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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후 행복을 바란다면
정신과 의사가 쓰는 '사랑과 전쟁'



영화 '못말리는 이혼녀'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바라면서도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자녀들이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망설여지겠지만, 자녀가 없거나 이미 충분히 성장한 경우에도 이혼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부부간의 상호관계를 최소화하며 법적인 혼인관계만을 유지하는 소위 '정서적 이혼' 상태에서 살기를 선택한 부부들도 적지 않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식으로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

이런 타협은 문제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을지 모르나, 문제의 해결로 나아가기는 어렵다.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하면서도 차마 못하는 경우를 보면, 자신이 정말로 이혼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혼을 고려할 때에는 이혼 자체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결혼과 마찬가지로 이혼은 삶의 과정에서 거치게 되는 많은 관문들 중의 하나다. 어떤 이들은 이혼을 거쳐서 행복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하지만, 이혼 후에도 계속 많은 시련을 겪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때문에 이혼 자체 보다는 이혼 후에 자신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혼 후에 나타날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 자신이 이혼을 하고 과연 잘 살 수 있겠는지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혼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해방감을 누리기도 하지만 이혼 후 달라진 생활에 적응하는 데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따른다. 결혼 생활이 길수록 그 동안 형성된 인간관계를 모두 정리하고 새 출발한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새로 세우는 것과 같다.

이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의식주를 포함한 현실적 문제들 외에도 외로움이나 불안 등을 혼자서 해결할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혼 후에 성공적인 삶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자신의 변화에 적응하기도 힘든 사람이 자녀가 겪을 갈등까지 적절하게 배려하며 키우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무엇보다 자신이 이혼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비록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경우가 생기더라도 자신의 이유가 확실해야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생긴다.

상대가 졸라서 내키지 않는 이혼을 하거나 홧김에 내뱉은 말 때문에 이혼하는 것은 아무 소득 없이 값비싼 지불을 한 셈이 된다. 이혼한 부부가 더러는 재결합을 하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과거 생활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에는 얼마 후 또 다시 같은 문제에 빠지기 쉽다.

자신이 과거에 힘들어 했던 점들 때문에 또 힘들어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자신과 상대의 어떤 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끝으로 자신이 이혼했다는 것을 숨겨야 하는 경우라면 이혼 후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기가 힘들다. 물론 이혼했다는 것을 함부로 드러낼 사람도 없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럴 필요도 없다.

이혼이 드물지 않은 오늘날에도 이혼한 사람은 무슨 결함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처럼 보는 잘못된 선입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불유쾌한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생활을 잘 지켜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자신의 이혼 상태를 숨기기 위해서 계속해서 거짓말을 해야 한다면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혼 후의 행복을 바란다면 남들이 어떻게 보더라도 자신의 선택에 긍지를 가지고 스스로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위와 같은 여러 사항들에 대해 필요한 상담과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들이 적지 않다. 결혼생활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현재 별 문제가 없는 부부들도 이런 기관을 잘 이용하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부부치료클리닉 원장 www.npspecialist.co.kr
입력시간 : 2009-02-1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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