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부업 전성시대 이경규 김영애 강호동 대표 성공 주자들외식 의류 대학강의 등 사업 진출 영역 다채인기 변동에 영향 안받는 수입 보장 강점

왼쪽부터 김영애, 변정수, 이경규, 강호동, 박명수
개그맨 이경규(51)가 떴다. 본업인 방송 일이 아닌 부업인 라면 사업 덕분이다.

이경규가 한국야쿠르트와 손잡고 개발한 라면 '꼬꼬면'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지난 8월2일 출시된 '꼬꼬면'은 지난달 20일까지 한달 보름만에 1,600만 개 이상 팔렸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명이 '꼬꼬면'을 맛봤다는 얘기다.

'꼬꼬면'은 지난 3월 KBS <해피 선데이-남자의 자격>에 출연한 이경규가 닭 육수, 계란, 청양고추 등을 넣어 만들었고, 한국야구르트가 이를 상품화한 것이다.

이경규에게 식품 사업은 처음이 아니다. 이경규는 20년 전 '압구정 김밥'으로 외식 사업에 뛰어들었고, 3년 전부터는 치킨 브랜드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이경규뿐 아니라 본업과 함께 부업에도 손을 대 성공한 연예인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니, 요즘은 연예계에서 데뷔해서 얼굴을 알린 뒤 부업을 통해 실속을 챙기는 경우가 대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는 패션과 쇼핑몰

연예인들, 특히 여자 연예인들의 부업으로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의류사업 또는 쇼핑몰 운영이다. 이혜영(미싱도로시) 이소라(우드리) 변정수(엘라호야) 등은 의류업으로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백지영과 유리는 온라인 쇼핑몰을 공동으로 운영중이고, 백보람도 여성 의류 쇼핑몰의 사장이다. 김준희 이의정 등도 온라인 쇼핑몰 사업으로 재미를 봤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연예인의 이름을 검색하면, 자신이 운영하는 쇼핑몰이나 브랜드까지도 함께 노출되기 때문에 그만큼 홍보 효과가 크다. 또 쇼핑몰 운영은 연예활동에도 크게 구애를 받지 않는 데다 매장 영업도 필요 없다는 점에서 구미를 당긴다.

중견 배우 김영애는 황토팩 전문회사를 운영하며 연간 3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하유미도 마스크팩 사업으로 3년 만에 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남자 배우 중에는 권상우 정우성 등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얼굴'로 홍보효과 톡톡

연예인과 일반인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얼굴'이다.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을 통해 얼굴을 널리 알린 연예인들에게는 식당 주점 카페 등도 꽤 괜찮은 사업 아이템이다. 일반인들은 연예인의 이름이 적힌 '간판'만 보고 가게를 찾기도 한다.

강호동과 이승환은 고깃집 사업으로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KBS <개그콘서트>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이승환은 프랜차이즈 고깃집 사업으로 연간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수, 작곡가, 방송 MC 등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윤종신은 서울 평창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윤종신의 카페는 음악 작업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개그맨 허경환은 닭 가슴살 쇼핑몰 '허닭'으로 연일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올해 1월 출시한 '허닭'은 초반만 해도 하루 매출이 10만원이 안 될 때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3,000만원 이상 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강단에 선 스타들도 많아

'개그맨 박사' 1호인 이윤석(중앙대 언론학)은 중앙대 경기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조민기(청주대 영화과 조교수) 이영자(예원예대 코미디학과 겸임교수) 이재룡(대진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 등도 대학 강단에서 후배들을 가르친다. 옥주현 현영 이인혜 박인환 김영철(개그맨) 남희석 박둘선 등도 브라운관 밖에서는 '교수님'이다.

조민기는 "젊은 친구들과 호흡하다 보니 내 스스로를 젊게 만드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며 "강의를 위해 공부하다 보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돈을 벌기보다 나를 발전시키는 과정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하우가 사업 아이템으로

개그맨 정찬우와 김태균은 지난 2006년 꽃 배달 사업을 시작해 현재 정상을 달리고 있다. 정찬우는 "연예활동을 통해 얻은 다양한 경험을 살려 차별화된 이벤트를 선보이는 것이 선전의 비결"이라고 털어놓았다.

개그맨 박명수는 적은 머리숱이 콤플렉스다. 하지만 그는 콤플렉스를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기발함을 보였다. 박명수는 지난 2008년 탈모 전문 쇼핑몰인 '거성닷컴'을 열었고, 최근에는 자신의 별명을 딴 '흑채'를 홈쇼핑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꿩 먹고 알 먹고

취미가 자연스럽게 부업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카 레이서' 류시원은 레이싱팀 'EXR Team 106'의 대표이고, 이세창은 '알스타스'의 감독 겸 대표로 활동 중이다. 김진표는 GM대우 레이싱팀에서 급여와 지원금도 받았다. 류시원은 지난 1996년 연예인 최초로 카 레이싱 면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여자 연예인 중에는 이화선이 레이서로 활약하고 있다.

사실 카 레이싱만으로는 큰 수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동차나 유니폼 스폰서를 유치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럴 경우 수천만~수억 원의 수입도 가능하다.

안정된 생계 위해 필수

부침이 심한 직업 특성상 연예인들은 안정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중의 사랑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는 세상 부러울 게 없어 보이지만 인기는 신기루 같은 것이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까지 초반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댄스가수 A는 몇 해 전 "인기가 떨어진 뒤 일반인으로 돌아가고 나니 남은 것은 스포츠카 한 대뿐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10여 년 전 정상에 있던 여배우 B가 얼마 전 결혼을 미끼로 중년 사업가에게 접근해 금전적 지원을 받은 뒤 종적을 감춘 것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던 젊은 여배우 C가 강남 룸살롱에서 얼굴마담으로 변신한 것도 다 돈 때문이다. 연예인들에게 부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되고 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