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들 대상… 일반 스포츠선수보다 더 엄격금지약물 무려 800여종… 급식전 사료도 검사

도핑검사 결과 금지약물이 검출돼 벌금이 부과되거나 퇴출되는 스포츠선수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이 아닌 동물을 대상으로 도핑테스트를 하는 경우도 있을까. 경마를 시행하는 한국마사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동물에 대해 도핑테스트를 실시하는 곳이다. 서울을 비롯 부경, 제주경마공원에는 도핑검사소라는 별도의 부서가 존재하는 데 이곳에서는 사람이 아닌 경주마를 대상으로 도핑테스트를 시행하고 있다.

경주마에 대한 도핑테스트는 일반 스포츠선수들이 하는 것과는 양상이 다르다. 스포츠선수는 금지약물 검출 시에 한 개인의 명예와 부가 박탈되면 그만이지만 경마의 경우엔 경마의 생명인 공정성을 저해하고 경마에 참여하는 모든 고객들이 금전적 피해를 볼 수가 있기 때문에 전 세계 경마관계자들은 경주마 도핑테스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일반 스포츠에서는 능력을 향상시켜 우승하기 위해 금지약물을 사용하지만 경주마의 경우에는 능력이 부족한 경주마가 경주의 능력을 높이거나 우승예상 말이 우승을 못하도록 능력을 저하시키는 경우에도 사용될 수 있다. 그 종류를 살펴보면 마약, 흥분제 및 호르몬제 같은 것은 우승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이고, 마취제 진정제 등은 고의로 우승 예상마의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는 약물이다.

금지하고 있는 약물의 종류는 육상, 수영 및 사이클 등의 스포츠에서는 선수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특정 약물에 대해서 규제를 하고 있지만 경마에서는 규제하는 약물은 종류만 무려 800여 종에 달한다. 일반 스포츠에서는 능력을 유지할 목적의 진통소염제는 허용하고 있지만 경주마는 진통소염제의 사용도 금지약물로 불허할 정도로 엄격하다.

특이한 점은 경주마의 경우에는 사료의 오염 등에 의한 약물검출을 예방하기 위해 사료도 급식 전에 약물검사를 한다는 점이다. 부경경마공원의 21조를 담당하고 있는 민장기 조교사는 "한 달에 1∼2회 판매업체로부터 사료를 구입하는데 급식 전에 약물검사를 의뢰해 이상이 없을 때만 경주마 사료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부경공원 도핑검사소
부산경남경마공원은 금지약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직원 4명과 아르바이트 학생 2명이 16종의 분석 장비 36대를 갖추고 매주 231두의 경주마 혈액 및 소변을 통해 도핑테스트를 하고 있다. 경주 전에는 혈액 채취(30ml)를 하고 경주 후에는 오줌(100ml) 또는 혈액(50ml)으로 검사한다.

부산경남경마공원 도핑검사소 허만배 소장은 "경주마 도핑분야에서 ISO(국제표준화기구) 인정을 갖고 있는 국내 유일의 국제공인시험기관이며 최근에는 외부 시험기관에 대한 운영시스템 적합 여부 평가를 시행할 만큼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부경경마공원은 금지약물의 청정지역이라 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