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때 최치원 선생이 만든 숲 상림조선 성리학의 대가 정여창 선생의 일두 고택 볼거리

지리산 자락이 서쪽에서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는 함양은 ‘산삼의 고장’ ‘아직도 물레방아 도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곳이다.

덕유산과 지리산 등 남도를 대표하는 국립공원이 두 개나 있어 심산유곡(深山幽谷)의 고장이기도 하지만 신라 때 대표적인 학자인 최치원 선생과 조선을 대표하는 유학자 정여창 선생의 큰 자취가 생생히 남아 있는 학자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조선 시대에는 ‘좌안동 우함양’이라 불릴 만큼 명현(名賢)이나 석학(碩學)이 많이 배출된 유서 깊은 함양은 늦가을의 차분한 분위기와 더 없이 어울리는 여행지다.

가을이 깊어 가면 더욱 아름다워지는 숲이 함양에 있다. 사철 언제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상림(천연기념물 제154호}이지만 가을, 그것도 가을이 농익어버린 만추가 되면 상림은 원숙한 아름다움으로 더욱 빛난다.

전설에서는 신라 진성여왕 때 함양의 옛 지명인 천령의 태수로 부임해서 하룻밤 새 십리나 되는 땅에 나무를 꽂아 숲을 만들었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남아 있는 상림이지만 어쨌든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 가운데 하나다.

지금은 함양읍의 서쪽을 흐르고 있는 위천(渭川)은 최치원 선생이 부임했을 당시 함양읍의 한 가운데로 흐르고 있어 홍수의 피해가 심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 치수가 시급한 과제라 여긴 최치원 선생은 둑을 쌓아 물길을 현재 위치로 돌리고 둑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호안림(護岸林)을 조성한 후 대관림(大館林)이라 이름을 붙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호안림은 군데군데 유실되고 함양읍이 커지면서 지금같이 상림과 하림으로 갈라졌으며, 함양읍 남쪽에 있는 하림 구간은 오래된 몇 그루의 나무로 그 흔적을 겨우 찾을 수 있다.

상림의 아름다움은 사철 언제나 빛나지만 낙엽이 숲 전체를 덮고 있는 깊은 가을 풍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상림을 가로지르고 있는 만추의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렌지색과 갈색을 듬뿍 찍어 그린 유화 속으로 들어가 있는듯한 착각을 할 정도다. 이른 새벽에 위천에서 스며들어온 물안개가 있는 발아래 깔려 있는 숲길도 좋지만 아침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한 줄기 빛을 내리는 풍경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최치원 공원이라는 별칭도 지나고 있는 상림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숲답게 문화유적이 여럿 있다. 숲 산책로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곳은 함화루(咸化樓). 이 누각은 원래 함양읍성의 남문으로 지리산이 바라보이는 까닭에 망악루(望嶽樓)라는 현판을 가지고 있었는데 1932년 옮겨 오면서 함화루로 이름을 바꾸었다.

고려시대의 석불인 이은리 석불은 함양읍 이은리 냇가에서 1950년경에 출토된 것을 이곳으로 옮겨 놓은 것인데 원만한 얼굴과 다소 토속적인 표정이 매력적이다. 최치원을 선생을 추모하기 위하여 건립한 사운정은 향토 문화 축제인 천령제의 각종 문예행사가 열려 군민의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함양이 낳은 인물을 이야기 할 때 문헌공 정여창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을 한 마리 좀벌레에 비유해 일두(一蠹)라는 특이한 호를 사용한 정여창 선생은 조선조 5현의 한 분이며 동국 18현 중의 한분으로 성리학의 대가로 본관은 하동이다.

성종 21년에 문과에 급제했고 안의 현감으로 있을 때 도학사상을 왕도정치로 실천한 정여창 선생의 흔적은 지곡면 개평마을에 있는 일두 고택에서 찾을 수 있다. 남도 지방의 대표적 양반 고택으로 솟을 대문에 충.

효 정려 편액 5점이 걸려 있어 눈길을 끈다. 3천평 대지에 지어진 17공의 대갓집이었지만 지금은 12동만 남아있다. 몇 년 전 TV드라마 '토지'의 촬영 장소로 이용되면서부터 널리 알려져 문화유적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정여창 선생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남계서원(藍溪書院)도 일두 고택 나들이 길에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 수동면 원평리에 있는 이 서원은 중종 때 창건한 백운동 서원에 이어 두 번째로 세워진 사액서원으로 유명하다. 입구에 홍살문과 하마비가 있고 10여동의 고가가 있는 남계서원은 출입구인 영풍루를 통해 들어가게 되는데 풍영루에 올라서 건너다보는 서원 분위기는 사뭇 엄숙하다.

■ 대보름 맛을 함양에서… 늘봄가든

상림에서 걸어 5분 거리에 있는 늘봄가든(055-963-7722)에서는 정월대보름에나 먹을 수 있는 오곡밥을 사철 맛볼 수 있다. 돼지고기 편육, 뚝배기 된장찌개 등 열 댓 가지나 되는 반찬과 함께 찹쌀, 멥쌀. 조, 수수 등으로 지은 밥을 한지가 깔린 대나무 채반 위에 담겨 나온다. 오곡정식은 반찬 가짓수에 따라 1인분에 10,000원과 8,000원짜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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