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CEO의 현주소 해부

30대 그룹 대기업 회장들이 지난 8월 31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공생발전을 위한 대기업 간담회에 참석, 이명박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내 1000대 기업 CEO의 평균은 57.4세 서울대 출신에 경영학 전공이다.
52,53년생 가장 많아… 최고령 89세 롯데 회장, 최연소는 29세

SKY 출신은 40%, 4년전 60%보다 줄어… 지방대는 영남대가 1위

2위는 경제학 91명, 고졸 이하도 35명이나

직원 11.6명당 1명꼴, SK가스 임원 문호 넓어… 1인당 생산성 포스코 '톱'

'57세, 서울대 출신.'

89세 최고령 CEO로 알려진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 유홍우 유성기업 회장과 함께 1922년생이다
우리나라에서 괜찮은 기업 CEO 한자리라도 꿰차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실 지표다. 기업분석기관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가 최근 국내 1,0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분석한 결과, 최다 숫자를 기록한 CEO의 명세는 이렇게 나타났다.

'더블오공' 세대가 48%

한국CXO연구소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국내 1,000대 기업 CEO 1,296명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2011년 9월 기준), 이들의 평균 연령은 57.4세로 지난해(56.6세)보다 0.8세 높아졌다.

오일선 소장은 "1950년대 초반에 속하는 1950~1954년생 출생자들이 전체의 26.9%나 차지해 평균 연령이 작년보다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1952, 1953년생 CEO는 168명(12.9%)으로 어느 연령대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기하게도 52년생과 53년생이 84명으로 똑 같았다. 1952년생 CEO로는 삼성전기 박종우 사장, LG이노텍 허영호 사장, LG상사 하영봉 사장, 현대모비스 정석수 사장 등이 있다. 1953년생은 삼성화재 지대섭 사장, 삼성SDI 박상진 사장, 삼성증권 박준현 대표 등이 있다.

4대 그룹 가운데에서는 SK그룹 CEO들의 평균 연령이 53.6세로 가장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현대차(56.2세), 삼성(56.6세), LG(58.1세)의 순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삼성그룹은 CEO 평균연령이 1.2세 낮아져'젊은 삼성'현상이 뚜렷해졌다. LG도 지난해보다 0.2세 낮아졌다. 반면 현대차그룹과 SK는 각각 0.8세, 0.3세 높아졌다.

오 소장은 "4대 그룹 중 삼성이 비교적 큰 폭으로 CEO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어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향후 삼성그룹을 움직이는 최고경영자도 55년생 이후에서 발탁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조사결과 최고령 CEO로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 유홍우 유성기업 회장 등 3명으로 모두 1922년생(89세)이다. 최연소 CEO는 29세(1982년생)의 경동제약 류기성 대표이사 부사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고령과 최연소 CEO는 60세 차이가 나는 셈이다.

또 재계를 움직이는 실세들은 50년대ㆍ50대를 지칭하는 이른바 '더블 오공' 세대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층이 무려 절반에 가까운 48.4%를 차지해 작년보다 0.6% 더 늘었다. 반면 40년대 이전 출생자는 2009년 28.4%, 작년 26.8%였는데 올해는 25.1%로 하락 추세가 뚜렷했다.

연령대별 숫자를 살펴보면 50년대생 62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년대 325명, 60년대 245명(18.9%), 30년대 이전 60명(4.6%), 70년대 이하 39명(3.0%)이었다.

학벌은 SKY대 감소세

한국CXO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2011년 국내 1,000대 상장기업(매출액 기준) CEO의 출신대학 및 전공 분석 결과'에 따르면 명문 대학을 지칭하는 'SKY대(서울, 고려, 연세)'를 나온 최고경영자의 감소 추세가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2007년 10명 중 6명이던 SKY대 출신 CEO 비율은 올해 10명 중 4명꼴로 줄어들었다. 반면 이공계열 출신은 점점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SKY'대 출신 CEO 비율은 지난 2007년 59.7%였다가 2008년 45.6%에서 2010년 43.8%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올해는 41.7%까지 하락 추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 오일선 소장은 "올해 새로 선임된 CEO는 118명이었는데, 이중 39.0%인 46명만이 SKY대 출신이었다"며 "이는 국내 기업들은 명문대 위주의 간판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 위주로 CEO를 발탁하는 것이 트렌드로 정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CEO를 최다 배출한 대학은 여전히'서울대'로 21.8%(272명)를 차지했다. 전긍렬 (주)유신 회장, 두산중공업 정지택 부회장, 대림산업 김종인 부회장, 한화케미칼 홍기준 사장, LG이노텍 허영호 사장, 하나금융지주 김종열 사장, 현대중공업 이재성 사장 등이 해당된다.

연세대(125명, 10.0%)는 고려대(123명, 9.9%)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며 2위 자리를 고수했다. 한양대(110명, 8.8%)도 세 자릿수 CEO를 탄생 시킨 대학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성균관대(59명, 4.7%), 중앙대(40명, 3.2%), 한국외국어대(37명, 3.0%)가 5~7위를 기록했다.

지방대 중에서는 영남대가 CEO 명문 지방대 자리를 지켰다. 27명(2.2%)의 최고경영자를 배출하며 동국대, 경희대와 함께 공동 8위를 차지했다. 부산대(25명, 2.0%)와 경북대(22명, 1.8%)도 CEO 배출 명문 대학 랭킹 TOP 10에 등극했다.

CEO 전공은 경영학도 출신이 257명으로 최다를 기록했고, 경제학도가 91명으로 다음을 이었다. 이어 기계공학과 화학공학을 전공한 CEO가 각각 62명,58명으로 3~4위 자리를 지켰다.

CEO 요람 자리를 놓고서는 서울대 경영학과가 51명을 배출해 1위 자리를 차지했다. KT 이석채 회장, 이수화학 김상범 회장, 삼성물산 김신 사장,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 등이 같은 동문들이다. 지역별로는 서울ㆍ수도권 대학 비율은 76.2%, 지방대 13.9%, 해외파 5.5% 등으로 파악됐다.

고졸 이하 학력자도 1,000대 기업 내 35명(2.8%)이나 돼 CEO 학력 파괴가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였다. 고졸로 입사해 전문경영인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는 신세계 이마트부문 최병렬 대표이사(목포고)와 KCC건설 엄익동 대표이사(삼일실업고)가 꼽힌다.

직원 105명당 1명꼴 임원

대기업들의 임원 승진 비율 통계도 나와 눈길을 끈다. 헤드헌팅업체인 유니코써어치는 지난달 28일 발표한'2011년 100대 기업 임원 현황 분석'조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직원 105.2명당 임원 1명이 탄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률적으로 1%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별 달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으로 CEO가 되는 길은 더 험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 업체는 매출액 기준으로 100대 상장기업을 선정했으며 상근 임원이 10명 미만인 곳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 조사결과 국내 100대 기업내 상근 임원 수는 6,619명, 직원 수는 69만6,284명으로 임원 1인당 직원 수는 105.2명이었다. 직원 105.2명에 1명의 임원이 배출됐다는 뜻이다.

분석 대상 기업 중 SK가스가 임원 1인당 직원 수가 가장 적은 11.6명이었다. 전체 직원 244명에 임원은 21명이어서, 직원 11.6명에 한명 꼴로 임원이 나와 임원 승진 문호가 아주 넓다고 할 수 있다. ㈜STX도 직원 11.7명에 임원 한명이 배출돼 이 부문 2위를 차지했고, 현대종합상사(16.4명), 삼천리(23.3명), LG상사(24.2명) 등도 임원에 대한 문호가 넓은 편이었다.

이에 비해 하이닉스반도체는 임원 1명당 직원 수가 457.1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직원 수가 1만8,743명이지만 임원은 41명밖에 없었다. LG디스플레이(334.5명), KT(291.5명), 포스코(281.2명), 현대차(276.9명)도 임원 경쟁률이 높은 기업에 해당했다.

100대 기업 중 임원과 직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직원 10만453명에 상근 임원이 966명으로 임원 1인당 직원 수는 104.0명이었다. 이번 조사의 전체 평균에 가장 근접한 수치다. LG전자는 임원 1명당 직원 수가 126.9명으로 평균을 웃돌았다.

업종별로 석유가스를 포함한 에너지 업종은 임원 1명당 직원 수가 평균 34.1명으로 가장 낮았고 무역(44.1명), 건설(46.0명) 업종도 낮은 편에 속했다. 이에 비해 기능직 인력 비중이 큰 전기ㆍ전자업종은 135.5명으로 가장 높았고 조선(134.0명), 통신(129.7명)도 높았다.

임원 1인당 생산성은 포스코가 가장 좋았다. 포스코는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을 임원 수로 나눠 본 결과 매출액은 525억5,000만원으로 전체에서 3위였으나 영업이익은 81억4,000만원, 순이익은 67억7,000만원으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또 하이닉스반도체와 SK이노베이션, 신세계도 임원 1인당 생산성이 높은 상위 10위에 들었다.



정동철기자 bal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