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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me the money! 구단의악마? 선수의천사?

'스포츠 마케팅의 연금술사' 에이전트의 세계
  • 박지성
MLB 스콧 보라스는 구단들 사이에서는 '악마 에이전트'라고 손가락질 받지만, 선수들에게는 몸값 확실히 챙겨주는 '천사'로 정평이 나 있다.

더 큰 시장, 더 넓은 무대에 서는 것은 모든 스포츠 선수들의 꿈이자 희망이다.

대학 축구선수 강모씨 형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씨 형제는 지난 2009년 12월 축구 에이전트 J씨로부터 "일본 J2 리그 프로구단에 입단시켜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받았다.

강씨 형제는 알선 대금, 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J씨에게 4,500만원을 건네고 휴학까지 했다. 하지만 돈을 받은 뒤 J씨는 종적을 감췄고, 충격을 이기지 못한 강씨 형제는 사실상 축구화를 벗게 됐다.

강씨 형제 등 축구선수들에게 접근한 뒤 "해외에 진출시켜주겠다"고 속여 금품을 가로챈 무자격 에이전트 J씨 등 일당 2명 지난 21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붙잡혔다.

  • 임창용
경찰 조사 결과 J씨 등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한 에이전트 자격이 없음에도 강씨 형제 등 선수 16명을 상대로 "해외 진출을 알선하겠다"고 속여 4억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잊힐 만하면 무자격 에이전트 사기 사건은 왜 터지는 걸까? 스포츠 마케팅 시장에서 에이전트는 '연금술사'로 통한다. 선수가 원재료라면, 재료를 바탕으로 상품을 만들어서 포장하고, 판매하는 것은 에이전트의 몫이다. 어떤 에이전트를 만나느냐에 따라 선수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강씨 형제는 '연금술사'를 가장한 사이비의 덫에 걸려든 것이다.

선수 개인 매니저부터 중계권 판매까지

스포츠 에이전트의 업무 범위는 딱히 정해진 게 없다. 구단과 선수 간 가교 역할은 기본이고 선수의 체력 및 스케줄 관리, 스폰서 섭외, 홍보, 연봉 협상과 계약 그리고 때로는 TV 중계권 판매까지도 에이전트가 해야 할 일이다.

마케팅 영역이 넓어지면서 어떤 에이전트를 만나느냐에 따라 선수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삶을 그린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미국프로풋볼(NFL) 선수인 로드 티드웰은 자신의 에이전트인 맥과이어와 첫만남에서 "돈을 벌게 해달라(Show me the money)"라고 외친다. 에이전트의 역할을 한마디로 설명해 주는 대사다.

  • 박지성
야쿠르트 임창용은 국내에서는 2005년 말 오른 팔꿈치 수술 이후 한물간 선수로 치부됐지만, 2008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해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현재 임창용은 일본프로야구 최고 마무리투수 중 한 명이다.

임창용이 일본에서 재기하고 또 대박을 터뜨리기까지 그의 에이전트인 박유현 아이안스 대표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임창용은 2007년 말 야쿠르트와 3년 최대 500만 달러(약 60억원)에 계약했지만, 지난해 말 3년 계약을 연장하면서 최대 200억원을 받기로 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도 에이전트 '복'이 있었다. 박지성은 FS코퍼레이션와 손잡고 2000년 연봉 5억원에 일본프로축구 교토 퍼플상가에 입단하더니 2003년에는 네덜란드 프로축구 에인트호벤과 47억원에 계약했다. 또 2005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잉글랜드 프로축구(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진출하면서 70억원을 받았다.

MLB 스콧 보라스의 선수 챙기기

국내 팬들에게도 이름이 친숙한 스콧 보라스(56)는 미국프로야구(MLB)를 대표하는 거물 에이전트다. 보라스는 추신수(클리블랜드)를 비롯해 유명 메이저리거만 17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보라스 사단'이라는 말이 결코 과하지 않다.

  • 임창용
보라스는 구단들 사이에서는 '악마 에이전트'라고 손가락질 받지만, 선수들에게는 '천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라스는 메이저리그를 돈으로 퇴색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선수들의 몸값만은 확실하게 챙겨 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선수와 에이전트의 관계는 흔히 부부 사이로 비유된다. 좋았을 때는 형제(1촌)보다 가까운 '무촌(無寸)'이지만 사이가 틀어지면 남보다 더하게 된다. 지난 2006년 박지성도 전 에이전트와 법적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다.

국내에서는 축구가 가장 활발

1991년 FIFA가 에이전트 제도를 공식 도입하면서 국내에서도 에이전트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됐다. 주요 구기종목 중 협회나 연맹 차원에서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하는 종목은 현재도 축구가 유일하다. 국내 축구 관련 에이전트는 10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은 그 절반 정도다.

축구 에이전트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FIFA가 주관하는 공식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FIFA가 회원국을 통해 시행하는 시험에는 ▲FIFA 규정 15문항 ▲국내 규정 ▲민법 등과 관련된 문제들이 출제된다.

FIFA 규정 관련 시험은 전부 영어로 출제되고, 국내 민법 관련 문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만큼 합격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응시자 100여 명 중 고작 1, 2명만이 합격되는 경우도 많다.

야구 농구 배구 등은 여전히 제3자 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골프 스케이트 등 개인종목은 에이전트와 관련한 특별 규정이 없다. 스타 플레이어에게는 자연스럽게 에이전트가 붙는다. 용품 협찬이나 광고 출연 등 개인적인 업무에 한해 스타 플레이어들이 에이전트를 고용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광고 등의 경우 선수와 에이전트는 대체로 수입을 7대3으로 나눈다. 축구에서는 해당 선수 연봉의 5% 정도를 에이전트가 수수료 명목으로 받는다. 또 팀을 이적할 때는 이적료의 5~10% 정도가 에이전트의 몫으로 돌아간다.

화려함 뒤에 갖춰진 고독

스타 플레이어를 관리하는 스포츠 에이전트는 화려하게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오전 8, 9시에 출근과 동시에 e메일, 팩스 등 점검으로 시작되는 업무는 밤 늦게 또는 다음달 새벽 해외 에이전트와 확인 전화통화를 마쳐야 비로소 끝난다.

국내 스포츠 시장도 녹록하지 않다. 국내 스포츠 마케팅은 역사가 짧을 뿐 아니라 노하우도 부족하기 때문에 심심치 않게 선수와 에이전트 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다. 자원이 한정돼 있다 보니 에이전트 간 과당경쟁도 비일비재하다.

사이비의 덫에 걸리면 신세 망치기 십상

정식 에이전트가 아닌 '사설' 에이전트 또는 브로커가 개입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수년 전 지방의 모 고교 야구팀의 에이스 투수인 A는 국내 프로팀 계약과 해외 진출 사이에서 갈등하다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사전 정보 부족, 현지 적응 실패, 관리 소홀, 전반적인 지원 부족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얼마 전 미국 구단에서 퇴출 통보를 받았다. 이 선수가 미국 구단을 선택하기까지'사설' 에이전트를 가장한 브로커의 '감언이설'이 크게 작용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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