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사태풍 부나

이건희(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사장
미래전략실 장충기 가세
김순택 실장과 투톱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맡을듯

이학수-김인주 라인 위축
삼성 '실세' 판도 변화

고객정보 유출·실적 저조
금융계열사 사장단 초긴장

여성임원 비율 대폭 증가
2번째 女 CEO 나올수도
'젊은피' 세대교체도 예상

요즘 재계의 관심은 온통 삼성그룹의 임원인사에 쏠려 있다.

이서현(왼쪽) 제일모직 부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차기 사장단 인선 일정을 예년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10월 중순쯤 인선작업을 시작해 12월 말께 확정했던 후보 인선작업을 올해는 이미 지난달부터 착수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며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 해외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그룹 인사 시기와 폭을 묻는 질문에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라며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짧게 답해 궁금증을 남겼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특허전쟁'을 시작하고 있는 데다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의 사망 등 국제적인 변수도 인사 시기와 방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인사 폭도 클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이 회장이 "글로벌 경기침체가 당분간 이대로 갈 것 같다"고 답한 대목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이재용 체제 힘 보태기

심수옥(왼쪽) 삼성전자 전무와 이영희 삼성전자 전무
재계에서는 삼성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예년보다 보수적으로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예정된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는 대내외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사들을 대거 중용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3세 경영'을 위한 이재용(JY) 중심의 체제 구축 성격이 강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최근 삼성그룹은 장충기 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을 미래전략실 차장으로 임명했다. 이번 인사로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은 김순택 실장(부회장)과 장 차장(사장)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 같은 체제 가동은 과거 구조본 시절의 이학수 실장과 김인주 차장 체제 이후 3년 만이다. 그룹의 컨트롤타워를 보강하고 그룹 내 계열사를 지원하는 미래전략실에 힘을 보태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조직은 지배구조 개편, 경영권 승계 등 그룹 차원의 전략적 과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경영권 승계가 가장 큰 관심사다. 삼성그룹은 당장은 아니지만, 몇 년 안에 이재용 사장이 최고경영자가 되는 후계작업을 구상 중이다. 이 회장과 '김순택 부회장-장충기 차장' 라인으로 이어지는 미래전략실이 올해 예정인 인사에 JY색깔을 어떻게 입힐지 관심이다.

김 부회장은 예전 삼성 회장비서실 실장 보좌역 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는 이 회장의 핵심 라인이다. 장 차장은 이번 실차장 임명으로 미래전략실 2인자로 떠올랐다. 이 회장의 측근들인 만큼 자연스럽게 이재용 사장과의 신뢰도 돈독하다.

이재용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 최주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이상훈 미래기획실 전략1팀장, 윤주화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 정현호 삼성 경영진단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반대로 옛 삼성의 실세였던'이학수-김인주'라인은 상대적으로 갈수록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래기획실의 새 출발과 JY 체제 구축에 있어 '이-김'라인은 과거청산 차원에서도 단절의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인사에서도 철저히 배제됐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사장은 지난해 12월 입사 20년 만에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경영전면에 나서며 경영 승계 수업을 받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만 45세인 1987년 회장에 올랐으며, 이재용 사장은 2년 후면 만 45세가 된다.

금융계열사 인사태풍 예고

삼성그룹의 임원 인사는 금융계열사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금융계열사 관계자들이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금융계열사에 대한 이 회장의 멘트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회장은 수 년전부터 "금융에서는 왜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지 않느냐"고 질타해 왔으며 올해 들어서도 금융부문의 선진화를 강조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들이 해당한다.

이와 관련, 삼성그룹은 최근 일부 금융계열사에 대한 특별 감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례적으로 지난 7월에는 LCD 사업부 총괄 사장을 전격 교체하기도 했다. 삼성카드에서는 최근 고객 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증권은 계열사 채권을 사들인 것을 숨기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삼성생명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작년보다 줄어드는 등 실적이 저조했다. 삼성화재는 그룹 특별 감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작년 말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생명, 삼성카드 사장 등을 새로 임명하고,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사장 등을 유임시켰다.

박근희 사장이 이끌고 있는 삼성생명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에서는 업계 1위의 실적을 냈지만 당기순익 등 실적 지표는 전년도에 비해 하향 곡선을 그리는 등 상반된 성적표를 냈다. 삼성화재 지대섭 사장은 그룹 특별 감사 결과에 따라 거취가 결정 될 전망이다.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은 올해 상반기 합산 35조95억원의 실적을 내며 33조9,812억원의 실적을 기록한 현대카드를 앞섰다. 그러나 최근 80만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게 흠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 설이 나돌아 어떻게 결론이 날지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인적 쇄신이 이루어지면 그만큼 경영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경쟁업체들에서도 예의 주시할 수 밖에 없다.

여풍(女風)과 세대교체

삼성의 여성 인력도 올해 인사에서 대대적인 승진이 예상된다. 이 회장이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기 때문이다. 평소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해온 이 회장이 최근에는 여성도 사장직을 맡아야 한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23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42층 집무실로 제일기획 최인아 부사장과 삼성전자의 심수옥 전무, 이영희 전무, 조은정 상무, 삼성SDI 김유미 전무,삼성SDS 윤심 상무, 삼성증권 이재경 상무 등 여성 임원 7명을 불렀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여성은 능력도 있고 유연하다. (남자들과의) 경쟁에서 질 이유가 없다"면서 "여성도 자기 뜻과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려면 사장까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인아 부사장은 2000년 삼성그룹 최초의 공채 출신 여성 임원으로 발탁돼 삼성그룹 우먼파워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심수옥 전무와 이영희 전무는 각각 P&G코리아와 로레알을 거쳐 삼성에 스카우트된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들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평소 여성 인력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이날 발언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며 "'여성도 사장까지 돼야 한다'는 이 회장의 발언으로 연말 정기인사에서 여성 인력의 승진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34명인 그룹 여성 임원 수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그룹에서 임원 승진 후보군이라 할 수 있는 부장급 여성 간부는 총 211명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내에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한 명뿐인 여성 CEO(최고경영자)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삼성전자는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중을 2020년까지 10%로 끌어올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전체 임원 972명 가운데 여성 임원은 13명에 불과한데 앞으로 10년 안에 100명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젊은피'로의 세대교체도 예상된다.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가 조사한 '2011 대기업 연령조사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삼성의 CEO 평균 나이는 56.6세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해 평균 연령이 1.2세 낮아진 것이다. 4대 기업 가운데 연령파괴가 가장 빠른'젊은 삼성'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에 비해 LG는 0.2세 낮아진 반면 현대차그룹과 SK는 각각 0.8세, 0.3세 높아졌다. 이 회장도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조직은 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일선 소장은 "4대 그룹 중 삼성이 비교적 큰 폭으로 CEO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어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향후 삼성그룹을 움직이는 최고경영자도 1955년생 이후에서 발탁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동철기자 ball@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