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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다(Braida), 맛있는 와인으로 '바르베라'의 혁명
이탈리아 와이너리 투어 (2)
포도밭 오크통 교체 등 실험으로 신 맛 악명 떨치고 伊대표 와인으로 우뚝





피에몬테(이탈리아)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1- 브라이다 와이너리의 빈야드.
2- 후덕한 인상이 매력적인 브라이다 와이너리의 오너인 라파엘라(오른쪽)와 남동생 주세페.
3- 빈야드에서 수확을 앞두고 있는 포도나무.
4- 와인 저장 지하 셀러에 가득한 프렌치 오크배럴들.
5- 브라이다 와이너리를 방문한 독일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방문객들이 와인 테이스팅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테이블 와인인 바르베라(Barbera). 식사 때면 어김없이 올라 오는 친숙한 와인이지만 한 가지 문제라면 ‘너무 시다’는 것.

하지만 또 하나의 이율배반. 신 맛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음식 없이 와인만 마시기 힘들 수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이기도 하다. 바르베라 와인의 신 맛이 식욕과 함께 소화를 촉진 시켜주어서다. 실제 바르베라는 전세계 수많은 와인들 중에서도 가장 신 맛이 강한 품종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지금 바르베라는 ‘맛이 시다’는 ‘악명’을 떨치고 ‘맛있는 와인’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름하여 ‘바르베라의 혁명’. 그리고 그 반전의 역사에는 와이너리 ‘브라이다’가 버티고 서 있다.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옆의 피에몬테 지방. 아스티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로체타 타나로(Rocchetta Tanaro) 지역에 와이너리 ‘브라이다’는 자리잡고 있다. 현재 이 와이너리의 오너는 여성 라파엘라 볼로냐(Raffaella Bologna), 선친이자 창업자인 쟈꼬모 볼로냐(Giacomo Bologna)의 딸이다.

“바롤로, 바르바레스코와 함께 이 지역 3대 와인으로 꼽히는 바르베라는 한 때 ‘싸구려’ 와인으로 치부되었습니다. 서민들이 가볍고 편하게 마시는 와인 정도로만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아버지(쟈꼬모)의 시각은 달랐습니다. ‘바르베라 와인도 맛있게 만들 수 있고 세계적인 와인으로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신거죠.”

하지만 여전히 ‘시고 시큼하기만’ 한 바르베라. 그녀의 선친인 쟈꼬모는 어떻게 하면 바르베라 와인을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 방법을 고심했다. 그래서 그는 프랑스의 유명 와인 산지인 버건디와 보르도 지방, 미국까지 찾아 다니면서 와인 양조 기술을 배우는데 열중했다.

결국 그가 변화를 위해 시도한 첫 번째 방법은 ‘포도밭의 교체’. 예로부터 이 지역 사람들은 고급 와인에 속하는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는 일명 ‘좋은(기름진) 밭’에서 나는 네비올로 품종으로 만들었다. 반대로 바르베라는 ‘나쁜(척박한) 땅’에 주로 심어 수확했다.

하지만 쟈꼬모는 여기서 기존의 관습을 뒤엎었다. 바르베라도 좋은 땅에 심어 본 것. 결국 양지 바른 땅으로부터 풍부한 영양 성분을 넘겨 받으며 수확한 바르베라에는 ‘단 맛’이 더해졌다.

그리고 신 맛이 강한 바르베라에게 부족한 것은 탄닌. 레드 와인이 주는 대표적 ‘입맛’이랄 수 있는 떫은 맛을 주는 성분이 모자라서다. 쟈꼬모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프렌치 오크 배럴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 많이 사용하던 ‘덩치 큰’ 슬로베니아 오크통 대신 자그마한 크기의 프랑스산 오크통을 쓰면 와인과 오크 간의 ‘접촉 면’이 넓어지면서 와인 맛에 ‘구조감’을 준다는 확신에서다.

그의 예상과 시도는 그대로 적중했다. 맛이 좋아지면서 바르베라도 이탈리아산 고급 와인 반열에 올라설 수 있게 됐다. 처음 ‘동네 사람’들로부터 ‘또 왜 작은 오크통을 쓰냐?’ ‘별나게 혼자만 왜 그러느냐?’며 따돌림을 당하던 것도 자연스레 옛 말이 됐다.

이탈리아 전체와인 생산의 30%에 육박했지만 그저 테이블 와인으로 여겨졌던 바르베라 품종의 혁명에 기여한 쨔꼬모는 이탈리아 전체 와인의 품질 향상에 절대적으로 기여하게 된 공헌도를 인정받아 ‘빈이탈리(Vinitaly)가 선정한 ‘최근 30여 년간 와인산업에 가장 영향을 끼친 12개 와이너리’에도 선정되었다.

부녀가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게 시도한 창의성은 이뿐 만이 아니다. 예전 바르베라의 수확 시기는 보통 9월초. 하지만 이들은 10월 초로 수확 시기를 한달 여 더 늦췄다. 결과는 포도가 농익으면서 신 맛이 줄고 단 맛이 강화된 것. 숙성과 발효 과정에서 와인의 맛이 한층 향상되는 것은 물론이다.

6- 브라이다에서 와인 메이킹 실습을 하고 있는 일본인 연수생
7- 포도밭에서 갓 따온 포도를 짜내기 위한 현대식 시설.
8- 브라이다 와이너리 안마당에서 가족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쟈꼬모와 라파엘라 부녀가 무려 25년 여에 걸쳐 실험한 바르베라 와인의 결정판은 ‘아이수마’다. 포도를 1년에 한 번 수확하다 보니 1년에 한 번씩 조금씩 변화와 개혁을 해 보며 완성해 낸 바로 최고의 와인. 가장 좋은 포도밭 중에서도 가장 좋은 위치에서 재배한 포도 중 최우량의 것들만을 모아 발효와 숙성 과정을 거쳐 나온 산물이다.

이탈리아어로 감탄사인 ‘아이수마’란 단어 또한 ‘바로 이거야!’ ‘이 포도가 진짜다!’ ‘우리가 해냈다’ 는 뜻을 함축한다. 때문에 1990년에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아이수마는 지금도 포도 작황과 상태가 좋은 해(빈티지)에만 생산되는 전통을 고수한다.

이처럼 바르베라 와인 성공 신화의 1등 공신인 쟈꼬모가 ‘창조와 개혁’의 대명사로 불릴 만한 또 다른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다름 아닌 그녀의 딸이 와인 메이커이자 와이너리 오너라는 사실이다.

이 지역에선 예전 여자가 와이너리 안에 들어오는 것을 ‘무척 싫어하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 쟈꼬모는 이를 전혀 개의치 않고 딸 라파엘라를 양조 학교에 입학시키는 강수를 감행했다. 그것도 직접 딸 손을 잡고 학교까지 찾아 가서. 미국 유학에서 돌아 온 라파엘라는 양조장으로 직접 들어가 아버지로부터 ‘바르베라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따라해 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바르베라의 명성과 함께 브라이다 와이너리가 더 유명해진 데는 딸 라파엘라의 기여(?)도 한 몫 더했다.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모든 노하우를 주변 친구들에게 거침없이 전수했기 때문. 이 사실만으로도 이탈리아 와인업계에서 엄청난 유명 인사가 돼버렸다.

덕분에 이 와이너리의 오너인 라파엘라는 주변지역 뿐 아니라 이탈리아 와인메이커들 사이에서는 인맥의 중심이라고 불리워진다. 웬만한 와이너리 오너와 통화하려면 그녀에게 얘기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할 정도. 유쾌하고도 호방한 웃음, 무엇 보다 화통하고도 워낙 좋은 성품과 대접하기 좋아하는 가풍은 외국인들 눈에도 매력적이기만 하다.

아버지 못지 않게 딸 라파엘라의 창의적인 시도들도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커다란 관심거리다. 그녀가 만든 화이트 와인인 ‘일 피오레’. 이탈리아어로 꽃이란 뜻인데 원래 샤도네이에 리즐링 포도 품종을 같이 블렌딩했다. 이전에 아무도 하지 못하던 새로운 시도를 왜 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샤도네이가 너무 오랫동안 외로워서”라고 낭만적인 대답을 한다.

참고로 그녀의 남편 노베르트는 오스트리아 사람. 그녀는 ‘오스트리아산 포도와 결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녀가 만드는 와인 ’바치알레’도 창의성과 총기가 돋보인다. 바롤로와 피노노아 품종을 처음으로 블렌딩한 것인데 당시 누구도 생각못했던 시도였다. 그래서 ‘중매쟁이’를 뜻하는 바치알레란 단어도 그녀가 지은 와인 이름이다.

지난 해 이탈리아 음식 전문지인 감비로로쏘와 에스프레쏘에서 최고등급인 3glass를 받은 ‘비꼬따’ 또한 그녀가 추천하는 와인. 종교적으로 성스러운 여자를 뜻하는 이름이 재미있다. 포도밭의 땅 색깔을 드러내듯 갈색과 황금색이 어우러진 듯한 와인 몬테브루나 또한 그녀가 6년전 처음으로 만든 창조적 와인이다.

유명세 때문에서라도 그녀의 와이너리에는 항상 손님들로 넘쳐난다. 1년 한 해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만 평균 3,000여명. 빈야드(포도밭)와 와이너리를 둘러보고 와인 테이스팅과 강의를 듣는 것이 기본 코스. 유럽 방문객들을 위해서는 그녀의 시동생인 스테판 라이니셋이 강사로 나선다. 독일어는 물론, 스위스어, 불어도 거뜬히 소화해 낼 정도.

브라이다 와이너리에는 일본인 유학생도 3명이나 머무르고 있다. 와이너리에서 와인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한 공식 연수 과정을 밟으러 온 학생들. 포도 재배, 수확에서부터 양조 등 전과정을 현지에서 배우는 경험 과정이라 지원자도 넘쳐난다.

“와인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만드는 사람입니다. 어느 와인이든지 와인 메이커가 어떤 밭에서 어떻게 어떤 생각으로, 또 얼마만한 정성으로 만드는지를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와인을 만드는 사람의 철학과 이상, 지향하는 바가 와인 속에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주변에는 너그럽기만 한 그녀는 자신의 임무(와인 메이킹)에는 한 없이 철두철미하기만 하다.

이 회사의 대표와인들인 Bricco dell' Uccellone, Bricco della Bigotta, Ai Suma등 최고의 바르베라들은 국내에서는 서울 신사동의 와인숍 아이수마(02-545-4283), 갤러리아 백화점 에노테카 등에서 전문적으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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