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 같은 호주산 와인4년연속 99점 받은 '런릭'등 2005년 빈티지 9종 국내시장 노크

“토브렉(Torbreck)? 어…, 이 와인은 호주산 같지 않네”

흔히 호주산 와인을 마실 때 간혹 나누는 대화. ‘달콤한 잼 같아!’ 혹은 ‘맛이 달짝지근해’라고 말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아무래도 우아함을 강조하는 프랑스 와인이나 풍부한 맛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와인과는 일반적으로 차별화 되는 부분이다.

호주에서 생산되지만 호주 와인 같지 않은, 오히려 프랑스적인 와인, 토브렉이 한국 시장을 새롭게 노크했다. 토브렉의 오너 데이비드 포웰이 2005년 빈티지를 갖고 방한한 것.

“저는 와인에 대해선 프랑스적인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와인의 생산과 맛에 있어서 떼루아르, 즉 토양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강조하는 것이죠. 오크통도 작은 것을 안 쓰고 큰 것만을 사용합니다. 오크의 영향을 덜 받고 토양의 맛을 내라는 의지에서죠.”

토브렉은 불과 14년여의 역사만을 가진 ‘젊은 와인’ 축에 속한다. 벌목꾼 출신인 포웰이 1994년 설립해 지금은 호주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 와인의 품질 고급화를 선도해 온 대표적 가라지 와인(차고 와인)으로 이름이 높다.

“당시만 해도 바로사 지역의 땅 값이 저평가 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와이너리를 시작할 수 있었죠. 지금은 수백만 달러를 들여도 모자라다 할 정도입니다.” 토브렉은 그가 한 때 벌목꾼으로 일했던 스코틀랜드 숲의 이름. 보험료가 가장 비싸다 할 만큼 거칠고 위험한 직종이지만 열심히 일한 그는 종자돈을 모았다.

가라지 와인이란 차고 만큼 작은 공간에서 소량생산하는 고급 와인을 의미한다. 첫 해 와인 6,000병 생산으로 출발한 그는 지금 한 해 70만 병 이상을 생산하는 중견 와이너리로 급성장했다.

더 이상 벌목꾼도 아닌데 마치 포도밭에서 포도를 따다 온 것처럼 진바지에 편한 티셔츠 차림으로 나선 그는 수수하게만 보인다. 그런 스타일에서처럼 그는 밭에서 포도를 손으로 수확하고 전통적인 와인 생산 방식을 고집한다.

그가 모델로 삼은 것은 강렬하면서도 풍부한 스타일로 특징지어지는 프랑스 론 지역의 와인. 그래서 론에서 널리 재배되는 클래식한 품종인 쉬라즈와 그르나쉬, 마타로 등의 품종을 호주 바로사 밸리에도 옮겨 심었다. 토브렉은 호주의 풍미에 전형적인 프랑스 론 밸리의 질감을 인상적으로 표현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그가 국내에 선보이는 9가지 와인 중 ‘런릭(Runrig)’은 와인비평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99점의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토브렉의 플래그십 와인인 런릭은 2001년부터 4년 연속 매해 99점을 받으며 호주 컬트 와인의 대표 주자 자리를 이어오고 있다.

“레이블에 그려진 숲 그림은 어머니가 친히 그려주신 겁니다.” 스태딩, 스트루이, 우드커터스 등 독특한 와인 브랜드들 또한 그가 한 때 일했던 스코틀랜드와의 인연을 되살려 스스로 지은 이름들이다.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