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남자' 강박관념에서 벗어 나세요


마지못해 부인의 손에 이끌려 진료실에 와서 “나는 외도나 폭력을 저지르지도 않았고 알코올이나 도박 중독과도 거리가 먼 사람이다. 지금껏 가족을 위해 열심히 돈을 벌어다 주었는데, 아내가 왜 나에게 불만을 가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강변하는 남편들이 있다.

이들은 실제로 친인척이나 직장 동료들에게서 능력이 있고 믿음직하다는 인정과 칭찬을 받지만, 정작 그와 함께 살아온 부인은 “이 남자와 같이 살기가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반면 이들은 중년에 이르러서 부인과 자녀들에게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된 것이 억울해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이런 남편들과 상담을 해보면 이들이 원칙과 규율에 단단히 매여있어서 상대의 감정은 물론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도 매우 어둡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대개 가부장적 가족 문화에서 자라나 위계질서에 대한 인식과 옳고 그른 것에 대한 자기 확신이 강하다. 이들은 부인이나 가족과 대화를 할 때 용건에 대해서만 집중하기 때문에, 자신과 상대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한다.

또 자신의 관점에서 어긋나면 상대의 지적이나 요구를 전혀 들어주지 않는데, 어쩌다 들어주더라도 마지못해서 형식적인 대응을 할 뿐이다. 따라서 부인에게서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사람’이라는 말을 듣지만, 정작 본인은 이 말을 자신이 ‘빈틈이나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라고 칭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남자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일종의 가부장제적 ‘미신’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것이 반드시 나쁜 것이라 할 수 만은 없다. 남자가 ‘남자답게’ 자라나고 결혼 후에는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려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바람직하고 필요한 일이다.

이런 태도를 갖추지 못해서 불성실하고 책임감이 없으며 눈 앞의 이익에 따라 신의를 저버리는 한심한 남자들도 적지 않은 현실을 보면 가부장제적 전통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남자답다는 것이 지나쳐서 소위 ‘강한 남자’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문제가 된다.

‘강한 남자’들의 문제는 여성과 부인의 존재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이들은 자신의 신상이나 가정의 중대사에 대한 결정을 혼자서 내린다. 부인은 남편의 결정한 것을 충실히 따르면 된다.

남편의 결정에 대한 부인의 반대 의견은 물론 힘들어하는 것 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즉 부인을 포함한 여성들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보조적인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믿는다. 이들은 자신의 결정이나 행동이 잘못되었을 때에도 부인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을 아주 끔찍한 일로 여길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인에게 책임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

이들의 심층심리를 보면 외면의 남성적 특성만을 강조하고 내면의 여성적 특성은 억압하여 그 인격이 불균형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꺾일지언정 굽히지는 않겠다”는 신조를 가지고 부인에게 큰소리치지만, 그 내면은 공허하고 많은 것들을 부인의 이해와 양보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은 부인이 없으면 자녀들과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서 공연히 짜증을 내곤 한다. 그의 감정은 메말라서 흥겨운 자리에서도 즐겁게 어울리지 못하고, 슬픈 자리에서도 눈만 꿈쩍거릴 뿐이다. 그러다가 살림이나 사업이 어려워지면 부인에게 돈을 꾸어오거나 품파는 일들을 맡겨 생계를 유지하게 하면서 자신의 체면만은 지키려 한다.

이들이 자신과 가정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에게 부족한 여성적 태도를 보완하여 자신의 심리적 불균형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인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어색하더라도 가족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속내를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들이 이런 변화에 성공하면 삭막했던 가정 분위기가 활기차게 바뀐다. 또 자신도 꺾이기 쉬운 ‘강하기만 한 남자’에서 ‘부드러우면서도 정말로 강한 남자’로 바뀌게 될 것이다.


박수룡 www.npspecialist.co.kr
입력시간 : 2008-12-2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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