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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카페, 달콤한 전쟁이 시작됐다
조각 케이크에서 타르트, 컵 케이크로 다양화… 강남 트렌드 리더들이 주도




황수현 기자 sooh@hk.co.kr
사진=임재범 기자 happyyjb@hk.co.kr



라이프 이즈 저스트 어 컵 오브 케이크(오른쪽)


회사에서 한창 일을 하던 박 대리는 친구가 메신저를 통해 걸어온 말에 잠시 의아해졌다.

"우리 퇴근하고 컵 케이크 먹으러 갈래?"

빵 먹으러 가자도 아니고, 컵 케이크를 먹으러 가자니… 기억을 더듬자면 컵 케이크는 머핀의 사촌쯤 되는 것인데 그게 따로 먹으러 갈 만큼 비중 있는 음식이던가?

저녁에 만난 친구는 박 대리의 촌스러움을 마음껏 비웃으며 청담동의 한 매장으로 데려갔다. 그곳의 쇼윈도에는 정말로 십 수 가지의 컵 케이크가, 아니 컵 케이크만이 진열돼 있었다.

박 대리를 한번 더 놀라게 만든 것은 가격. 하나하나 정성스러운 데코레이션으로 흡사 패션 매장의 윈도를 보는 것만큼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개당 6,000~7,000원의 가격이라니, 이 정도면 밥 한끼와 맞먹지 않는가.

식사를 마친 후에 달콤한 케이크를 즐기는 것은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점심이나 저녁을 해결하고 스타벅스나 커피빈으로 몰려가 머리 수에 맞춰 커피를 시키고 조각 케이크를 하나 추가하는 것은 하나의 공식과도 같았다.

그러나 이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주인공이 커피가 아닌 디저트로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그 종류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가로수길에는 타르트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 듀 크렘의 13가지 타르트를 맛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은 굳이 '밥 때'와 '간식 때'를 구분하지 않는다.

이대 근처 스위트 롤 역시 롤 케이크만 판다. 매장에는 에스프레소 롤, 호두 롤, 블루베리 롤 등 재료만 달리한 롤 케이크들이 즐비하다. 만년 조연 역할만 맡던 디저트가 화려한 주연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스타일리시하게' 디저트 먹으러 갈까?

발 빠르게 움직인 이들은 역시나 강남 등지의 트렌드 리더들이다. 해외를 밥 먹듯이 들락 거리는 그들의 눈에는 디저트 전문 카페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오히려 케이크에 들어간 재료들을 줄줄이 꿰고 있어 주인을 민망하게 할 정도다.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하는 미국 드라마도 한 몫을 했다.

달콤한 디저트에 열광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20~30대의 젊은 여성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역시 30대의 '골드 미스'로, 그녀가 극중에서 뉴욕 한복판에 있는 디저트 전문점 패이야드의 케이크를 먹는 장면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디저트에 '스타일리시함'이라는 이미지가 덧입혀지자 밥 한끼 가격이 더 이상 괘씸하게 느껴지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디저트 카페 열풍의 배경이 순전히 겉 멋이라고 보는 시각은 위험하다.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호기심을 '된장녀'의 허세로 몰아 붙이는 것은 곤란할 뿐더러, 이는 진짜 '달콤 마니아'들에게는 실례가 되는 이야기니까.

디저트 열풍의 이유를 장기 불황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직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창업의 기회로 디저트 카페를 염두에 둔다는 것. 이전의 '식당이나 할까?' 또는 '커피숍이나 할까?'에 '디저트 카페나 할까?'가 추가된 셈이다.

식당처럼 손이 많이 가지도 않는데다가 일단 외관이 예쁘기 때문에 소싯적 베이킹 클라스라도 한번 수강한 기억이 있다면 도전해 볼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이 생각 같지는 않다. 파이 하나에 7,000원을 선뜻 지불하려는 고객들은 한정돼 있는 반면 디저트 카페는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어 파리를 날리는 가게가 벌써부터 한두 곳이 아니다.

가격에 거품… 반쪽 짜리 트렌드

다양한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늘어났다는 것은 어찌 됐든 반가운 일이다. 단 것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희소식일뿐 아니라 잘 사는 나라일수록 초콜릿의 소비량이 높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자연스러운 징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가격과 바뀌지 않은 입맛은 아직까지 이 디저트 문화가 반쪽 짜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의 쇼트 케이크 가격이 5,000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가격에 거품이 있는 것.

게다가 디저트 카페를 찾는 이들은 화려한 쇼윈도에 감탄하면서도 정작 선택은 기존에 먹던 치즈 케이크와 피칸 파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새로운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한 듯 하다.

도움말: 정영선 푸드 스타일리스트, [디저트가 맛있는 스위트 카페] 저자

1-Payard 패이야드 2-가장 많이 찾는 애플 타르틴
3-Goghi 고희 4-왼쪽으로 호두 초코칩 쿠키와 단호박 쿠키, 뒤쪽으로 컵 티라미수가 보인다
5-Life is just a cup of cake 6-앙증맞은 컵케이크들, 가운데가 블루베리 크림치즈
7-Mobssie 몹시 8-오른쪽 위가 구운 초콜릿 케이크, 사발 커피와 핫 초콜릿도 인기다



Payard 패이야드

"뉴욕의 맛과 화려함을 그대로"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가 유행시킨 또 하나의 히트 아이템. 신세계 명품관 6층에 위치한 디저트 카페 패이야드에서는 뉴욕의 화려함을 혀로 느낄 수 있다.

뉴욕 한복판에 자리 잡은 전광판처럼 색색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패이야드의 쇼윈도는 크림이 듬뿍 올려진 달콤한 케이크와 페스트리로 가득하다. '디저트는 달고 화려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

겹겹이 구운 퍼프 도우 위에 카라멜에 졸인 사과가 올려진 애플 타르틴과 바삭한 페스트리에 바닐라 크림을 넣은 나폴레옹이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익숙해지고 나면 바나나 타르트와 초코 무스 케이크인 자뽀네를 추천한다.

현지화 시키지 않고 뉴욕 패이야드의 메뉴를 그대로 가지고 온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9종을 판매 중이지만 올 봄부터는 15종으로 늘려, 미니 페스트리 등 새로운 메뉴를 선보일 계획이다.

공간은 그리 넓지 않지만 바로 옆에 야외 조각 공원이 있어 채광이 훌륭하다. 디저트 외에 피자, 키쉬, 샌드위치 등 식사 메뉴도 준비 돼 있다. 강남 신세계 백화점 2층에도 곧 오픈할 예정.

영업 시간: 오전 10시 30분 ~ 오후 8시

문의: 02-310-1980


Goghi 고희

"투박하고 건강한 핸드 메이드 디저트"


제 2의 삼청동으로 떠오르고 있는 효자동의 고즈넉한 골목을 헤매다 보면 거짓말처럼 카페 고희가 나타난다. 크고 널찍한 좌석이 시원시원하게 떨어져 있어 복닥거리는 느낌 없이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고희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래서인지 디저트 카페의 주고객인 20~30대 말고도 40~50대 중년 고객들, 때로는 남자 손님 혼자 앉아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는 광경도 종종 눈에 띈다.

주 메뉴는 케이크와 쿠키로, 매장 뒤쪽에 딸려 있는 주방에서 직접 만들어 내온다. 르 꼬르동 블루 출신의 쉐프가 만드는 케이크는 투박한 외양에 단 맛이 적고, 대신 견과류 등의 재료를 듬뿍 넣어 고소하고 담백하다. 가게 된다면 컵 티라미수와 호두 초코칩 쿠키를 꼭 맛보아야 한다.

화이트 초콜릿을 올린 티라미수는 세 명이 먹어도 부족하지 않고 큼직한 쿠키는 손으로 뚝 잘라 풍부한 재료를 확인하며 먹는 맛이 있다. 갤러리처럼 꾸며진 내부는 실제로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어 매달 새로운 작가의 작품들을 교체해 전시하고 있다.

고희의 맛에 반한 사람들을 위해 쿠킹 클래스도 운영하는데 메뉴를 정해놓지 않고 수강생들이 원하는 음식을 가르쳐 준다. 직접 구운 빵으로 만들어 내는 브런치 세트도 인기. 굳이 브런치 타임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맛볼 수 있다.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10시

문의: 02-734-4907


Life is just a cup of cake 라이프 이즈 저스트 어 컵 오브 케이크

"달콤하고 촉촉한 한국형 컵 케이크"


인생은 그저 하나의 컵 케이크에 불과하다. 그러나 컵 케이크의 맛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라이프 이즈 저스트 어 컵 오브 케이크'라는, 한번쯤 되묻게 만드는 이름의 이 케이크 점에서는 얼 그레이, 바닐라, 초콜릿 등 다양한 맛의 컵 케이크만을 전문으로 판매한다.

앉은 자리에서 훤히 들여다 보이는 주방에서는 주인을 포함해 총 3명이 케이크를 만들고 있다. 메뉴가 떨어지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 주기 때문에 시원한 프로스팅이 생명인 컵 케이크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주인은 의외로 전직 광고기획사 출신으로 케이크 점 운영은 처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료나 레시피에 요령을 부리지 않고 홈 베이킹의 맛을 그대로 전해 준다. 가장 좋은 것은 '자고로 정통 컵 케이크의 맛은 이런 것'이라는 뻣뻣한 자세를 버리고 현지화 시킨 것.

종종 볼 수 있는 딱딱한 컵 케이크 대신 촉촉하고 달콤한 맛으로, 굳이 익숙해지려는 노력 없이도 입에 잘 맞는다. 특히 화이트 초콜릿 크림을 얹은 얼 그레이와 블루베리 크림치즈는 추천 메뉴. 지난 해 이태원 부근에 매장을 낸 후 반응이 좋아 1월에 서래마을에 2호점을 냈다.

영업시간: 낮 12시 ~ 오후 9시. 일요일은 휴무.

문의: 02-595-2908


Mobssie 몹시

"초콜릿이 몹시 먹고 싶을 때"


초콜릿을 먹고 싶다는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지쳤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위로 받고 싶다, 키스하고 싶다 등등. 이 모든 것을 만족시켜 주는 초콜릿의 맛이 몹시에 있다.

이름도 몹시 예쁜 이 초콜릿 카페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오픈 30분 전부터 문 앞에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비결은 속임수를 쓰지 않는 재료와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몹시만의 '구운 초콜릿 케이크'다.

몹시의 메뉴는 아이스크림까지 모두 직접 만든 것으로, 재료 값이 오르면 가격을 올리거나 재료를 바꾸지 않고 아예 메뉴를 중단한다. 화제의 구운 초콜릿 케이크는 코코아 가루 대신 초콜릿을 직접 넣어 만드는데 컵 속의 따뜻한 케이크를 스푼으로 '푹'하고 뜨면 진하고 끈적한 초콜릿이 배어 나온다.

휴가 나온 군인들이 원기 충전을 위해 먹고 갈 정도라면 그 진하기를 짐작할 수 있을 듯. 시리얼 보울만한 컵에 담겨 나오는 이른바 '사발 커피'도 인기다. 여름에는 차가운 초콜릿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해 보자. 전화 예약은 안 되고 직접 찾아가야 한다. 밥 먹기 전에 들러 예약하면 보통 한 시간 안으로 전화가 온다.

영업시간: 오후 2시 ~ 오후 11시

문의: 02-3142-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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