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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얕보다간 큰코다쳐요
계절적 요인·스트레스 등 원인… 긍정적 사고·섭식법으로 예방을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





지긋지긋했던 늦여름의 더위가 가고 뒤늦게 가을이 찾아왔다.

선선한 날씨와 풍성한 과일로 우리를 풍요롭게 해주는 가을이지만, ‘우울증’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도 함께 찾아온다. 가을에 우울증이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뇌의 구조물 중 ‘송과체’에서 나오는 멜라토닌 양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가을이 오면 일조량이 줄어들게 되는데 그에 따라 멜라토닌의 분비가 늘어나면서 계절성 우울증이 많이 찾아오게 된다. 멜라토닌은 인간의 수면, 기분, 성적인 욕구 등을 조절하는 호르몬인데, 여러 가지 환경의 영향을 받아 분비되며 햇빛이 그중 중요한 요인이다. 이런 계절성 우울증은 여성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우울증의 원인이 계절적인 요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 불황, 강도 높은 직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실직이나 은퇴 후의 외로움, 유명인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요즈음, 주변에서 우울증 환자를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같은 바쁜 현대사회에서의 생활 속 스트레스, 대인관계에서의 문제, 비관적인 성격 등이 우울증 형성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놀랍게도 유전적 요인도 우울증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 우울증의 징후와 진단

우울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은 그것이 단순히 ‘우울한 증세’이기 때문이 아니다. 단순히 울적한 기분은 기분전환으로 금방 풀리지만, 우울증은 몇 달 동안 무기력하고 우울한 상태가 지속되어 개인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울증이 방치될 경우 자살에 이를 가능성이 늘어나게 된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홍강의 회장은 “자살자의 약 60%가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데, 우울증 환자의 20∼30% 정도만 치료를 받고 있다”며 우울증 문제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9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사망원인을 분석한 결과 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에 이어 자살이 네 번째로 많은 원인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자신과 주변인의 우울함을 방치하지 않고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처를 하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우울증의 증상은 크게 정신증상, 신체증상, 행동상의 변화로 나타난다. 정신증상은 주로 침울한 기분, 의욕의 상실 등으로, 처음 시작은 정도가 가벼우므로 혼자서 괴로워하여 주변사람들이 알아차리기가 힘들다. 하지만 정도가 심해지면 불안, 초조 등의 감정기복을 보이거나 사소한 일에 눈물을 흘리거나 흥분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흔해진다.

인지기능도 저하되는 경우가 많은데, 평상시와 달리 집중력과 기억력이 저하되어 남들과의 대화나 평소 잘하던 일처리 과정에서 자신 스스로와 타인에 의해 실수나 문제점이 드러나게 된다. 또한 우울한 기분, 자신감의 저하로 인해 자신의 탓을 많이 하며, 각종 일이나 대인관계 등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신체적 증상으로는 주로 불면증과 함께 식욕감퇴와 체중저하 등이 수반되어 나타난다. 이와 함께 만성피로와 근육통 등을 호소하게 된다. 자율신경증상도 빈번히 나타나는데 가슴 답답함, 머리가 멍하거나 무거움, 열감, 어지러움, 손발저림 등이 대표적이다.

메타인지행동치료센터의 홍성균 정신과 전문의는 “우울증이 상당히 진행되지 않는다면 ‘나는 기분이 우울하다, 우울증인 것 같다’라고 호소하지 않으므로 스스로나 주변인들이 신체증상이나 행동상의 변화 인지기능 등의 변화를 잘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우울증의 기본적인 예방과 극복 방안들

이미 사회적인 문제가 된 만큼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과 전문 클리닉 등 관련 기관에서는 우울증에 대처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생리적인 원인의 경우를 제외하면 이들이 제안하는 방법은 대부분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마음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자신이 살면서 경험했던 좋은 기억을 자주 떠올린다.

* 나 자신에게 최대한 관대하고 욕심을 버린다.

* 집 밖으로 나가 햇빛을 자주 쏘이며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한다.

* 영화를 보거나 좋은 음악을 듣는 등 문화여가생활을 즐긴다.

*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그리 어렵고 나쁘지 않다’라고 생각하고 믿을 수 있도록 중얼거린다.

* 유머 있는 생활을 하도록 노력한다.

스스로의 마인드 컨트롤이 어렵거나 그다지 효과가 없다면 전문 클리닉을 찾는 것이 좋다. 메타인지행동치료센터에서는 우울증 환자에게 ‘생각 바꾸기’라는 인지치료를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의 매력이나 능력, 가치 등에 대해 지나치게 평가절하하며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신의 주변환경을 부정적이고 적대적으로 해석하며, 결국 다가올 일의 결과나 미래에 대해서 두려워하거나 잘못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인지적인 오류가 계속 반복되며 점차적으로 우울한 기분과 일상생활에서의 장애가 점차 심해진다. 홍성균 전문의는 “인지 오류를 야기시키는 역기능적 사고를 바꾸는 작업을 통해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며 스키마 치료와 같은 심리분석적 치료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이나 클리닉 등 차가운 분위기가 싫다면 여가 생활을 통한 치료도 감안할 수 있다. ‘스트레스 제로기술’의 저자인 정경연한의원의 정경원 원장은 최근 ‘엔터테인먼트와 스트레스 치료’ 논문을 통해 우울증 치료에 악기(플루트) 배우기와 춤 배우기를 처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내놔 관심을 끌었다.

바쁜 일과 때문에 여가를 즐기기도 어렵고 마인드 컨트롤도 어렵다면 섭식법으로도 우울증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비타민제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은 우울증 예방의 기본적인 섭식법이다. 특히 비타민 B는 기분을 활성화하는데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 등푸른 생선을 많이 먹는 것도 우울증 해소에 좋다. 충분한 양의 수분과 함께 양질의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단백질의 주성분인 아미노산은 특히 사람들의 감정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우유, 치즈, 달걀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흡연과 카페인 섭취를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일시적인 기분 전환에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울증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단 음식과 육류 위주의 식단도 비슷한 맥락에서 지양할 필요가 있다.

우울증은 자신의 노력과 주변인의 관심에 그 극복 여부가 달려 있다. 계절과 사회 탓으로 치부하며 우울증의 징후들을 가벼이 넘기기보다는 다양한 예방법을 적극 활용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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