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오, 남북 미션 해결사 되나경협활성화특위 위원장 임명에 이대통령 의중 담겨 차후 상당한 역할 예고정상회담 실현되면 이 의원 위상 높아져 대선 후보 물색 등 적극 행보 예상

한나라당 친이계 모임서 의원들과 악수하는 이재오 의원.
'왕의 남자' 이재오 의원이 특임장관 직을 마치고 당에 복귀한 지 한달여 만에 남북경협활성화특위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이 의원이 당에 복귀할 때만해도 와해된 친이계를 결집하는 구심적 역할을 하면서 차기 총선과 대선에 관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하지만 이 의원이 4일 당 남북경협활성화특위 위원장을 맡기로 하면서 향후 대북관계에서 그의 역할과 함께 당 안팎에서 어떤 정치적 행보를 취할 지 주목된다.

김기현 대변인은 이날 이재오 위원장의 임명과 관련, "홍준표 대표가 개성공단을 포함한 남북경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남북경협활성화특위를 구성하기로 하고 이 의원에게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외견상 홍 대표가 이 의원을 임명하는 형태를 띠었지만 실제 '이재오 카드'를 꺼낸 주체는 이명박 대통령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홍 대표와 이 의원이 평소 불편한 관계에 있는 데다 당초 이 의원은 당직을 맡지 않고 의정활동과 지역구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의원이 전향적으로 남북경협특위 위원장을 맡은 것은 누군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이 대통령만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재오 의원.
사실 홍 대표의 개설공단 방문도 이 대통령의 남북관계 변화 의지의 산물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중앙아시아 3국 방문을 계기로 남북관계 변화 모색에 적극 나섰다. 임기 1년여를 남겨두고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의미 있는 국정 마무리를 하겠다는 표현이었다.

비슷한 시기, 러시아를 방문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행과의 접촉을 통해 이 대통령은 그러한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홍준표 대표의 지난달 30일 개성공단 방문이 가능했다는 것. 홍 대표는 부인했지만,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홍 대표를 통해 북측 관계자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주선한 남북 고위급 비밀회동이나 홍 대표를 통해 북한에 전한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궁극적으로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고 봐야 한다.

최근 북한과 미국간에 물밑 접촉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은 남북관계 진전에 긍정적인 징후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큰 이벤트는 미국의 사전 재가 없이 불가능한 우리 현실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미국을 방문하면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경제협력과 한미동맹 강화 방안 등이 협상테이블에 오를 것이다. 또 한반도 변화 흐름을 감안할 때 남북정상회담 조율도 이뤄지지 않을까 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재오 의원이 당 남북경협활성화특위 위원장을 맡은 것은 그러한 국내외 상황 변화와 유관해 보인다. 이 의원의 '특사설'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남북관계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할 특사로는 '분신'이라 할만한 인사가 요구된다.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라든지, 류우익 통일부장관, 임태희 비서실장, 이재오 의원 정도다. 이 중 이 의원과 류 장관은 움직이기 곤란한 상황이고, 임 비서실장 역시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고, 내년 총선도 걸림돌이다. 상대적으로 이재오 의원은 특임장관 시절부터 특사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최근 이 위원이 당 경협특위 위원장 직을 맡은 것은 날개를 달아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 의원은 2008년 1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러시아 특사로 나서 러시아 고위 인사들과 교류했고, 귀국길에 블라디보스토크에 들러 푸틴 총리의 최측근이자 김정일 위원장의 든든한 후원자인 폴리코프스키 극동군사학교장 등을 만나 한반도 문제를 논의, 북한에 영향력 있는 러시아와 인연을 맺기도 했다.

더욱이 류우익 신임 통일부장관과의 관계에서 이 의원의 역할이 주목된다. 류 장관은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변화시키겠다는 의지의 상징이다. 이 의원은 여당 내에서 대북 문제를 총괄하면서 류우익 장관과 함께 호흡을 맞춰 현정부의 대북 정책을 조율해가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주목되는 것은 류 장관이 운영하고 있다는 남북관계 관련 'TF팀'이다. 통일부 주변에서는 류 장관이 통일부 직원을 배제시킨 'TF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재오 의원의 참여설도 공론화하고 있다. 즉 당에서는 이재오 경협특위 위원장이, 정부에서는 류 장관이 TF팀을 대표해 나오고, 청와대 특정 인사들이 참여해 남북관계를 조율해 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만일 남북관계가 진전돼 실제 내년 초쯤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이 대통령은 물론, 이 의원의 위상도 한껏 높아지게 된다. 이럴 경우 이 의원은 친이계의 중심축 역할에 탄력을 받게 된다. 현재 와해된 친이계가 이 의원을 중심으로 재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과정의 최대 변수는 10‧26 재‧보선 결과와 박근혜 전 대표의 위상이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를 비롯해 부산, 충청 선거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둬 박 전 대표의 정치력이 재확인될 경우 친이계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이 의원의 총선, 대선 역할도 축소될 수 있다.

반대로 10‧26 재‧보선 패배로 박 전 대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경우 친이계의 결집과 새로운 대선 후보를 물색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친이계와 가까운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의원 등 대선주자의 행보가 관건이다. 동시에 이 의원의 킹메이커 역할론도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홍준표 대표가 언급한 '11월의 좋은 뉴스'가 남북관계에 어떻게 전개될 지, 그리고 10‧ 26 선거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 그에 따라 이재오 의원의 위상과 거취도 함께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MB정권 실세… 정치적 부침 되풀이
● 이재오 의원은

이재오 의원은 MB정권의 실세, 친이계 좌장으로 이명박 대통령과는 파트너십 관계까지 갖추었다는 평이다. 2007년 대선에서 당내 친이계를 이끌며 이명박 선거캠프의 선봉장 역할을 했지만 18대 총선 낙선, '형님' 이상득 의원과의 권력투쟁, 박근혜 전 대표와의 불화로 당내 분란의 책임을 지고 사실상 미국 유배길에 올랐다.

2010년 7‧·28 재보궐선거 은평을 지역구에서 당선, 4선 국회의원으로 원내 입성했으며, 11일 만에 특임장관에 전격 발탁됐다. 현 정권에선 국민권익위원장을 역임했다.

이 의원은 30여년간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5차례에 걸쳐 10여년간 옥고를 치렀으며, 이 대통령과는 지난 1964년 한일회담 반대시위 때 시위를 주도하다 만나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각자 다른 길을 걷다가 15대 국회에 나란히 입성하면서 정치적 동지로 발전했다.

약력
△66세△경북 영양 △중앙대 경제학과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사무총장, 원내대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15, 16, 17, 18대 국회의원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