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보르도 와인 중 명품… 메독 와인협회 회장·와인메이커 방한

“까베르네 쇼비뇽이 최고인 지역, 가장 잘 표현된 지역이 바로 메독(Medoc)입니다. 이것만으로도 메독을 따라 오려는 지역이 많을 정도입니다.”

와인하면 프랑스, 그 중에서도 보르도, 그리고 또 ‘그중에서도’를 꼽는다면? 바로 ‘메독’이다. 메독 와인은 보르도 와인 생산량의 21%에 불과하지만 금액으로는 46%를 차지할 만큼 고급 품질의 명성을 자랑한다.

메독 지방의 와인 메이커들이 함께 한국을 찾아왔다. 8개 지역(아?y라시옹)에서 각각 1명씩 모두 8명이 일행이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메독, 오 메독, 마고, 물리스앙 메독, 리스타락 메독, 쌩쥘리엔, 뽀이약, 쌩떼스테프 등이다.

그리고 한 명 더 추가, 필립 당브린(사진 맨 왼쪽) 메독 와인협회(CVM) 회장도 함께 했다. “한국 사람들은 뽀이약이나 마고는 들어 봤어도 메독 와인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들 8개 브랜드가 모두 메독 와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포도를 재배하기에 올해 기후 조건은 어려웠습니다. 특히 식물 주기로 봤을 때 매우 힘들었는데 역경을 잘 겪어낸 재배업자들은 이에 대한 엄청난 보상을 얻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9월에 북동쪽(러시아)에서 오는 바람 덕분에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는 추워서 탄닌이 풍부하고 향도 풍부, 색깔도 진하게 됐지요.” 2008년 빈티지 와인의 특징을 그는 “마지막 기후 조건이 좋아서 놀라울 것 같다”고 짧게 요약했다.

“전반적으로 2008년산 와인은 현재 발효 & 양조 중이라 몇 년도 산과 딱 비교할 수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8’자로 끝나는 해의 명성을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88년도산 등)” 당브린 회장은 “시장에서는 3년 후 쯤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면 “이번에는 한국 소비자들이 2005년도 산을 만나게 된다”고 소개했다.

명함에 ‘디렉터’라 쓰여진 그의 직함은 그가 사장이고 경영자일 뿐 소유주는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수의사 출신이라고도 알려 졌는데 실은 수의학과를 나온 것은 아니다. 수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동물병원에서 일을 하다가 여행차 보르도로 가서 수확을 해보곤 와인 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

“파리 출신으로 1981년 처음 수확을 위해 보르도에 왔습니다. 이 때 메독과 메독 와인에 관련된 사람들을 사랑하게 됐고 아울러 운 좋게도 샤또 그레작(미국에서 유명하다)을 경영할 기회가 왔죠.” 처음 영업 어시스턴트로 샤또 그레이삭에 들어가서 일한 그는 일을 ‘엄청 잘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1년만에 경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신입사원 급이었는데 고속승진을 한 셈. “샤또 그레작의 실질적인 오너는 자동차 페라리를 만드는 가문인데 저의 열정을 보고 경영권을 넘겨줬습니다.”

필립 당브린은 2년 전 회장으로 부임한 후 아시아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으로 홍보 전략을 바꿨다. “한국시장은 메독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수입 양이나 금액으로 볼 때 10대 이내에 들기 때문이지요.” “메독의 문화나 철학이 한국과 부합되는 점이 많다”는 그는 메독 와인이 한국과 문화적 교류 측면이나 음식과도 맞다고 지적한다. 둘 다 식문화 자체가 먹는 것에 관심이 많고 입맛도 비슷하다는 것.

“한국음식은 고기를 구워먹는 것이 많은데 메독의 식문화도 숯불 구이가 많은 편이라 이점이 유사하지요. 물론 한국음식은 매운 맛이 더 강하긴 하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모두 매운 것만이 아닌 순수한 식재료를 살리는 음식도 많습니다.”

협회 운영상 8개 샤또간 경쟁이 많아 중립을 지키는 어려움에 대해 그는 “메독은 하나의 ‘섬’과 같고 가문이 여럿이다. 작은 샤또부터 큰 샤또 까지 다양하지만 메독을 위해서는 중요한 순간에는 모두 힘을 합친다”고 털어놨다.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