성’ 등을 교육하면서 “한달에 1,000만 원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이어 피해자들이 대출을 받도록 제2금융권을 알선해 피해자별로 개인당 800만원씩 대출을 받게 한 후, 물품 구입비 500만원, 합숙비 3개월분 180만원(방장이 가져감)을 제외하고 나머지 120만원만 피해자 개인에게 지급했다.

수사결과 강제로 맡긴 제품 중 ‘웰빙혼합유산균’의 경우, 생산 원가가 1만2,600원에 불과한데 피해자에게는 33만원에 판매하여 25배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다단계에 걸려든 피해자들은 가족이 그 대출금을 대신 변제해 주지 않을 경우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되면서 정신적·경제적으로 감내할 수 없는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며 “보다 강도 높은 단속을 통해 불법 다단계 업체를 지속적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단계 업체들의 유인방법

○ 1단계(만남 유인)
①"안부 묻기"→②"신상상황파악"→③내가 하는 일을 소개하며 부럽게 해서 일하고 싶은 느낌이 들도록 "운 띄우기"→④걸림돌 제거, 이력서․자기소개서 운운, 될 것 같다고 안심시키면서 "비지니스"→⑤"일할 마음 체크"→⑥일할 마음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며 "뜸들이기"→⑦만나기 하루 전에 시간, 장소 등 확인 및 늦지 않도록 당부하는 등 "재확정"

○ 2단계(만나서 합숙소에 입실하기 전까지)
①"첫만남"(짐 체크, 부모님에게 전화 차단)→②못다한 "상황파악"(누구누구에게 말하고 왔는지 확인)→③"믿음추억"(재미있는 이야기, 공감대 형성)→④"약한 약속"(일할 마음체크)→⑤"선의의 거짓말"(반응체크)→⑥"거짓말풀이"(기분이 최고조일 때, 충격완화와 궁금증을 유발)→⑦"강한 약속"(10일 연수 약속 잡기)→⑧"속단예의"(속단:겉만 보고 판단하는 것, 예의:회사 들어 왔을 때 자세, 예의)→⑨"부정요소 제거"→⑩"입실"(휴대폰 맡기고 들어오기)의 절차에 의하여 합숙소와 교육센터로 유인

※ 유인 후 1차 만남시 회사측에서 2명 이상이 나가서 환대 및 설득, 이 때 대규모 유통기업이 아니라 일단 작은 유통회사에서 근무할 것이라고 한 후 "일단 회사에 가서 세미나를 들은 후 판단해도 된다"고 계속하여 설득, 일단 회사로 데리고 감



윤지환 기자 jjh@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